학원제까지 얼마남지 않았다……한가롭게 있는 사람을 찾는 쪽이 어려워졌다.
　이제부터 당일까지 이 상태는 더 심해져만 가겠지.
　애당초, 학원제 실행위원을 맡고 있으니까, 그 속에 휩쓸려 들어간다는 것은 확정되어 있긴 하지만, 올해는 유미쨩 같이 재밌는 동생도 생긴데다,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학원제와 그 준비도 나름대로 즐거웠긴 했지만, 시오리와의 시간을 순수하게 보냈던 건 그 때가 마지막이었었지……
　그 때 일을 기억해내고 있자니, 복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요코의 모습도 기억났다.
　요코가 시오리의 진로를 말해준 것은 학원제 바로 후……시오리밖에 보고 있지 않았던 나. 그 시오리가 어딘가로 나아가는 것조차 보고 있지 않았던 나……그 때 요코는 상당히 답답했었겠지. 
　그리고, 올해도 요코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
　나의 시마코를 향한 마음……문득 에리코에게 들었던 말을 기억해내고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어려울지도 모르지.
　하지만, 하다못해 업무를 제대로 끝내서, 요코를 어느 정도 즐겁게 해주는 것 정도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 거 다음 고전 수업 중에 몰래 업무를 정리해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아아, 요코가 다른 반이어서 다행이다. 같은 반이었다면 무슨 소릴 들었을지,


「……일 속도가 엄청 빠르네. 아침엔, 아직 하지도 않았던 게, 벌써 다 끝나있다니 대체 어떻게 된거야?」
　제대로 끝낸 건 끝낸 것대로, 추궁당했다. 반이 다르다고 해도, 시간문제였을 뿐 결과는 같았다.
「그런 짓까지 해가며 정리를 끝내다니, 어떤 의미론 곤란하네. 이게 사치코 였다면, 설교를 해야겠지만……이것에 관해선 수고했다고 말해줄게. 수업은 제대로 들어야지? 로사 기간티아」
「알겠습～니다」
　생각처럼 나아가진 않았다. 
　그러고보니, 우리 등나무반은 나를 포함해서 몰래 일을 하고 있던 멤버가 꽤 있었는데, 요코의 눈이 있는 이 동백나무반의 멤버는 어떨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교실로 돌아왔다. 




　방과 후, 장미의 저택으로 가니 방안에는 사치코님 단 한분만 계셨다.
　창가에 의자를 가져가 바깥을 보면서,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들어온 것을 알아차리는 데 약간 시간이 걸렸다.
「평안하니」
「네, 평안하세요. 다른 분들은？」
「아직인 모양이야. 반의 활동 같은 것으로 다들 바쁘겠지. 로사 기간티아는？」
「아, 오늘은 조금 늦으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미안하지만, 뭔가 좀 타다 줄래?」
　테이블 위에 빈 컵이 놓여져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컵에 들어있던 것은 홍차였던 것 같은데, 그걸 타면 되는 걸까?
「홍차로 괜찮으시겠어요？」
「그래, 종류는 맘대로 해」
　네라고 대답하고, 재빨리 홍차를 탈 준비를 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둘만 있었을 때는 사치코님께서 직접 타주셨는데, 그건 아직 손님이었기 때문에 그런 거고, 지금은 나도 여기 주인이 되었다는 말인가,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홍차 따른 컵을 사치코님께 건네 드렸다.
「고마워」
「아뇨, 그런데, 아까부터 무슨 생각하고 계신거죠?」
「……왕자님, 」
「헤？」
　말할까 말하지말까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속하며 내뱉은 말은 그런 단어였다.
「유미쨩은 남성이 어때？」
　어 그러니까……어떻게 말하면 되는걸까？
　왕자님에 대한 걸 생각하고 있고, 거기다, 난 남성이 어떠냐고?……아, 맞다, 남성혐오증에 대해선가, 
「전 괜찮아요……연년생의 동생도 있고요」
「그러니. 난……」
　거기까지 말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라도 만나보면 다르지 않을까 기대도 해봤지만……시마코에게 대신하게 한 것이 정답이었을지도 모르겠어」
　사치코님의 남성혐오증은 뿌리깊은 것일까? 하지만, 무언가 위화감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런데, 유미쨩의 동생은 어떤 사람이야？」
　이렇게 유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전개가 되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의문은 깊어져만 갔다. 
　아마 얼굴에 드러나 있을 거라고 생각은 되지만, 눈치 못챈 척 하고 계시고, 아까 말하는 태도로 봐서도 별로 건드려지고 싶지 않은 화제인 것 같기도 하고……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비스켓문을 열고 시마코양이 들어왔다.
「사치코님, 평안하세요」
「그래, 평안하니」
　두 사람 분의 발소리가 계단을 올라왔다. 소리만 듣고 그게 누구인지, 아직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대략정도라면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소리는 로사 기간티아와 로사 키넨시스일까?
　그리고, 시마코양이 연 채로 있던 문 너머로 딱 그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셨다. ……어라? 방금 전, 시마코양의 발소리는 들렸었나？
「흐～응, 동생군말이지～설마, 걔가 유미쨩 동생이었을 줄이야. 알았을 땐 좀 놀랐다니까」
　뭐, 그건 그렇고, 방금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하고 로사 키넨시스가 물어보신 그 때부터 유키 얘기는 연장전으로 돌입하게 되었다.
「아는 사이였어?」
「로사 키넨시스도 아는 애야. 하나데라 학원 1학년. 후쿠자와 유키」
「과연」
　키득키득 웃는 로사 키넨시스. 그거야 미스、하나데라 입상이었으니..
「언니도 알고 계셨어요？」
「그래, 」
　그 후, 로사 키넨시스의 입에서 새로운 사실이 발각. 단순한 입상이 아니라 무려 미스 선 이었던 모양이다.
　유키 얘기는, 그렇게나 모두들의 입맛에 맞았는지, 황장미 세 사람이 와 전원이 모이게 된 뒤에도 계속되었다.
「동생군 학원제에 올테니까, 게스트라는 형식으로 연극에 특별참가시켜 버리자」
「아하, 그것도 재밌겠네」
　로사 기간티아의 제안에 로사 페티다는 즉시 동의. 로사 키넨시스도 부정은 하지 않았다……이거야, 정말로 그렇게 되어 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앗, 그런가！전에 로사 기간티아가 유키의 신데렐라를 보고 싶다고 말했던 것을 지금 말한 거다！
　신데렐라역할을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엑스트라 하나로 될 것 같지만, 나도 좀 보고 싶고……동생아, 도망치지 마라？


　아침, 등교도중의 묘목길에서 사치코님의 모습을 발견했다. 
「평안하세요」
　그렇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사치코님은 아무 말도 안하시고, 약간 험악한 표정을 지으셨다. 
（뭐, 뭐야！？ 나 무슨 짓했나？？）
　약간 시간이 흐른 뒤, 표정을 풀고 나에게 다가오셔서 양손을 목 뒤로 감으셨다.
「에？」
　이건 설마……
「타이가 삐뚤어져 있구나」
「로사 기간티아는 별로 신경 안 쓰시는 것 같지만, 봉오리로서 몸가짐은 단정이 하도록 해」
　또, 또, 저질러버렸다……그것도, 봉오리로서라는 수식까지 덤으로 끼어서. 한순간 OTL을 리얼로 해버릴 뻔 했지만, 어떻게 간신히 견딜 수 있었다. 난 여자고……그런 문제가 아니지만
「평안하니, 시마코」
　내가 침울해져 있던 사이에 등교해온 시마코양에게, 사치코님이 말을 걸었다.
「평안하세요. 사치코님」
「아, 평안하세요」
　정신적 충격이 회복된 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시마코양에게 인사를 했다.
「평안하세요」
　이렇게 아침의 약간의 해프닝도 끝나고, 세 사람은 나란히 교정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침울해지긴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사치코님이 타이를 고쳐매주신 게 기쁘기도 해서, 좀 복잡한 기분을 안은 채 사치코님과 복도에게 헤어졌다. 
　사치코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크게 한번 한숨을 쉬었다.
　봉오리로서라……그렇다. 난 사치코님과 같은 봉오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거야, 확실히 2학년과 1학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애초에 그런 레벨의 차이가 아니라고……로사 페티다는 그렇게 말하시긴 했지만, 결국은 재밌어 하신데다.
　핫！……설마, 난 완구？그게 아니면 마스코트？
　…………………
「유미쨩, 무슨 일 있니？」
「헤？아, 우왁！로, 로사 키넨시스！」
　언제부터 거기에 계셨던 것일까. 로사 키넨시스가 바로 옆에 서서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계셨다. 
「평안하니」
「아, 네, 평안하세요」
「그래서, 무슨 일이야？괜찮으면 상담해줄게」
「아, 그게……어라？」
　어느 틈에 같이 있었던 시마코양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혼자서 백면상 하고 있는 모습이 기가 막혀서 혼자 먼저 가버린 걸까？
「어 그러니까……」
　그래서, 아침에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얘기하자, 로사 키넨시스은 키득키득 웃기 시작하셨다.
「그런 일로 그렇게까지 생각하다니, 유미쨩도 꽤나 성실하네」
　칭찬하는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째선지 기분이 불쾌해지지는 않았다.
「사치코도 그렇지만……애초에, 그런 걸로 봉오리로서 라는 말을 해버린다면, 세이는 어떻게 되겠어？」
　머리속을 스치는 로사 기간티아의 갖가지 모습……로사 키넨시스가 말하고 계시는 것이, 지금의 모습인지 봉오리 때의 모습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하고자 하시는 의미는 알았다.「그럼, 이제 슬슬 교실에 가보도록 해. 지각은 안돼」
「아, 네! 감사합니다!」
　로사 키넨시스께 인사를 하고 교실로 서둘러 갔다. 로사 기간티아에겐 좀 미안하지만, 덕분에 꽤나 마음이 편해져서, 오늘 아침 일은 기쁨 쪽이 커지게 되었다. 
　애초에 몸가짐에 조금 더 신경을 쓰자고 다짐했던 건 사실이었지만,


　점심시간. 그 말은 즉, 오늘의 수업은 다 끝났다는 말. 그리고 지금부터는 학원제의 준비로 바빠진 다는 말이다. 
　그런고로, 장미의 저택에서 요코와 도시락을 먹고나서, 오후 일정을 얘기하고 있는 거긴 한데……그『마빡』은 어디로 튀었지?
「내일은 비가 오니까, 오늘은 늦게까지 남는 애들도 있겠지」
「그건 허가를 받으면 되지만, 오히려 내일 비가 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쪽이 더 곤란해」
「맞는 말이야」
「교내방송으로 해볼까？」
「그렇지. 그것도 좋지만, 허가신청은 일괄로 받는 게 더 좋을 것 같고, 진행되는 상황의 확인도 해두고 싶어」
「그럼, 누군가 돌아보게 할까」
「그래, 그렇게하자」


　로사 키넨시스께 부탁받고 1학년 세 명은 제각각 반이나 동아리의 출전품의 진행상황을 들을 면서 돌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진행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목적도 있었긴 하지만, 그 외에도 밖에서 뭔가를 하는 곳에는 내일 비가 올 거라는 것을 알려주어 철저히 주의시키는 일과, 오늘 늦게까지 남는 곳은 허가를 산백합회가 일괄로 처리해주기 때문에 필요한지 어떤지를 확인하는 일도 맡겨졌다. 
「으～응, 좀 늦어질 것 같긴 하지만, 당일까지는 맞출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대답한 것은, 조소부의 부부장. 부장 분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일사불란하게 커다란 조각을 하고 있었다. 집중하는 데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인지 옆에『말을 걸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세워져있었다. 
「보아하니, 오늘은 제시간까지는 끝날 것 같고, 허가는 필요 없어. 신경써줘서 고마워」
　방해하는 건 미안하니, 재빨리 인사하고 나오기로 했다.
　그런 식으로, 여러 반들을 확인하면서, 결국 신문부의 차례가 왔다.
　그 신문부다. 
　당연한 얘기지만 세 명 모두 좋아서 이 부실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문 앞에서 세 명이 옆으로 나란히 서있다가, 문이 열리고 머리를 7:3으로 나눈 신문부 사람이 나왔다. 
「어라？평안하세요. 신문부에 무슨 볼일이라도？」
　그렇게 되어 우리들 앞에 있게 된 신문부의 부장은 츠키야마 미나코님……신문부는 ‘신문부의 활동에 대해’라는 주제로, 과거의 걸작집 같은 걸 전시하는 모양이다.
「전시 쪽은 전혀 문제없어. 뭐, 우리들 경우엔 학원제 후가 결전이지만」
　학원제 특집호로써 여러 가지를 할 예정으로, 그쪽이 더 중요한 일인가 보다. ……우리들 연극에 관해서도 지면이 할당되어 있으려나？
「아, 그렇지. 벌써 꽤 돌은 거야？」
「네, 상당히」
「그래서, 허가를 신청한 곳은 얼만큼 있어？」
「역시 내일 비가 오니까, 밖에서 작업하는 곳은 거의 신청했고요, 밖으로 나가진 않더라도 신청한 곳도 있습니다」
「그럼, 우리도 허가를 신청해줘」
「에？하지만, 문제없으시다고」
「학원제를 총괄하기 위해선 그 준비도 중요하잖아？」
　그 말은 즉, 그 준비를 취재한다는 말인 모양인데, 안 그래도 바쁜 곳에 얼굴 들이밀어서 문제나 일으키지 않으면 좋을 텐데……


　그리고, 옆의 부실인 사진부 차례가 되었다. 
　부장대행은 츠타코양. 
「실례하겠습니다」
　부실에는 학원제에 전시되어지리라 생각되어지는 크고 작은 패널이 몇 개인가 널려져 있었다.
「어서와, 셋이서 나란히 오늘은 무슨 일이실까？」
　가장 사이가 좋다는 이유로, 내가 설명했다.
「학원제의 출전품이나 전시물의 진행상황을 물어보려고 돌아다니고 있어」
「그래, 고생 많네. 우린 전혀 문제없어. 메인은 벌써 있고. 보시는대로 패널도 거의 다 되어있으니까…당일까지 무슨 좋은 사진을 찍게된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어라？이사진」
　시마코양이 널려져있는 패널 중 하나에서 눈을 멈추었다. 그것은, 나와 사치코님의 사진이었다. 
　아, 저렇게 커다란 패널이 되는 거였나……
「아……그 사진, 가장 잘 찍혔다고 생각하는 사진. 우리 메인 중에 하나가 될 예정이야」
　패널 쪽으로 걸어가서, 손으로 붙잡고 보고 있었다.
「……엄청 잘 찍혔구나」
「정말 사이가 좋아보여. 꼭 자매같아」
「시마코양 질투해？사치코님 동생은 유미양이 아니라 너잖아」
「그래, 그렇지」
　츠타코양의 말에 시마코양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특별히, 늦어질 만한 일은 없지？」
「아, 그래…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까」
「그럼, 이걸로 실례할게」
「아, 응」
　왠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츠타코양의 모습이 의아했지만, 시마코양을 따라서 같이 사진부의 부실을 나왔다.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어……
「일났네……」
　아니, 만약 시마코양이 이걸 보게 되면 그런 반응을 보일 거라는 것을 대강이지만 예상하고 있었다. 
　이 전의 시마코양의 분위기에서, 사실은 이걸 전시해야 하는 지도 조금 망설였지만, 산백합회의 멤버는 바쁠테고, 사치코님은 이 사진이 전시된다는 걸 알고 계시니까 문제는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건 방심이었다. 
　이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사건은, 너무나 크고, 거기다 뿌리 깊은 일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만약을 위해서라도, 산백합회의 누군가에게 이 일을 말해줘야 되는 거 아닐까……두 명의 장미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사자인 로사 기간티아 이외의 두 명에게 이 일을 말해둬야 하겠지.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서는 늦다. 빨리, 장미의 저택으로……
「…아차, 」
　부실을 나가려던 찰나, 생각이 났다. 일단 이 사진은 가지고 가는 게 좋겠지.
　스냅사이즈 사진을 한 장 지갑에 넣고 장미의 저택으로 발을 재촉했다.
　그렇게 도착은 했지만, 장미의 저택 안에 누가 있는 지는 밖에서는 알 길이 없었다.
　로사 키넨시스나 로사 페티다가 안 계시다면 들어가봤자 의미없는 일이고, 계시다고 해도 당사자이신 로사 기간티아나 사치코님도 같이 계시다면 마찬가지다. 
「……곤란한걸, 」
　장미님＝장미의 저택이라는 이미지만으로 온 것은 얕은 생각이었군. 서둘러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대체 어떡하면 좋을까……
「어머, 평안하니. 장미의 저택에 무슨 볼 일이라도？」
　장미의 저택 앞에서 망설이고 있던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바로 그 로사 페티다셨다.「로, 로사 페티다！？」
「그렇게 놀라다니 무슨 일 있니？」
「아……아뇨, 죄송합니다」
　이다지도 상황에 딱맞는 우연이 있을까. 하지만, 이건 이상적인 형태 중 하나다.
「평안하세요」
「평안하렴」
　재차 인사를 하고서 다시 얘기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네, 조금 할 얘기가……」
「……알겠어. 따라올래？」
　신경 써주신 거겠지. 바로 눈 앞의 장미의 저택이 아닌 다른 곳으로 데려가 주셨다.
　역시 장미님……이만한 역량을 가지신 분이고, 나같은 것 보다도 훨씬 당사자들의 일을 잘 보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홍장미도 백장미도 아닌 황장미……약간 떨어진 위치인,
　그런 로사 페티다에게 라면, 그냥 말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자, 이쪽이야」
「예？」
　로사 페티다는 대학 부지 쪽으로 걸어가셨다. 
「저기……그쪽은」
「오늘은 다들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누가 올지 알 수 없잖아？」
　대학 부지라면 일단 고등부 학생은 오지 않는다……는 말인가, 확실히 그건 그렇지만……
　그다지 납득된다고 생각할 수 없었지만, 로사 페티다를 따라 나도 대학 부지로 발을 옮겼다. 


「어서오세요」
　오늘도 아주머님께서 마중나와 주셨다. 
「실례하겠습니다」
　올라가자마자 곧바로 유미쨩 방으로 향했다. 
「그럼, 연습할까」
　난 대본을 보면서, 언니B 이외의 인물 대사를 읽었고, 유미쨩이 그것에 맞추어 언니B 대사나 몸동작을 해보였다. 
　역시 자신 이외의 역의 대사도 몇 번이나 듣고 있으면, 꽤 기억하고 있는 대사도 많다. 하지만, 자신의 근처는 보고 있지만, 관계없는 곳까지는 무리다. 그래도, 요코는 머릿속에 대본을 꼬박꼬박 다 외우고 있으니까 소름이 돋는다.
「여러분, 오늘 밤은 무도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그런고로, 무도회 장면이군」
「네」
　댄스 연습으로 넘어갔다. 콤보로 ＭＤ를 세트하고, 뮤직스타트.
　정말로 상당히 잘하게 되었다. 이것도, 선생이 좋아서일까? 하고 좀 우쭐해져봤다.
　뭐, 물론 유미쨩 자신이 노력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저녁 때가 되어서, 동생군이 그걸 알려주러 왔다. 
「사토씨, 식사 차렸으니까, 끝나면 내려오세요」
「응, 고마워. 금방 갈게」
「예」
　동생군이 나가고서, 유미쨩에게 그 얘기를 물어보았다.
「동생군한테 말했어？」
「아, 아뇨 안했는데요, 」
「그래, 그것도 괜찮지」
「정말로 할거죠？」
　그건 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이군. 응응, 유미쨩도 실물을 보고 싶을 테니까 말이지.
「로사 키넨시스라는 확실한 보증이 있는 이상 전혀 문제없어」


「유키~」
「응？왜？」
　욕실을 나와 거실에서 누워서 TV를 보고 있던 유키에게 말을 걸었다.
「일요일에 올거지？」
「그럴거야. 별로 할 일도 없고. 연극 기대하고 있을게」
（우후후）
　그 연극에 자신도 역할이 배정되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있잖아, 유미」
「왜？」
「나한테 뭔가 시킬거야？」
　들켰다！ 표정에 나온거야. 큰일이다, 만약 오지 않는다고 한다면……여러가지 의미로 곤란해. 좋아, 이 상황에선, 
「엄~마」
「왜~？」
　부엌에서 요리잡지를 펼치고 있던 엄마가 대답을 하셨다.
「일요일 물론 오실거죠」
「물론이지. 아아, 장미님 분들의 자태를……」
　망상의 세계로 날아가 이런 저런 말을 하고 계신다. 나도 참 대단한 엄마를 두었다.
　자, 그건 일단 제쳐두고 본제 쪽을 말하자
「유키도 꼭 데려와야 돼. 세 장미님께서 부탁하신 거니까」
「나한테 맡겨」
「자, 잠깐만 기다려봐~！！」
　나를 부여잡는 유키. 
「대, 대체 뭘 시키려는 거야~！」
　눈이 진심. 하지만, 당일까진 비밀.
「각오 하고 있어」
「야~~~~！！！」


　학원제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은 금요일은 아침부터 공교롭게도 비가 내렸다.
　어제 학교 안을 돌면서 철저히 주의를 시킨 결과일까. 좀 기쁘게도, 비 대책으로 밖에 둔 물품에는 시트가 덮어져 있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밖에서의 작업은 할 수 없고, 건물 사이를 이동하는 것도 힘들다. 그리고, 당연한 듯이 나도 이리 저리 옮겨다니며, 진심으로 비를 원망하고 있었다. 
　내일 모레는 맑은 날씨라는 것이 하다못해 위안일까……
　그런 속에도,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듯. 빗 속인데도, 밖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매우 걱정이 되었지만, 동시에 남을 걱정할 입장이 아니라는 기분도 들어왔다.
　일단, 매일 집에서 대본연습을 하고 있고, 어제도 로사 기간티아가 댄스 연습 상대를 해 주시긴 했지만, 다같이 연습을 맞춰볼 수 있는 것은 내일 총연습 때뿐이었다.
　재빨리 할 일을 끝마치고, 장미의 저택으로 돌아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일단, 차를 탈 준비를 하기로 했다. 자신이 마실 것과, 누군가 돌아 올 사람에게 줄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기품이 느껴지는 소리는……사치코님이 틀림없겠지. 사실, 기품을 느끼고 있는 건 나뿐일지도 모르지만,
「어머？유미쨩이 더 빨랐네」
「네, 저기, 차 괜찮으시겠어요？」
「응, 고마워」
　바로 사치코님 분의 차를 넣어 따뜻한 물을 부었다.


　장미의 저택으로 돌아가자, 유미쨩이 바로 차를 내주었다.
「여기요, 로사 기간티아」
「아, 땡큐~. 유미쨩 눈치 빠른데」
「별 말씀을요」
　얼마 지나지 않아 한명 한명 돌아왔다. 요시노쨩이 비에 맞아서인지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레이, 요시노쨩 데리고 집에 가줄래？」
「네」
「로사 페티다！」
「요시노쨩, 본무대는 모레야. 게다가, 내일은 우리들 연극 총연습이니까, 오늘 무리하게 하는 쪽이 곤란하다구」
　당연히, 요시노쨩 쪽이 항의를 해왔지만, 요코가 한마디 하자 묵묵히 돌아갈 채비를 시작했다. 같이 돌아갈 레이는 정말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이고 있다.
「그건 됐으니까, 제대로 공주님을 지켜줘」
「네」
　이렇게, 두명은 돌아갔다. 어떨 수 없다곤 하지만 두명이나 빠지게 되버리다니 타격이 크다. 요코가 직원회에 나가니까, 더욱이……상당히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럼, 지금부터 말인데, 난 직원회에 나가지 않으면 안돼. 업무를 분담하고 싶으니까, 일정같은 거 있으면 알려줄래？」
「전 위원회 소집이 있어서……」
　조금 미안하듯이 말해온 건 시마코. 
「그럼, 잠깐동안은 넷뿐이라는 말이네. 내가 밖에 나가볼테니까, 사무처리 세 명한테 부탁해도 되겠어？」
　빗 속을, 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임무를 에리코가 입후보했다.
「그렇게나 많았던가？」
　에리코가 세명이나 남기고 자신은 혼자서, 빗 속으로 나가겠다고 말했으니까……
「꽤 남아있어…」
　잠깐 기다려, 그 종이상자 안에 들은 게 전부？
「셋 다 잘 부탁해」
「아, 네」
「알겠습니다」
　유미쨩 쪽은 단순히 솔직하게 대답한 것이고, 사치코는 아마도 비 속을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말을 한 거겠지만……생각보다도 훨씬 많잖아, 이거……
「그럼 열심히해」
　이봐, 요코. 난 아직 좋다고 말 안했……싱긋 웃으면서 눈으로「부탁했지」라고 말하고 있다. 둘이 대답해버린 이상, 나도 세트라는 건가……
　일단은, 
「로사 키넨시스, 직원회 가기 전에 한잔 더 타줄래？」
「쿡. 좋아, 다른 사람도 더 마시고 싶으면 말해」

　종이상자 한가득인 서류도 셋이서 하면……이라고 말해도, 난 ‘이건 어떡하면 되죠?’라고 몇 번이나 두 사람에게 물어보고 있으니, 실질적으론 두 명＋α인 상황이지만……그럭저럭 정리되어 갔다. 
「여기서 잠깐 한숨 돌리자구」
「그러죠, 」
「그럼, 뭔가 타올게요. 뭘로 하시겠어요?」
「맨날 마시는 커피로 부탁해」
「난 녹차를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나는…사치코님과 같은 녹차로 해볼까. 
　재빨리 준비해서, 삼인분의 음료를 들고 돌아왔다.
「자, 드세요」
「고마워」
「음~, 유미쨩 녹차타왔네」
　좀 즐기는 듯한 눈빛으로 심통한 표정을 짓는 로사 기간티아. 
「아, 예. 왠지 마시고 싶어져서」
「마구마구 설탕 넣어도 괜찮은데」
「아니, 아무리 저라도 마구마구 정도는…」
「어머, 유미쨩은 단 걸 좋아하니?」
「아, 예」
「그래」
「사치코님은？」
「밀크와 설탕을 약간씩 넣어」
「뭐, 사치코의 경우는, 뭔가가 좋다고 말하기 전에 싫어하는 게 너무 많아서 문제지」
「맛없는 것은 좋아할 수 없어요」
　일단 나도 내 자리에 앉아 녹차를 마시며 담화에 끼어들기도 했다.
「그건 상관없지만, 시마코하고 도시락 나눠먹을 수 없지않아？」
「그렇지 않아요」
　은행을 좋아하는 시마코양과 싫어하는 사치코님이라, 아마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맞지 않겠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자매의 연결고리는 강하다는 것이다. 과연.
「사치코님 들은 굉장히 좋은 자매로 보여요」
「고마워………사실도 그렇다면 좋을텐데…」
「에？」
　작게 의외의 말을 중얼거렸다. 
「아……아냐, 잊어줘」
　방금한 말은 자기도 모르게 나온 말이다. 그런 식으로 한 말인가?……그렇다고 한다면, 
「유미쨩은 로사 기간티아랑 도시락 교환같은 거 하니?」
　내 생각을 제지하려는 듯이 물어왔다. 
「아뇨, 」
「그러고보니, 한 적이 없네. 이번에 해볼까? 다행히, 단 것도 좋아하니까」
「정말이세요?」
「응. 뭐, 인스턴트나 레토르트 중심이니까 카메라쨩같이 맛있지는 않겠지만, 그걸로도 괜찮다면」
　츠타코양의 도시락은 정말로 엄청났었지.
　로사 기간티아는 냉장식품은 얼린 채 도시락통에 넣어두면 점심때는 딱 알맞게 해동되어 있어서, 간단하게 그대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실체험이 담긴 얘기를 해주었다.
「어래? 로사 기간티아는 스스로 도시락 싸세요?」
「뭐 그렇지」
「대단하시네요. 저같은 건 엄마가 싸주시기만 하고, 전혀 혼자서 만든 적 없는데」
「별로 그래도 상관없지 않아? 좋은 엄마니까」
「유미쨩은 좋겠네」
「에?」
「난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도시락같은 건 소풍이나 운동회에 조차 가져가본 적이 없어」
「사치코는 역시 고용인이 만든 도시락?」
「대부분은 그래요. 주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헤에」　
　TV에서 봤던 커다란 가게같은 대주방에서 많은 요리사가 사치코님의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저로써는 어머니의 도시락 쪽을 좋아하지만……」
「사야코고모님이 어떻게 되셨어?」
　좋아하지만……이라니 그 후에 어떤 역설의 말이 들어올것인가?
「두려울 정도로 시간이 걸리셔서……」
　듣자니, 요리는 잘하시지만, 소풍을 갔다가 돌아왔는데도 아직도 만들고 계시는 듯……저녁밥을 먹어야하기 때문에, 그것은『도시락』이 아닌, 『저녁식사』로 명칭이 바뀌어 버린다고
　부자집 마나님이란……그런 걸까? 아니, 역시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사치코님의 어머님께선 어떤 분이실까? 사치코님 어머님이시니까, 역시 아름다운 분이시겠지. 이름은 사야코. 그리고, 요리는 그렇고……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량은 너무 적어서, 사야코라는 명찰을 달은 사치코님이 요리를 하고 계시는 장면밖엔 상상할 수 없었다. 아니, 그 이전의 문제일지도………
「정말로, 로사 기간티아는 유미쨩과 만나서 다행인 것 같아요」
「나도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아아, 하지만, 만약 사치코가 유미쨩에게 로자리오를 건내줬더라면 한방에 넘어갔을 거라고 생각해. 누가뭐래도 사치코의 팬이니까」
　팡팡하는 소리를 일으키며 내 등을 치는 로사 기간티아. 
　그것에 대해 사치코님은 싱긋 미소를 지어주셨다. 이미 다 들켰던 겁니까……당연한건가요, 그렇습니까, 네. 
「이런 동생은 어때?」
「그렇군요. 유미쨩같은 동생이었다면 분명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게 되겠죠」
　……전에 얘기하셨던 걸 다시 강조해서 말하시는 것 뿐, 그것도 그렇게 말해야하는 흐름에 말하신 거니까, 역시 기쁘지는 않다. 
「매일 즐거워. 게다가, 동생군, 아주머님같은 유미쨩가족도 재밌고, 분명 아주버님도 재밌는 분이시겠지?」
　아빠 죄송해요. 아빠도 동류로 취급받았어요.
「빨리, 그 유키씨를 만나고 싶네요」
　그렇게 말하고 키득키득 웃고 계시는 사치코님……
　뭐, 그런 얘기를 하면서 휴식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문득 로사 기간티아가 비스켓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로사 기간티아 무슨 일있으세요?」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
　로사 기간티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비스켓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다지 소리같은 건 듣지 못했는데, 누군가 있던 걸까?
　그리고 로사 기간티아가 연 문 반대편에는, 슬쩍 그 자리를 벗어나려던 시마코양이 있었다. 
「시마코!」
　사치코님의 목소리에 반응해서 계단을 내려가고 있던 시마코양이 천천히 돌아봤다. 그 눈에는 막 흐른 참인 눈물이 고여있었다. 
「시마」
　로사 기간티아가 이름을 부르려고 하자, 갑자기 굴러떨어진 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시끄럽게 계단을 달려내려갔다. 
「기다려!」
　사치코님이 로사 기간티아 옆을 지나쳐, 시마코양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셨다.
　시마코양은 어째서 슬쩍 벗어나려고 했던 것일까? 어째서, 저렇게 슬퍼보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인가? 나에겐 그 무엇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로사 기간티아?」
　로사 기간티아는 풀썩 어깨를 늘어트리고 터벅터벅 아까까지 앉아있던 의자로 돌아왔다. 내가 불러도 반응도 하지않고, 정말로 터벅터벅……
　아까까지 즐겁게 담소를 하고 있었는데, 시마코양이 온 뒤 갑자기 조용해져 버려서, 이제야 주룩주룩 내리고 있는 빗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후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