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을 들고 유미쨩네 교실에 가니,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인물과 마주쳤다. 차분한 공기를 내뿜으며 문 앞에 서 있던 것은……
「사치코？」
「어머, 로사 기간티아 평안하세요」
「평안하렴」
　사치코도 도시락통을 손에 들고 있다……는 말은, 
「기다리셨죠」
　그렇게 말하여 교실에서 도시락통을 들고 나온 시마코. 
　두 사람도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한 모양이다.
「로사 기간티아도 그러시군요」
「응, 뭐, 내 쪽은 좀 됐지만 말야」
「괜찮으시다면 같이 드시겠습니까？」
「아니, 사양할게. 기껏 자매끼리 보내는 시간을 방해하는 건 미안하니까」
「그렇습니까, 그럼, 먼저 실례」
　두 사람이 떠나가고, 그 대신에 유미쨩들이 도시락통을 들고 교실에서 나왔다.


　언제나처럼 옥상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그 때 얘깃거리로 유미쨩이 아까의 일을 언급했다.
「아까 사치코님이 시마코양을 마중하러 오신거지요？」
「응. 두 사람도 이렇게 같이 먹고 있겠지」
「어디서 먹고 있을까？」
「시마코는 언제나 은행나무 아래에서 먹고 있긴 한데, 사치코는 은행을 싫어하니까…」
「에？사치코님께선 은행을 싫어하세요？」
「응. 은행만이 아니라 사치코는 좋고 싫은 게 엄청나게 분명하다구. 아마 벚꽃도 싫어했었지」
「헤？ 벚꽃도？」
「그래서, 특히 봄에는 좀 우울해지거나 기운이 없어진다고나 할까. 그 사치코가 침울해져 있는 모습도 꽤나 볼만하지만」
　봄은 침울해져서 기운이 없었다. 만개하는 시기정도가 되면, 정말로 같은 인간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가 돼버려서, 무슨 소릴 해도 반응이 없으니까, 놀려도 별로 재미가 없었지. 게다가, 그 때는 나도 지금하곤 꽤 달랐었으니까……
　사치코 얘기를 하고 있자니 유미쨩이 무슨 생각에 빠져 백면상을 시작해버렸고, 카메라쨩이 유미쨩의 백면상을 찍기 시작했다. 이대로 내버려둬도 상관없지만, 필름 전부를 백면상으로 채워버리리는 것도 좀 그러니까……
「좀 찾아볼까」
　약간 큰 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옥상에서 학원 안을 둘러보면서 두 사람의 모습을 찾고 있자니, 노린 대로 유미쨩들도 내 옆으로 와서 같이 찾기 시작했다.
（장미의 저택만 아니라면 찾을 수 있겠는데, ）
「어라? 저기 보이는 두 사람, 사치코님하고 시마코양 아닌가요？」
「에！？」
　유미쨩이 가리킨 곳에 두 사람이 있긴 있었지만, 그 두 사람이 있던 장소에 좀 움찔했다.
　은행나무 아래가 아니라, 그 안에 한 그루만 섞여있는 벚꽃나무 아래였다. 확실히 아직 은행이 떨어지려면 조금 남았고, 지금은 벚꽃도 안 펴있는데다 여름 때와는 달리 송충이도 없긴 하지만, 저런 곳에서 사치코가 같이 도시락을 펼치고 있다니……
（사치코, 꽤나 힘쓰고 있군）
　그러고 보니 사치코 자신도 시마코를 동생으로 삼고 싶어 했었다. 시마코 안에는 아직도 나의 존재가 커다랗게 남아있으니까, 사치코도 언니로써 상당히 곤혹이겠지.
　……사치코의 팬인 유미쨩 안은 어떨까？


　장미의 저택 2층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밀어내고 연극연습.
　시마코가 신데렐라 역을 맡게 되긴 했지만, 괜찮을까? 신데렐라는 주역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계속 나오는데다, 그 대사의 분량도 압도적으로 많아서 결코 만만하지 않다.
「언니, 머리모양은 이걸로 어떠신 지요？」
「좋아. 그런데 신데렐라. 너도 무도회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오, 저는 가봤자 창피만 당할 뿐인걸요」
「어머, 의외로 자기 분수를 알고 있구나」
　그러나 아무래도 기우였던 모양이다. 
　그런데……이렇게 말하는 건 좀 미안하지만, 유미쨩보다도 더 연기를 잘했다. 집에서 상당한 연습을 했겠지. 
　아아, 하지만 자기도 그렇게 느꼈는지, 유미쨩 좀 침울해져 있는 것 같다. 고, 생각하고 있자니 백면상을 시작했다. 약간은 기쁜 듯한 얼굴을 하고서, 곧바로 미안하다는 듯한 얼굴로 바뀌었다……변함없이 아무리 봐도 질리질 않는다. 
「어머님, 다녀오세요」
「그래, 집 잘보고 있어라」
「……예, 」
　내 역이 시마코에게『언니』라고 불리는 두명의 언니역이 아니라, 계모여서 차라리 다행이었을 지도 모른다.
　


　오늘부터 무대연습이 시작된다. 
　제2체육관 무대를 빌려서 하는 연습인데, 일단은 우리 쪽에서 협력을 의뢰한 댄스부에게 협력을 얻어 댄스 연습.
　주역인 시마코양과, 또 한 사람의 주역의 대역인 레이님 두 명을 중심으로 스텝을 배웠다.
　댄스의 제대로 된 수업은 2학년부터 하기 때문에, 나로서 댄스 같은 건 정말 해본 일도 없는 것이었다. 같은 1학년인 시마코양은 괜찮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춰보니……엄청났다. 
　시마코양은 일본무용을 하고 있는 듯, 그 때문에 안무를 기억하는 건 특기일 거라고 로사 키넨시스가 말했다. 
　그치만, 주역인 두 사람보다도 훨씬 빛나고 있는 것이, 지금 댄스부 사람과 추고 있는 사치코님……과연 자타공인 진정한 아가씨. 
「유미쨩, 댄스는 전혀 해본 일이 없나보네」
「네」
　로사 기간티아에게 전에 말했을 때, 「괜찮아괜찮아,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줄테니까」라고 말했었지
「그럼, 약속한 대로 가르쳐줄게. 손, 내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로사 기간티아에게 댄스연습을 받게 되었다. 로사 기간티아는 웃어도 된다고 말해주셨지만, 몇 번이나 발을 밟아버려서 죄송할 따름이었다.
　점점, 아래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어서 주위를 볼 여유가 생기자, 자연스레 사치코님께 눈길이 가게 되었다. 우아하게 혼자서 스텝을 밟고 계신 사치코님……마치 그곳에 정말 상대가 있는 듯이 보였다. 역시 시마코양보다도 댄스를 잘한다는 점도 있지만, 나로선 사치코님께서 주역을 맡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아, 왕자님역이 진짜 레이님이었다면, 사치코님도 계속 주역을 하고 계셨을 텐데……
「왜, 옆을 보고 있는 걸까?」
「엑, 죄, 죄송합니다！！」
　지금 춤추고 있는 상대인 로사 기간티아를 보지 않고, 곁눈질을 하고 있던 것은 실례되는 행동이었다. 
「뭐, 됐어. 이제 슬슬 휴식할까」
　그리고, 댄스 연습이 끝난 후, 연극 연습을 한번 맞추어보게 되었는데, 이렇게 장미의 저택보다도 훨씬 넓은 무대에서, 그것도 댄스부라는 관객이 잔뜩 있는 앞에서 하는 거다보니, 상당히 기분도 달라져서, 꽤나 딱딱하게 연기를 해버렸다.
　그런 나에 비해서, 다른 사람들은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변함없이……아니, 정정. 사치코님은 심지어 더욱 빛나 보이셨다.



「아아, 유미쨩. 마침 좋을 때 만났네」
　방과 후가 되어, 오늘도 장미의 저택으로 가려고 하는데, 로사 페티다가 불러서 멈춰섰다.
　로사 페티다는 종이상자를 두 개 안고 있었다. 
「평안하세요, 로사 페티다. 무슨 일이세요？」
「이걸 대학자치부에 보내지 않으면 안돼서 말야, 좀 도와줘」
「네, 알겠습니다」
　로사 페티다에게서 한 쪽의 종이상자를 받아 들고 로사 페티다를 따라 대학 쪽으로 향했다. 
「이거, 뭔가 들어있나요?」
「학원제 초대권라던가 포스터라던가, 그런 것들」
「아아, 그렇군요」
　이렇게, 둘이서 대학 자치회에 초대권를 전달해주게 되었다.
　그리고……로사 페티다는 즐겁게 학원제 얘기로 고등부 ＯＧ이신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지만, 역시 난 있는 대로 긴장하고 있었다.
「조금 어디 들렀다 갈까」
　심적으로 지쳐 돌아가려는 길, 아직 대학 부지내인 곳에서 로사 페티다가 그런 소릴 내뱉으셨다. 
「에？들렀다 간다고요？」
「그래, 식당이 좋겠다. 도와준 답례로 내가 뭐하나 사줄게」
　그렇게 말하고 학생식당으로 발을 돌리는 로사 페티다. 
「그, 그런 보답 받을 정도의 일은」
「됐으니까 따라와」
　라고 말하는 것으로 딱 잘라버리고, 로사 페티다에게 붙잡혀 학생식당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시간대가 식사시간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식당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창가의 좋은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유미쨩은, 여기 처음와봐？」
「네, 」
「그래, 난 가끔 오는데」
「좋아요？」
「여기 식당은 독립채산제를 하고 있으니까, 매상 올리는 것도 도와줄 수 있으니까 좋겠지」
　그런 뜻으로 물어본 건 아니었지만, 로사 페티다에게 있어선 그런 문제인 모양이다.
「유미쨩이 산백합회에 들어와 줘서 다행이야」
「에？」
　먹기 시작한 지 얼마안돼 갑자기 그런 말을 하시는 로사 페티다. 또 백면상이라도 해버린 걸까？
「후훗, 지금까지 7명이 해왔으니까, 8명으로 늘었다는 건 좋은 일이잖아？
  게다가, 계속 공석이었던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 채워진 것도 그렇고」
　아아, 과연 그런 말인가, 산백합회 간부는 3색 각각의 장미님、봉오리、봉오리의 동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봉오리의 동생에 관해선, 바로 요 전까지 홍장미는 없었던데다, 내가 1학년이니까 당분간은 백장미는 공석이 되는 거긴하지만, 한편으로 행사에서 제대로된 역할분담을 해야할 봉오리가 없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곤란하다.  
　……그 말은 즉, 학원제가 끝나면 제대로된 역할분담을 하게 된다는 걸까, 사치코님, 레이님과 나란히 선 나……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두 분에겐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 난.
「그리고 무엇보다, 유미쨩 자체가 재밌으니까 더 이상 뭐가 더 필요해」
　지금, 틀림없이 이 분은 알고서 한거다……아무래도, 가지고 놀고 있었던 모양이다.
「세이도 좋은 동생을 찾아낸 것 같지？」
　그 동생에게 동의를 구해서 뭘 어쩔 생각일까？
「시마코 때는 시마코 때로 상당히 히트였었고, 세이는 인재발굴담당이네」
　확실히, 시마코양은 세이님과 만난 걸 계기로 산백합회에 들어왔다고 했었지.
「뭐, 산백합회뿐만이 아니라, 세이에게 있어서도 잘 된 일이지만」
「……저도 말입니까？」
「그래, 물론이지. 두 사람 다 정말로 대환영이야. 유미쨩이 들어와 준 다음부터 장미의 저택 분위기도 밝아졌고」
「……하지만, 시마코양에게 있어선 어떨까요？」
　전에 중립이라 자칭하고 있던 로사 페티다에게 물어본다. 시마코양은, 확실히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그건 현실이 억지로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거라는 말이 아닌가,
　로사 페티다는「시마코말이지」라고 작게 말하고서, 잠시동안 생각하는 듯 하다가 대답을 해주었다. 
「확실히 지금의 세이가 있는 건 시마코가 있어줬기 때문이고, 그건 시마코에게도 말해줘야겠지. 시오리양에 대해선 세이한테 들었지？」
「……네, 」
「전에 세이와는 천적이었지만, 요코덕분에 친구가 됐다고 말했었지」
「네」
「시오리양과 만나기 전의 세이는 뭐든지 삐딱하게 대하고 있는 것 같았어……정말 용케 그런 세이랑 친구가 됐었네」
　가볍게 웃는 로사 페티다. 
「고등부에 들어와서도, 그대로였었고, 내가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나랑은 다른 의미로 뭐에 대해서도 의욕이 없었지」
「요코는 계속 그런 세이를 걱정했지만,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 된 후도 그런 상태여서, 정말로 산백합회 일까지 걱정하게 되었었지」
　조금 자조도 섞인 나는 아직 여기에 없었던 과거의 이야기……
「그런 세이를 바꾼 것이 시오리양. 하지만, 세이는 너무 지나칠 정도로 빠져들었어. 그만큼 시오리양을 잃은 후엔 엄청 침울해있었지.
  난 거리를 두고서 깊게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요코랑 세이의 언니. 전 로사 기간티아 두사람이 옆에서 필사적으로 붙잡아줬어
  그 때는 정말로 위험했다고 생각해. 사람과 접촉했다는 것으로 깊게 상처 입은 반동으로 『사람이 사라진 낙원에서 살고 싶다』고 그런 식으로도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고」
　그 때 로사 기간티아가 말해준 일을 로사 페티다는 꽤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시마코와 만나서부터 그 위험이 없어졌었지. 그래도, 지금처럼 즐겁게 있게 된 건 최근 일이고, 거기엔 유미쨩의 존재도 커.
  한편으론 시마코도 비슷한 느낌이 있었지. 이유는 제쳐두고, 사람과의 연결고리를 가지려고 하지 않아, 가지고 싶지 않다고……그렇게 말야.
그래도 세이가 계기가 돼서, 우리들과의 연결고리가 생겼고, 자신이 있어야 할 입장의 장소도 생긴거지」
　로사 페티다의 눈으로 봐도, 당연한 것처럼 너무나 안타까운 두 사람끼리의 관계였었는데, 지금 둘은 자매가 아니다.
「시마코가 사치코의 로자리오를 받아들은 건, 세이가 유미쨩에게 로자리오를 건네줘버린 것보다도 전. 오히려, 유미쨩이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 된 건 이쪽이 원인이니까, 유미쨩이 이렇게 저렇게 한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나같은 지금까지 로사 기간티아와 전혀 연결고리같은 걸 갖지 않았던 사람이, 시마코양이 가장 얻고 싶었던 입장을 낼름 받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자매란 건 그렇게 무거운게 아니라니까. 그렇게 무거운 거라면 애저녁에 전통은 사라졌겠고, 애당초 나는 어떻게 되겠어？」
　가볍게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로사 페티다. 그랬다. 로사 키넨시스도 말했지만, 황장미는 레이님과 요시노양의 연결고리 쪽이 훨씬 특별한 것이었다.
「……하지만, 세이의 동생이 된 게 유미쨩같은……아니, 유미쨩이었기 때문에, 시마코가 얻게 된 것도 있는 것 같아」
「뭘 말입니까？」
　로사 페티다는 중얼거리는 듯이 말한 말이 이해할 수 없어서 물었지만, 대답은 웃음 뿐 그 의미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빨리 먹고 돌아가자. 너무 기다리게 하면, 로사 키넨시스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기다릴 테니까 말야」
　그, 그렇담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하고, 너무 서두른 탓에, 조금 리리안 학생답지 않은 모습으로 먹어버렸을 지도 몰랐다.



　오늘은 에리코와 같이 하교길을 걸었다. 
「…어째서, 에리코와 같이 가게 되었을려나」
「어머？ 불만인가보네」
「그런 건 아니지만, 뭔가 꾸미고 있는 것 같아」
　조금 봐줬으면 하는 게 있다고 해서, 남아서 에리코가 쓴 원고를 요코와 사치코와 같이 보고 있던 거였는데……이미 충분할 정도로 완성되어 있었던 데다, 요코 하나 한테만 보여주면 충분할 걸 테니까 뭔가가 있을 거다. 
「그렇게 대단한 건 없어, 가끔은 좀 세이랑 같이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래, 그럼, 뭔가 하고 싶은 말 정도는 있겠지？ 걸으면서 들을게」
「그렇지. 첫 번째는 유미쨩에 관한 건데, 용케도 그런 애를 만날 수 있었네」
「그건 무슨 의미야？」
「그 말대로야, 유미쨩같은 애가 네 동생이 되어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건 나도 생각한 것이다. 
「그 애를 소중히 해」
「물론 그럴거야」
「그리고, 두 번째는 요코에 대해서,」
　요코의 이름이 나오자 이야기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까 것은 확인일 뿐이고 이쪽이 진짜인가, 
「뭔데？」　
「요코에 대해선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아？ 무슨 의민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세이가 최종적으로 내린 결단에 자신의 존재가 무겁게 드리워져 버렸다고 한다면, 요코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무겁게, 이를테면, 요코에겐 지금까지 정말 민폐나 걱정을 끼쳤고, 그 한편으로 너무나 보답할 수 없을 만큼의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제 이 이상 부담을 짊어주지 않으려고, 걱정끼치지 않으려고. 그런 식으로 생각해서 대답을 내놓았다는 말인가, 
「이해한 모양이네」
「응. 하지만, 조금 자신없는걸」
「그렇겠지. 하지만, 요코가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잘 생각해보도록 해」
「고마워」
「인사를 들을 만한 일은 아니야」
　그 이후는, 그다지 아무래도 좋을 얘기를 나누면서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서 도착했다. 버스가 왔기 때문에 타기위해 정기권를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니……비어있었다.
「어라？아, 지갑이 없어」
「지갑？」
　다른 주머니나 가방도 뒤져봤지만 아무데도 없었다.
「정기권도 들어있으니까 그게 없으면 집에 못가」
「정말, 어디다가 두고 온 거 아니야？」
　지갑을 꺼내놓은 건……아아, 늦게 온 벌칙～이라고 말하면서 유미쨩에게 심부름을 시켰을 땐가, 
　하지만, 제대로 돌려받았으니까, 장미의 저택 어딘가에 그냥 두고 왔나？
「아마도 장미의 저택. 좀 보러 갔다 올게」
「기다려줄까？」
「아직도 할 얘기가 있다면 기다려줘」
「그래, 그럼, 오늘은 먼저 갈게, 평안하세요」
　에리코는 변함이 없다……버스는 에리코를 태우고, 나를 남기고 출발했다.
　어쨌거나, 빨리 집에 가기 위해서라도 서두르자.
　그래서, 장미의 저택에 돌아갔더니, 아직도 누군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아마 요코와 사치코겠지.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한마디 말하고 비스켓문을 열었다. 
「로사 기간티아」
「이거지？」
　그렇게 말하고 내 지갑을 건네주는 요코. 
「고마워」
「정말, 정신 똑바로 차려」
「미안미안……그런데, 둘 얘기하는 걸 방해한 건가？」
「돌아온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상관없어, 그것보다도 돌아오지 않은 쪽이 더 걱정됐을거야」
「아하하, 확실히, 」
「이제부터는 조심해」
「그렇게 할게」
　내가 돌아간 후에도, 계속 둘은 얘기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나데라학원학생회장, 카시와기 스구루. 
　……유키에게 나름대로 얘기는 들었었지만, 실물을 보는 건 상상보다도 훨씬 엄청난 일이라는 덜 알았다. 
「처음뵙겠습니다, 오가사와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첫대면……이라고 말해봤자, 세 장미님이나 레이님은 하나데라 학원제 관계로 벌써 면식이 있으니까, 사치코님과 우리들 1학년뿐이었긴 하지만,
　사치코님이 적극적으로 인사한 것에는 놀라버렸다. 이미 평판을 들었는지, 한편의 카시와기씨는 곤혹스러운 모습이었었지만, 
　아아, 하지만 사치코님. 미소는 미소였지만, 상당히 굳어있다. 과연, 꽤 무리하고 있는 모양이다.
「카시와기씨에게 의상을 시착시켜보고 싶은데 같이 가 주실래요？」
「예에, 물론」
　왕자역 의상도 수예부가 만들었었지, 아마 엄청날테지. 하지만 솔직히 왕자님의 의상엔 그다지 흥미 없었다. 
　

　체육관에 도착했을 때, 마침 사치코님과 시마코양이 댄스를 추고 있었다. 
　사치코님이 남성스텝을 밟고 시마코양을 리드하고 있었다……그건, 익숙하지 않았을 텐데도 대단했다. 시마코양도 잘 추고, 두 사람 다 아름다우니까 너무나 빛나고 있었다.
　좀 더 보고 싶었지만, 우리들가 있는 걸 눈치 챈 두 사람은 춤을 멈춰버렸다……어쩔 수 없지. 
　그리고, 댄스부와도 합류하고, 무도회 댄스장면을 맞춰보기로 했다.
「유미쨩 이쪽이야」
「네」
　로사 기간티아와 페어를 했다……언니B와 계모가 같이 춤을 춘다니, 잘 생각해보면 조금 허무해지는 얘기일지도 몰랐다.
　음악이 흐르기 시작해 모두가 춤추기 시작했다.
　왕자님역의 카시와기씨와 같이 춤추고 있는 신데렐라역의 시마코양. 역시 신경이 쓰여서 무대 중앙에서 춤추고 있는 둘에게 시선이 가버렸다.
　솔직히, 둘의 댄스는 대단한 것이었다. 당연……한 것일까？ 사치코님 이상으로 리드를 잘한다는 게 그 큰 이유. 그치만, 빛나 보이진 않았다.
　사치코님 이었기 때문에 나에겐 빛나 보인 거겠지. 이크, 또 딴 데 봐버렸네 하고……눈 앞에 로사 기간티아로 시선을 돌리자, 로사 기간티아도 두 사람 쪽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조금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로사 기간티아가 보고 있던 것은, 카시와기씨였을 지, 시마코양이었을 지는 알 수 없었지만, 
　둘이서 댄스 연습을 하는 걸로 제대로 돌아온 것은 조금 지난 뒤였다.
　몇 번인가 댄스의 집중 연습을 끝내고, 이번엔 연극 연습을 맞춰보기로 했다.
「그대의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겠습니까？」
「왕자님께 알려드릴 만한 이름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름이,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당신같이 아리따운 분의 이름이라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확실히 왕자 역할은 메인장면 뿐인 이유도 있어서, 대사는 적다. 그렇다고 해도 저기까지 완벽하게 해낼 줄이야……
　그에 비해, 난 몇 번이나 연습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몇 번이나 실수를 저질러버린다……조금 슬퍼졌다. 
「뭘 저딴 거랑 비교하고 있어？」
　휴식에 들어가자 로사 기간티아가 다가와서, 그런 말을 했다.
　저딴 거라니……그런가, 로사 기간티아는 카시와기씨를 싫어했었다.
　역시 귀중한 게스트니까, 격식모드로 나름대로 접대해주고 있긴 하지만, 들리지 않는 곳에선 상당히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만약, 완전히 따로 떨어져 연극연습을 했다고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좀 무서웠다. 
「저딴 건 열외중의 열외. 저딴 거랑 비교하면 인생만 피곤해진다구？」
　확실히, 문무양도에 생김새도 성격도 좋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존재와 비교해봤자, 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래？로사 기간티아 가방은？」
　돌아가는 길, 유미쨩과 같이 걷고 있자니, 갑자기 유미쨩이 그렇게 말했다.
「헤？」
　맞다, 왠지 몸이 가볍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가방을 안 들고 있었다. 그런 소릴 듣고서야 처음으로 눈치챘다. 
　장미의 저택에 두고 왔으려나？
「아아, 잠깐 가지러 갔다올테니까 기다려줄래？」
「네」
　유미쨩을 기다리게 하고 장미의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전에 지갑을 두고 온 게 얼마나 지났다고, 또 다시 가방을 두고 올 줄이야……만약 요코가 있다면 어떤 얼굴을 하고 기다리고 있을 지, 
　조금 겁먹으면서, 문을 열러 안으로 들어가니……위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시마코와 사치코인가？
　요코는 없겠지？ 그걸 확인하기 위한 이유와, 이대로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건 둘을 방해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계단을 조심조심 밟으며 올라가 비스켓문에 귀를 대고,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 들어보기도 했다. 
　요코가 아니더라도 사치코는 전의 그때에도 있었고……
　결과부터 말하자면, 요코는 없었다. 
「남자를 대해는 게 곤욕스럽다던가 그런 건 없지？」
「네, 」
「난 곤욕스러워. 집의 아버님도 할아버님도, 육친으로선 멋진 분들이시지만, 남성으로서는 경멸할 수 밖에 없는 분들이셔.
그런 집에서 태어나, 자라왔기 때문이지. 그치만……」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은 사치코의 집과 사치코의 남성혐오증에 대해서인가, 그 정도에 대해선 요코에게서 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하나데라에 가거나 얼굴을 마주대하는 걸 거부해왔다고,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얘기하기 괴로우시다면,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시마코……」
　진짜 이유인가……그게 무엇인지 신경은 쓰이지만, 이런 식으로 훔쳐 듣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겠지. 
　동생이 된 시마코에게 지금부터 얘기할 것인지 얘기하지 않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기서 가방을 가지러 안으로 들어가 방해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고, 여기서 계속 있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겠지.
　애시당초 요코처럼 집에 가서 공부를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오늘은 가방에 대해선 포기하고, 왔던 때랑 똑같이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맨손으로 제대로 기다리고 있는 유미쨩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니, 당연한 듯이 유미쨩은「어래？」라는 느낌의 표정을 지었다. 
「아아, 가방 무거워서 오늘은 냅두고 돌아가기로 했어. 장미의 저택에 두고 가면 아무도 훔쳐가진 않을 거 아냐」
「하, 하지만」
「난 요코처럼 집에 가서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정기권도 지갑 안에 있겠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 아니라구」
「나쁜 3학년이네요」
「그～래～, 나는, 불량하다구～」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하교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기다리렴」
　아침, 등교하는 도중, 마리아님 앞에서 불려져서「네」하고 대답을 하면서 목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봤다……그곳에 서 계신 건, 무려 사치코님！！
　이, 이건 언젠가와 똑같은 패턴은 아닌가요？ 서, 설마, 또 뭔가 몸가짐에 흐트러진 점이라도？ 이라고 생각은 해도, 사치코님 앞에서 허둥지둥 자기 몸가짐을 확인해볼 수도 없었다.
「평안하렴」
「펴, 평안하세요……저, 저기, 저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싱긋 미소를 지으시는 사치코님과, 뻗뻗하게 굳어있는 나……주위에는 어떤 식으로 비쳐지도 있을까？
　설마,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 저런 꼴이 하다니……그거야 로사 키넨시스 앙 뷔통도 화가 나시겠지』라던가, 『역시,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존재였네』라던가 생각하고 있지는 않겠지？
「그래, 유미쨩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헤？」
　있는 대로 나사 빠진 소리를 내버렸다. 부탁할 것？…나한테？
　아아, 애시당초, 미소를 짓고서 혼내는 일은 없겠지……그래도, 추태를 보였다는 패턴이 아니라서 정말로 다행이다.
「이거, 로사 기간티아가 잊고 가신 모양이야. 전해주겠니？」
　그렇게 말씀하시고서 건네주신 가방은, 확실하게 토요일에 무거우니까 장미의 저택에 두고 돌아간다고 말했던, 그것이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 때, 로사 기간티아가 말한 것을 사치코님께 말씀드린다면, 사치코님은 로사 기간티아를 어떻게 생각하실까……아무래도 사치코님께는 말할 수 없겠어.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건네받은 가방은……가벼웠다. 
「그럼, 부탁할게. 평안하렴」
「네, 평안하세요」
　그렇게 말하고 떠나가는 사치코님 앞에는 시마코양이 사치코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게 했지」
「아뇨, 」
　나보다도 한발먼저 두 사람은 출입구 쪽으로 나란히 걸어갔다.
　

　사치코님께 건네받은 가방을 들고 3학년 등나무반 교실로 갔다.
　아아, 역시 3학년 교실에 오는 건 긴장되는구나. 
「평안하렴, 후쿠자와 유미양. 로사 기간티아에게 볼일이 있어？」
　등나무반에서 마침 나온 3학년이 말을 걸어주었다. 좋은 타이밍이었다.
「펴, 평안하세요. 네, 네에, 그렇습니다」
「아……그런 모양이네」
　그 분의 시선은 내가 들고 있는 두 개의 가방을 향해 있었다.
「자, 들어와」
　그렇게 말하고 난 그 분을 따라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로사 기간티아～, 귀여운 동생이 네 분실물을 돌려주러 왔어」
　있는 대로 말해버리는 옆 분……그리고, 그 말을 들은 로사 기간티아가 돌아보아, 시선을 창문 쪽에서 우리들로 이동시켰다. 
「평안하렴. 아아, 일부러 가지고 와준거야.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 그것도 3학년 분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역시 부끄러웠지만, 기쁘기도 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도 귀엽네」
「좋지, 내 동생. 안 줄꺼야」
「아아, 그건 괜찮아. 유미양만큼 귀엽지는 않지만, 이미 손녀까지 있으니까, 이제 와서 받을 수도 없어」
「아아, 그거 참 불쌍하군」
「그래, 요시코는 미나만 예뻐해서, 최근엔 별로 만나지도 않고, 난 참 불쌍하지」
「아아 불쌍해. 엄청 불쌍해. 그런 불쌍한 천사……내가 안아줄까？」
「그렇지,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사양해둘게. 네 귀여운 동생앞이니까」
「그래애～」
　왠지 엄청난 걸 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이 분들은 평소에도 이런 대화를 하는 걸까？
　하지만, 로사 페티다는, 로사 기간티아가 같은 반의 친구도 몇 명밖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었는데……소수의 기억하고 있는 분이신걸까？
　……서, 설마,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분이랑 이런 대화를 할리는 없겠지？ 그렇겠지？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해주세요 로사 기간티아！
　하지만, 결국 내가 교실을 나갈 때까지, 로사 기간티아가 그 분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없었다………믿어도 되는 거겠죠？？



　오늘은 체육관을 쓰지 않기 때문에, 장미의 저택 2층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밀어내고 연습을 했다.
　그런 장소는, 산백합회만 쓰는 게 아니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 체육관을 쓸 수 있는 것은 이후 몇 번밖에 없는 듯, 연극 전체연습도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댄스 연습은 이제 여유가 없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주역급도 아니고 변두리에서 춤추는 거라고는 하지만, 본무대에서 상대의 발을 밟아버리거나, 넘어져버리면 어쩌지.
　자기 혼자서 충분하게 연습을 할 수 있을 만큼 난 능숙하지 못했다.

　돌아가는 길에 오늘 휴식시간에 생각한 걸 기억해내고 조금 우울해졌다.
　그러자, 같이 걷고 있던 로사 기간티아가 툭툭 어깨를 두드렸다.
「네？」
「걱정되면 특별연습 할까？」
「에？」
「댄스 일을 생각하고 있었지？」
「아, 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유미쨩만 좋다면 지금부터 유미쨩 집으로 가자」
「에？ 저희집 말입니까？」
「그래, 유미쨩 집에서 가정교사. 제대로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철저하게 가르쳐줄게」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고나서 눈치챘다……이대로 같이 돌아간다면, 절대로 엄마가 또 엄청난 일을 저지를 것이다.
　너무 위험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역시 배우고 싶으니까……
　대책으로 도중에 공중전화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 그 일을 전해두기로 했다. 엄청난 환영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엄청 패닉을 일으키는 사태만은 피할 수 있겠지.


「어서오세요」
　우리들이 돌아오는 걸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니 엄마도 참……
「실례하겠습니다」
「아뇨아뇨, 언제라도 마음껏 오세요. 뭐라고 하셔도 유미쨩의『언니』이시니까요」
　뭐, 상황을 보아선, 엄청난 준비를 한 것 같은 느낌은 없었다. 돌아오는 도중에 전화한 거니까, 그럴 시간은 없었다는 건가. 남은 문제는 저녁밥이 어떻게 될까 정도？
　현관에서의 인사를 끝내고 내 방으로 향했다……한편 엄마는 곧바로 부엌으로 달려가셨다. 
　우리들이 방 앞에 왔을 때, 유키가 자기 방에서 나왔다.
「아, 동생군, 안녕」
「사토씨,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쩐 일이십니까？」
「유미쨩의 댄스연습」
「에？ 댄스말씀입니까？」
「그래, 학원제에서 신데렐라 연극을 하게 됐는데, 그 안에서 무도회 장면이 있어서말야」
「헤에, 」
「괜찮다면 보러 와」
「네, 보러 가겠습니다」
　무심결에「에～！」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유키가 오게 된다면, 아, 아니, 그것만으로 끝날 리가 없다. 절대로 엄마가 올 거다. 경우에 따라선 아빠까지 끌고 올 정도의 기세가 될 지도 모른다……
　점점 절대로 실수해선 안 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좀 시끄러울지도 모르겠어, 미안해」
「아아, 전혀요. 괜찮습니다. 누나를 잘 부탁드립니다」
「응. 맡겨둬」
　이건, 꽤 긴장하지 않으면 안되겠어. ……로사 기간티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헤～, 이게 유미쨩 방이구나」라고 말하면서 킁킁 냄새를……맡다니, 이봐요 잠깐 기다려！
「응, 제대로 유미쨩 향기가 베어있구나」
「당연하잖아요……」
　무심결에 한숨이 새어나왔다……그러고보니 내 향기란 게 대체 뭘까？ 단 걸 좋아한다고 해도, 설탕이나 벌꿀 향기가 나는 건 아닐테고
「뭐, 재빨리 시작해볼까」
　조금 정신적으로 지쳐버렸다. 그래도 아마이긴 하지만 무사히, 로사 기간티아라는 가정교사에 의한 맨투맨 지도가 시작되게 되었다.
「그래그래. 그곳에서 조금 더 빨리 휙하고 돌아볼까」
　역시 나름대로 출 수는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더 연습하지 않으면. 


　그날 저녁은, 이전처럼 엉망진창이진 않았지만 역시나 상당한 진수성찬이었다. 아마 그 후 곧바로 장을 봐오셨겠지. 
「로사 기간티아, 무슨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런 와중에 질문을 해오시는 엄마. 다음에 왔을 때를 위해서 하는 질문이겠지.
「……그렇군요.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건 아니지만, 새간에서『어머니의 맛』이라고 하는 걸 좋아하지요」
　『어머니의 맛』이라니, 로사 기간티아네 가정환경이 복잡한 겁니까？
「우왁！」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문득 엄마 쪽을 바라보니 눈을 적시면서,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뚝뚝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무심결에 소리를 내버렸잖아요, 엄마, 엄마는 너무 반응이 쎄요.
「제가 대신 있는 힘껏 만들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싱긋 미소지으며 대답하는 로사 기간티아. 


　식사가 끝난 뒤, 잠깐 휴식을 하고 조금만 더 배우기로 했지만, 그 휴식시간에 로사 기간티아 쪽에서 아까 대화에 대해 말해왔다. 
「참고로, 우리집 엄마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제대로 밥 만들어주셔.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뭐, 소위 일단은 교육엄마 같은 거라서 말이야」
「그렇습니까, 그럼, 어째서？」
「유미쨩집에 놀러 올 때마다 그런 진수성찬을 계속 먹게 된다면, 살찔 테니까」
　농담처럼 말하는 로사 기간티아……하지만 사실은, 몇 번이나 그런 식으로 성대한 대접을 받을 수는 없다는, 그런 말이겠지. 그리고 또 한가지, 나랑 유키에 대해서도겠지. 특히 난 백면상이니까,
「그러고보니, 유미쨩은 공부 잘해？」
　책상 위에 꽂아있는 교과서무리에 눈을 멈추고, 그렇게 물어온 로사 기간티아. 
「아, 아뇨, 전혀……딱 중간 정도」
　세 장미님은 전부 학년 톱클래스의 성적이시라는 건 꽤 유명한 얘기다. 그거에 비한다면 정말로 전혀……그러고보니 시마코양은 반에서 톱클래스고, 사치코님의 성적이 나쁠 리가 없다. 레이님과 요시노양은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좋을테지. 나만 학교 성적에서도,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흐～응, 그럼, 시험기간에 들어가면, 공부 쪽의 가정교사를 해주까？」
「정말입니까！？……하지만, 로사 기간티아의 공부는？」
「으～응, 역시 매일 하는 건 무리겠지만, 원래부터 줄창 공부를 해대는 성격도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을까’라니 그게 대체 뭡니까……하지만, 그런가, 원래부터 두뇌구조가 상당히 다른가 보다. 물론, 로사 기간티아가 공부를 가르쳐주시는 건 굉장히 기쁜 일이긴 해도. 



　의상도 제대로 입고서, 전보다도 훨씬 호화스러운 연습이 되었다.
「오늘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확확 갈꺼야」
　그렇게 외치는 요코. 오늘은 도중까지밖에 무대를 사용할 수 없다. 반대로, 도중까지라도 사용할 수 있는 일은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메뉴는, 댄스를 한번 맞춰보고 연극 전체를 한번. 남은 시간엔,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걸를 한다고 되어있다.
「괜찮아, 제대로 출 수 있을테니까, 응」
　그렇게 유미쨩에게 말을 걸며 복돋아주고, 댄스부 부원과 페어를 짰다. 
　그때부터 매일 연습을 해왔지만, 나 이외가 상대라도 변함없이 춤출 수 있을까……곡에 맞추어 춤추기 시작했지만, 때때로 유미쨩 쪽으로 눈이 갔다.
　응, 잘 추고 있어, 다행이다. 
「유미쨩 잠깐」
　휴식에 들어가자 요코가 유미쨩을 불렀다. 
　아, 그렇게 제대로 잘 췄는데, 겁먹어 있다. 으～응, 이건 일단……
「꽤 능숙해졌구나」
　요코의 말이 끝난 후, 화악하고 표정이 밝아진 순간을 노려서, 뒤쪽에서 겨드랑이로 팔이 집어넣어 유미쨩을 안았다. 
「갸！！」
「그러니까, 그런 비명소리는 내지 말라니까」
「그, 그런 말을 하셔도……」
「로사 기간티아가 가르쳐준거야？」
「응, 댄스 가정교사를 해줬어」
「그래, 잘됐구나」
　싱긋하고 유미쨩에게 미소를 짓는 요코. 
「고맙습니다」
「로사 기간티아, 저기……슬슬 떨어져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러고보니, 안은 채였지. 
「아아, 그렇지. 그럼, 해방시켜줄까」
　문득, 요코는 우리들을 향해서 미소짓고 있었지만, 그 시선은 우리들의 뒤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곳을 바라보니……시마코와 사치코가 나란히 무언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요코는 사치코의 언니니까, 저쪽에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할지도 몰랐다.



「유미쨔～앙」
　교실을 나오는 참에 그렇게 나를 부른 목소리는 로사 페티다셨다. 
「평안하세요. 무슨 볼일이시라도？」
「점심에 일을 부탁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에？괜찮습니다만」
「고마워. 정문 쪽에 업자 분이 와계시니까 짐을 받아줬으면 좋겠어, 산백합회 사람이라고 말하면 알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할게」


　점심시간이 되어서, 로사 페티다에게 부탁받은 대로 정문으로 갔다. 
　이제 떨어지기 시작한 은행 열매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가로수길을 걸었다. 이제 곧 더 많이 떨어져서 이 은행 가로수는 엄청난 모습이 돼버리겠지
　정문 앞에서 택배업자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짐은 손수레로 가져온 종이상자 4개였다.
「산백합회 분이십니까？」
「네」
「여기 사인을 부탁드립니다」
　볼펜을 빌려서 전표에『후쿠자와 유미』라고 사인했다. 
「감사합니다」
「아뇨, 그럼」
　택배업자 분은 가까이에 세워둔 차를 타고 가셨다.
　그럼, 이걸 장미의 저택에 들고 가지 않으면. 
　드륵드륵하고 소리를 내며, 손수레를 끌었다……문득 정신을 차리자, 은행열매를 손수레의 타이어가 터트려버리고 있었다.
「아아……별 수 없나」
　한 개나 열 개나 마찬가지니까, 그렇다면 재빨리 끝내치우고 도시락 먹으러 가자고 서두르고 있으니, 은행나무 아래에서 사치코님과 시마코양이 은행열매를 줍고 있는 것을 보고 멈춰 섰다. 
「어래, 시마코양과 사치코님？」
　사치코님은 은행 싫어하시는 게 아니었나？
　그 벚꽃나무 아래에서 도시락을 펼치고 있는 것만으로도 로사 기간티아가 놀랐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은 걸까.
「밟아서 뭉개지만 않는다면 그다지 냄새는 나지 않아요. 모두가 다니는 길은 좀 심하긴 하지만, 」
「확실히 그렇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어머, 유미양」
　시마코양는 나를 알아챈 듯 말을 걸어왔다. 
「평안하세요」
「평안하세요. 이제부터 두 분이서 도시락 드십니까？」
「그래, 시마코가 추천하는 장소에서 말야」
　줏은 은행을 담은 봉지를 손에 들고 기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시마코양. 저거, 아마 먹을 생각이겠지. 은행을 좋아하는 시마코양……솔직히 보이는 이미지와는 꽤나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유미쨩은, 일이니？」
「아, 네, 이걸 장미의 저택에 전달하러 가는 길이예요」
「그래. 괜찮다면 그 후에 같이 도시락을 먹지 않을래？」
「아뇨, 로사 기간티아 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래. 그거 유감이구나」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그럼 평안하세요」
「평안하렴」
　사치코님께 인사를 드리고, 손수레를 끌기 시작했다. 
「시마코, 무슨 일 있니？」
「아뇨, 아무 것도 아니예요. 그것보다도 도시락 먹지요」
「그래」
　어쩐지 나에게 향하고 있던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다른 사람들을 너무 기다리게 할 수도 없어서 급하게 돌아가기로 했다.



후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