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등교하여 교실에 들어가자, 무슨 일인지 중앙 쪽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설마, 아이돌이 왔을 리도 없을 테고,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지.
「아, 왔다왔다」
  내가 등교해 온 것을 보고 기쁜 듯 소리지르고 있는 그 분은, 확실히 아이돌 같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당최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는 분이었다.
「로, 로사 페티다!?」
「평안하렴 유미쨩」
「평안하세요. 어, 어째서, 여길?」
「로사 기간티아랑 꽤나 친하게 지내고 있나본데」
「에?」
  갑자기 화제가 바뀌었다.
「카와라판에 실려있었어」
「에에!!?」
  그렇게 말하면서 건넨 카와라판에는, 어제의 로사 기간티아와의 데이트 때의 사진이 확실히 실려있었다.
「정말로 친해보이네」
  이게 카와라판 이라는 말은, 이미 학원 내에 쫙 퍼져있다는 것과 같은 말로.......으아아아아
「잘 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야. 유미쨩 축하해」
「아......」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까? 고 생각하다가, 「아」에서 이은 말로 생각난 것은 「감사합니다」였다.
「그럼, 그걸 말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그럼, 평안하렴」
「아?......네, 네, 평안하세요」
  정말로 그걸 말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나? 그것만 말하고 로사 페티다는 교실을 나가셨다. 
「축하해 유미양」
「헤?」
　최초의 한사람을 기점으로「축하해」커텐콜이 나에게 쏟아져 깜짝 놀랐다.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어쩌면, 로사 페티다가 나를 인정했다는 사실 하나로, 다른 사람도 단번에 인정해버렸다는 건가?……그렇다는 것은, 로사 페티다는 이렇게 되게 만들기 위해서 여기에 오셨었다는 말이 되겠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단 주위가 진정되서 나는 자리에 앉았다.
「평안하세요. 정말로 데이트갔었구나」
「아, 응. 평안하세요」
「그 얘기 들려줄래?」
　카츠라양, 눈이 빛나고 있다. 무심결에 몸이 움츠려서,「나, 나중에」라고 대답하는 게 겨우였다.
　데이트보다도 우리집의 엄마 쪽이 더 얘깃거리가 될지도? 라고 문득 생각했지만, 아무리 뭐라해도 가족이 그런 오버를 벌인 일은 말하기 너무 창피하니까, 그 부분은 빼고 얘기하자.


　점심시간, 장미의 저택에서 요코의 잔소리.
　왠지,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내용과 분위기는 상당히 달랐다.
　테이블 위에 놓아져있는 것은 리리안 카와라판. 아무래도, 데이트하는 동안 미나코에게 스토킹을 당해버린 모양이다. 그 때 그건 카메라 플래쉬였던 건가……
「좀 더, 이런 일은 신경써줬으면 좋겠어
  특히 유미쨩은 이런 일, 서투르달까 싫어한다까, 그런 느낌이잖아?
  네가 이런 일에서조차 유미쨩을 지키지 못한다면 안 되잖아」
　요코가 말한 것은 정말로 지당한 말이었다.
「유미쨩에게 조심하라고 말한다해도 무리겠고, 네가 조심하는 수밖에」
　물론 에리코도 같은 의견.
「그럴게」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 된 이상은, 슬슬 이런 주목을 받는 것도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치만, 그렇게 될 때까지는 내가 이런 사건에서 보호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장미의 저택에서 돌아가려는 도중, 출입구 앞에서 시마코가 보였다.
　아마, 오늘도 매일 그렇듯이 은행나무 아래서 점심을 먹고, 지금 돌아가고 있는 걸테지.
「아, 시마코」
　나는 말을 걸었다. 그러나 시마코 쪽은 못 들었는지, 그대로 1?2학년 출입구로 사라져버렸다.
「가자고」
「아, 응」
　못 들은 건 어쩔 수 없다고는 하나, 왠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든 채로, 두사람과 같이 3학년 출입구로 들어갔다.


　방과후, 시마코양이 위원회 일로 늦게 장미의 저택에 도착해온 걸로, 오늘 출석자가 전원 모였다. 오늘은 요시노양이 몸이 안 좋아 조퇴해버려서, 레이님도 같이 조퇴. 때문에 오늘은 두사람 다 오지 않는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요시노양은 몸이 그렇게나 약한 걸까? 그렇다고 한다면, 언제나 레이님이 요시노양을 보호해주는 기사역할을 맡고 있는 듯이 보여 지는 것도, 무슨 관계가 있을 지도 모른다.
「두 명 대사는 누가 읽어줄래?」
　해야할 일을 끝내고 오늘도 대본읽기에 들어갔지만, 언니Ａ도 왕자님도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이니까, 두 명이 빠져버린 구멍을 누군가가 메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로사 키넨시스가 해도 괜찮지 않아？」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재미가 없네……」
　그런 말을 하고, 모여있는 일동을 돌아보는 로사 키넨시스……그리고, 그 시선은 어째선지 내가 있는 곳에 멈춰섰다.
「그렇지. 유미쨩이 해보지 않을래？」
「우에엑！？」
　로사 기간티아의 제안에 대해 로사 키넨시스가 대답한 제안은,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그런 거 절대로 무리예요. 당연하죠.
「역시 싫어하는 구나. 그렇다면, 로사 페티다에게 부탁하지 뭐」
「동생 대신이니까 어쩔 수 없네. 언니Ａ 쪽은 부탁해도 될까？」
「응, 알았어」
　왠지 유감스럽다는 듯이 보여집니다만, 대본을 읽는 것 만이라곤 하지만 이런 제가 왕자님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그게 아니라, 어쩌면 그런 나를 보고 즐긴 다던가？ 연습이 안 되잖아요, 그럼……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도 얘기는 진행되어 갔다.
「신데렐라, 너 시킨 걸 제대로 한 게 아무것도 없잖아.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면, 대체 뭘 할 수 있다는 거니?」
「죄, 죄송합니다」
　신데렐라 역의 사치코님이 좀 위축돼 보인다……
「신데렐라！！」
「네, 네！」
　죄송합니다, 로사 키넨시스 너무 박력이 넘쳐요. 주역을 위축시켜 버리는 건 문제 있습니다.


　로사 기간티아와 같이 돌아가면서, 아까 연습 때의 얘기를 했다.
「로사 키넨시스의 박력이 엄청나서 깜짝 놀랬어요」
「그러야, 진짜 언니니까 그렇겠지. 게다가 작년엔 진짜 그런 느낌이었을 때도 있었어」
「에！？그런가요！？」
　로사 키넨시스가 심술맞은 언니？……말도 안돼
「그게 아니라. 사치코를 위해서 그런 거야」
「헤？」
「사치코네 집이 좀 그렇잖아. 그러니까 상당한 양의 교습 받는 게 있었던 모양인데, 꽤나 무리하는 것 같아서, 요코는 그것들을 전부 그만두게 해버렸다는 거지. 이게 또」
　사치코님은, 오가사와라재벌의 영양. 그러니까, 정말 상당한 양이었겠지. 무리를 했다곤 말했지만 그걸 제대로 다 하고 있었던 중학생 사치코님도 대단하고, 그것들을 전부 그만두게 해버린 고2의 로사 키넨시스도 대단하다.
「아아, 그건 그렇고 유미쨩이 하는 왕자님 보고 싶었는데～」
　로사 키넨시스 얘기가 끝나자, 이번엔 나에게 초점이 이동되었다.
「그런 소릴하셔도, 제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본 무대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닳는 것도 아닌데 좀 해주면 어때」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러자 흥하고 토라진 듯, 보고 싶었는데～보고 싶었는데～하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이분 대체 올해로 몇 살 이신지？
「뭐, 아무렴 어때. 아, 그렇지. 너네 동생이 신데렐라 하는 것도 재밌겠다」
　이번엔 손을 두드리며,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하는 로사 기간티아.
「헤? 유키 말씀이세요?」
「응, 그래」
　으으으으음. 우리 동생이, 로사 기간티아랑 무슨 일 있었던 걸까?
「후쿠자와 남매의 왕자님과 신데렐라. 으~응, 좋쿠나」
　또 그런 얘기를,
　게다가, 여자인 내가 왕자님이고, 남자인 유키가 신데렐라라니, 뭐가 뭔지……
「아, 버스 왔다. 서둘러！」
　라고 말하고, 갑자기 얘기를 끊고 달려가는 로사 기간티아. 돌연 홀로 남겨졌지만, 나도 당황해서 버스 정류장을 향해 달렸다.


　오늘은 혼자서 장미의 저택에 왔다.
　전에는 혼자서 오면 상당히 긴장되었었지만, 지금은 그런 긴장은 되지 않았다. 이젠 나 스스로도 여기의 주인이라는 걸 인정했다는 말인가?
　아마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연극부의 사람들이나, 우리 반 모두들에게도 인정받았기 때문이겠지.
　그러고 보니, 그 때는 사치코님만 계셔서, 단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했었었지……
　이 비스켓문 뒤에 사치코님 혼자 계신다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문을 여니, 그 언니되시는 로사 키넨시스가 혼자 차를 마시고 계셨다.
「어머, 평안하렴」
「평안하세요」
「녹차로 괜찮다면 타줄게」
「아, 아뇨, 제, 제가 하겠습니다」
「됐으니까, 앉아서 기다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그 말대로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자,」
「고맙습니다
  저기, 다른 분들은?」
　타주신 차를 한모금 마신 뒤 물었다.
「아직 안 왔는데, 마침 잘됐다. 한번쯤, 유미쨩이랑 단 둘이 얘기하고 싶었어」
　로사 키넨시스와 단 둘이 얘기를……대, 대체 무슨 얘기일까, 이런저런 상상을 해버려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자자,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돼. 조금 세이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게 있는 것 뿐이니까.」
　세이…로사 기간티아에 대해서.
「꽤나 너네 둘 사이좋은 모양인데, 세이의 동생이 된 걸 잘됐다고 생각해?」
「아, 예……로사 기간티아와 사이좋게 된 것은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건 다행이다」
　상냥하세 미소를 지어 그렇게 대답하셨지만,
「하, 하지만, 동생이라던가 언니라던가 그런 거, 전혀 모르는데도, 괜찮을까요?」
　그렇게 묻자 로사 키넨시스는 작게 웃으시며, 그 대답을 해주셨다.
「그걸로 된거 아닐까? 자매의 형태라는 건 그 자매에 따라 정말로 제각각이니까 
이를테면……황장미가 제일 알기 쉬울까? 레이와 요시노쨩은 사촌지간이니까 집도 이웃인데다 소꿉친구. 실제로 자매가 되는 걸 전부터 약속해왔던 둘. 그거에 비해 로사 페티다와 레이 사이엔 그런 게 없어, 같은 자매라 해도 상당히 다르지. 」
「자매의 형태같은 건 둘이서 정하면 되는 거고, 자연히 그렇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 제도적인 걸로 말하자면 동생을 지도해서 이끄는 게 언니의 역할이지만」
「네에」
　그러고보니, 로사 페티다도 같이 있어서 즐겁다면 자매가 되면 되는거고, 즐겁지 않다면 안되면 되는 거라고 말하셨지……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래도 확 느낌이 안온다.
「아마, 확 느낌이 안 오겠지만, 난『감싸주는 게 언니. 동생은 버팀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만약, 무슨 일이 있을 때 기억해준다면 기쁠거야. ……그런 언니고 말이야」
　싱글벙글한 표정과 어조로 말씀하셨지만, 마지막 말만은 무슨 생각하신 게 있었던 걸까, 조금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을 묻는다해도 대답해주지 않을거라 생각했다.「그럼, 대충 정리도 됐고 여기서 얘기를 끝마칠까」
　로사 키넨시스가 그렇게 말한 직후에 계단을 올라와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감싸주는 게 언니. 동생은 버팀목』이라……역시 느낌이 안온다. 하지만, 머릿속에 확실하게 넣어두기로 했다.
　결국, 어제 조퇴해버린 요시노양은 오늘 학교를 결석해서, 레이님도 재빨리 돌아가버리셔서, 어제와 같은 배역으로 연습하게 되었다.
　로사 기간티아는 나를 왕자역으로~ 라고 말은 안하셨지만, 어제 유키에게 추궁해 불게 만든 사실에 의하면, 하나데라 학원제는『미스?하나데라』였던 모양으로, 유키도 입상했다나 뭐라나. 그걸 듣고, 나도 유키의 신데렐라를 보고 싶어졌다는 건 본인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로사 기간티아. 좋은 동생이 생기신 걸, 축하드립니다」
　장미의 저택으로 향하는 복도를 걷고 있자니, 머리 긴 소녀가 그렇게 말해왔다,
　오늘은 축하?냉소 등등 꽤나 많이 들었지만, 왠지 이 아이의 말은 신경이 쓰였다. 확실히, 예쁜 애긴 한데……
「……고마워」
「그럼, 평안하세요」
　어째서일까? 별로 닮지도 않았는데, 재빨리 퇴장한 아까 그 애가 시마코와 겹쳐보였다.（어째서？）
「「「로사 기간티아 평안하세요」」」
　생각을 중단시킨 세 개의 목소리에 평소처럼「평안하렴」이라 대답했다.
  뭐, 모르는 애였으니까, 별로 신경 안써도 되겠지.


　교실 청소를 마치고,「그럼 장미의 저택으로 가볼까」하고 복도를 걷고 있자니, 국화반 교실에서 요시노양의 모습을 발견해서 멈춰섰다.
「요시노양?」
「아아, 유미양」
　언제나처럼 귀엽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국화반도 이미 청소를 끝내고 있는 듯해, 요시노양 혼자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은 없었다.
「오늘은, 등교했었구나」
「응, 어제는 너무 몸이 안좋아서, 레이쨩이 못가게 했지만, 오늘은 나아져서」
　『레이쨩』……평소에는 그렇게 부르고 있는 걸테지. 확실히 자매의 형태는 여러 가지 있는 모양이다.
「요시노양 혼자?」
「그래. 어제 분의 노트를 배끼고 있었어」
　책상 위에는 여러권의 노트가 놓아져 있었다. 나도 배껴본 적이 있지만, 꽤 힘든 작업인 것이다.
「힘들겠다」
「조금만 있으면 되니까, 기다려줄래?」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작업을 재개했다. 그렇다는 것은, 여기있어도 된다는 말이구나. 그렇게 판단해서 의자를 당겨 요시노양 앞에 앉았다.
「됐다, 끝났어」
　샤프를 내려놓고, 탁하고 노트를 닫았다.
　그 후, 요시노양이 어떻게 보이냐는 얘기로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 레이님이「기다렸지」하고 말하며 들어오셨다.
「어라? 유미쨩도 같이 있었어?」
「아, 전 잠깐 지나가는 도중에. 이제 곧 갈테니까요」
「유미양. 뭘, 신경써주고 있는거야?」
「그래. 우리들은 어제오늘 자매가 된 사이도 아니니까, 그렇게 들러붙지도 않는다구」
　둘에게서 동시공격을 먹어버렸다. 들러붙는가니……확실히, 로사 기간티아랑은 이런저런 일이 있었긴 하지만.
「동생이 생겨서 로사 기간티아는 정말로 즐거우신가봐」
「응. 정말이야. 옛날 로사 기간티아랑은 전혀 달라」
「에? 옛날 로사 기간티아라니?」
「아……」
　레이님의 ‘아차’하는 표정……그런가, 시오리님에 대한 얘기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지금처럼 웃거나 그러지 못했겠지.
「으~응, 나도 그때는 1학년이었고 자세하게는 못 들었지만, 터부같은 걸까나? 알고 있는 사람 모두가 입을 다물고 대답을 안하는 모양이야」
「흐~응」
「어쨌거나, 그 때 로사 기간티아는, 지금처럼 즐거워하고 있었던 일이 없었지만, 지금 유미쨩과 같이 있어서 정말로 즐거우신거겠지」
　라고 말하며,「애당초 유미쨩 덕분에 즐거운 건 로사 기간티아만이 아니지만」하고 덧붙였다. 그리고 요시노양이「우리들도야」라고 말하며 가볍게 윙크했다.
　그런 말을 해도, 역시 솔직하게 기뻐할 수가 없는데요……그래, 난 지금의 로사 기간티아밖에 본 적이 없지만, 좀 더 여러 가지 로사 기간티아가 있었구나.
「그럼, 언제까지나 여기서 얘기하고 있을 수만도 없으니, 장미의 저택에 가볼까?」
　이렇게 레이님, 요시노양 두 사람에 내가 더해진 보기 드문 일행으로 장미의 저택에 향했다.


　유미쨩이 레이와 요시노쨩 두 사람과 같이 들어왔다.
　오늘은 둘도 제대로 나와서, 오늘에야말로 대역 없이도 할 수 있게 된 모양이다.
「보기 드문 일행이네」
　옆자리에 앉은 유미쨩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렇죠. 오는 도중에 교실에 있는 요시노양을 보고, 얘기하다 왔거든요」
「그래」
　그러다가 레이가 요시노쨩을 데리러 왔다. 그런 내용이겠지.
　이젠 완전히 유미쨩도 이곳에 익숙해졌다고, 같이 잡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휙하고 컵을 기울였다……비어있었다.
「아, 유미쨩 한 컵 부탁해도 될까?」
「네, 다른 분은?」
「그래. 나도 타줄래?」
　난 커피로, 요코와 레이는 녹차, 에리코와 사치코는 홍차. 그렇게 나뉘어졌다. 결국 1학년 셋이서 타게 되었다.
「여기요」
「고마워」
　건네어진 커피를 받아 한모금마셨다……달군. 아니, 그렇다기보다 너무 달아, 이거
　옆에 있는 유미쨩을 보니「욱」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마시고 있는 건 커피니까, 내 꺼랑 바꿔치기된 모양이다.
　유미쨩이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자, 그 옆에 컵을 두고 유미쨩이 마시고 있던 쪽의 컵을 집었다.
「아」
「이걸로 원래대로 된거지」
　응, 제대로된 블랙. 이건 유미쨩에겐 좀 마시기 힘들겠지.
「로사 기간티아는, 로사 키넨시스랑은 다르게 동생한테 상냥하네」
　계속 보고 있었던 듯 에리코가 음흉하다고 해도 좋을만큼의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어머? 내가 그렇게 엄한가?」
「네가 엄하지 않을 때도 있나? 안 그래, 사치코」
　실제로 엄하니까 대답을 요구당한 사치코가 곤란해 하고 있다.
　물론, 요코는 엄하긴 하지만 상냥할 때는 상냥하다……사치코뿐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하지만 내가, 언니로서 엄하게 지도한다는 건 상상도 안된다. 나 자신이 이런 것도 있겠지만, 유미쨩의 성격도 한 가지 이유인 듯 하다.
　……시마코가 내 동생이 되었었더라면 어땠을까?


「후쿠자와 유미양？」
　음악실 청소를 마치고 복도를 걷고 있는데, 머리가 긴 사람이 말을 걸었다.
　카와라판의 1면을 장식하고 있었으니(사진첨부),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꽤 많았다.
「네, 그렇습니다. 평안하세요」
「평안하세요. 음악실 청소당번?」
「아, 네」
「언제나, 고마워요」
　무슨 의미인지 한순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손에 악보가 들려있는 걸 눈치채고 이해했다. 그녀는 합창부인지 관현악부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악관련의 동아리에 소속해 있는 거겠지.
「별 말씀을요」
「그러고보니, 아직 이름을 말 안했네요. 유미양은 날 모르는데 나만 이름을 알고있는 건 불공평하죠」
　난 그런 거 신경 안 쓰는데…라고 생각해버린 건 꽤나 실례되는 일이었다.
「내 이름은 카니나 시즈카예요」
「시즈카님이시군요」
「그래요, 기억해준다면 기쁘겠어요
  아, 유미양은 지금부터 장미의 저택으로 가는건가요?」
「아, 네」
「불러 세워서 미안해요」
「아,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요, 그거 다행이네요. 그럼 평안하세요.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
　시즈카님은 어째선지 마지막만 나를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라 불렀다. 그것도, 무슨 생각을 감추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어째서일까?）
　라고, 생각은 해보았지만, 오늘은 로사 기간티아가 늦게 오신다는 걸 전해야한다는 게 떠올랐다. 전해야 할 동생인 자신조차 늦어버리면 문제가 될거라 생각해서 장미의 저택으로 서둘러 가기로 했다.


　오늘 로사 기간티아는 늦게 오실 거라는 것을 로사 페티다에게 전했다.
「그래, 로사 키넨시스도 늦게 온다고 했는데, 둘이서 무슨 짓이라도 하는 걸까」
「무슨 짓이라니 뭐 말입니까？」
「그런 건, 도저히 입으론 말할 수 없는 일일 게 뻔하잖니」
「로사 페티다, 」
　사치코님이 불쾌하다는 걸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계셨다.
「왜 그러는데？」
「농담이라도 말을 골라서 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이런이런, 어쩔 수 없네. 너희들이 모르는 흥분될 얘기가 잔뜩있는데」
  요시노양도 듣고 싶은 것 같았는데, 사치코님의 눈이 있어서 나도 그 얘기를 들을 순 없었다.
「그냥 계셔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과연 사치코님. 어투는 부드럽지만 엄청난 박력이다.……그렇게 느끼는 거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이를테면, 중등부에서……어쿠, 사치코가 괴수로 변신하기 전에 그만둬야지」
　사치코님은 질렸다는 듯이 한숨이 쉬셨다.
　알고 있으면서도 하는 로사 페티다도 역시 대단하신 분이다.
「아, 그러고보니, 세 장미님은 모두 어렸을 때부터 같이 다니셨나요？」
　『중등부에서』라고 말씀하신 걸 보면 그 당시부터는 어쨌거나 알고 지내셨나보다.
「응? 어, 그렇지. 로사 키넨시스는 중등부에 수험으로 들어왔지만. 로사 기간티아랑은 유치원 이래부터 끈질긴 인연이지. 그래도 초등부에선 같은 반이 된 적은 없었지만」
　중등부 때의 반은, 무려 세 장미님이 다 같은 반이었다는 모양이다. 그걸 듣고「엄청난 호화 클래스」이라는 말이 나와 요시노양의 입에서 동시에 흘러나왔다.
「큭큭. 확실히 지금 생각해보면 호화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처음엔 장난이 아니었지. 천적인 세이와, 대적할 수 없는 요코가 바로 옆에 있었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좋은 관계로 변했다는 것……그렇다고 해도 중등부시대의 친구 세명이 그대로 세 장미님이 되었다니 굉장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처음엔 싫었지만, 그 때 요코가 같은 반이었던 게 다행이었어. 만약, 둘만이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깔깔하고 웃는 로사 페티다. 그 때의 두 사람이 어땠는지 본 적이 없으니까 전혀 상상이 가지 않지만, 지금 두 사람에 대비해보면……황장미와 백장미가 견원지간인 산백합회는 싫었다.
　그리고, 로사 페티다는 옛날 두 사람에 대해서 여러 얘길 주셨다.
「성실을 그림으로 표현한 듯한 요코와 불성실을 그림으로 표현한 듯한 세이. 그 둘은 여러면에서 대조적이지만, 그러니까 잘 맞는 부분도 있는 걸지도 몰라. 애당초, 꽤나『보모』라든가『참견쟁이』라든가 그런 소릴 들었어도, 세이가 두 손들을 때까지 계속 참견했던거지」
　전에, 로사 기간티아는, 로사 키넨시스에게 엄청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었는데, 아마 그건 그 즈음부터 시작된 거겠지. 
「지금도 그렇지만, 세이는 정말로 사람이름을 못 기억해서, 지금 반 친구들 중에서도 이름이랑 얼굴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몇 명 있는 모양인데, 예전 반 친구들 중에선 정말, 몇 명이나 기억하고 있을런지…….본인도, 유치원 때에서 기억하고 있는 건 나 하나뿐이라고 말했고, 지금은 초등부 때도 나밖에 기억 안 나는 모양이야」
「반대로 요코는 3일만에 반친구들 전원을 기억하고, 당연히 예전 반 얘들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정말로 너무 대조적이다. 로사 키넨시스도 대단하지만, 로사 기간티아도 어떤 의미로 너무 대단하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까지 되지? 일단 이 리리안에는 수험으로 들어온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에스컬레이터……몇 번이나 같은 반이 되었던 사람도 잔뜩 있을 텐데……
「확실히, 중등부 3학년 때였었나? 요코가 세이한테 반 친구들을 한명한명 설명해 준 일이 있었지. 얼마나 기억하고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그것 외에도 비슷한 얘기가 계속 이어졌다. 여보세요, 로사 기간티아……당신 너무 대단한 거 아닙니까.
「뭐, 세이의 실패담이라면 넘칠 정도로 많아서, 희소가치같은 건 전혀없지만, 요코 껀 프리미엄 물이지」
　우후훗 생각났다는 듯 웃음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로사 페티다. 그 로사 키넨시스의 프리미엄까지 붙는 얘기란 대체 무엇일까?
　사치코님은 질렸다는 느낌이었지만, 나와 요시노양, 레이님은 점점 로사 페티다의 얘기에 빨려들어갔다.
「그렇지. 이를테면, 시기는 중등부 수학여행 때였는데, 시내자율견학으로 요코랑 같은 조가  되게 된거야. 일단 보고 싶은 곳도 다 봐서 집합장소로 가려고 전차에 타려고 했을 때, 요코 혼자서 마침 홈으로 들어온 전차에 재빨리 탑승한거야. 그리곤『뭐하고 있어? 빨리 안 타면 출발하겠어!』라고 말하면서, 홈에 서있던 우리들을 재촉하지 뭐야.
다들 목적지랑 반대방향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요코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렇겠지 하고 그 전차에 타버렸는데, 틀렸던 건 요코쪽이었고 역방향으로 날아가버리게 됐다 이말이야」
게다가, 탑승한 전차가 특별직행이어 가지고, 단번에 머나먼 타향까지 가버려서 엄청나게 지각해 버렸었지」
　이유는 그 날이 휴일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 평일 시간표로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나도 때때로 시간표를 착각하고 그러지만, 로사 키넨시스도 그런 실수를 저지를 때도 있구나.
「그 밖에도, 수학 시간에 길게 시간을 들여서 칠판 끝에서 끝까지 한가득 틀린 답을 썼다던가, 요코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할 때는 아무도 못말리니까, 간혹 큰일이 돼버린다구」
　그건 알 것 같다. 내가 틀린 건 아닐까 생각해버릴 것 같은데다, 만약 확신이 선다하더라도 나로선 로사 키넨시스에게 틀렸다고 말할 용기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로사 페티다나 로사 기간티아라면 눈치채면 말릴 수 있지 않을까?
「자기가 틀렸다는 걸 깨닫고,『미안해』라면서 얼굴 붉히고 사과하는 요코를 보면 나도 모르게 볼을 비비고 싶어질 정도로 귀여우니까, 난 도중에 눈치챈다고 해도 말리지 않을꺼지만 말야」
　그렇게 즐겁다는 듯이……말릴 수 있는 소수의 인간이 이러니까 피해가 광대해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얼굴을 붉히면서 사과하는 로사 키넨시스라, 이미지로 본다면 너무나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만큼 엄청난 모습일지도 모른다. 얘길 듣고 있자니, 그런 로사 키넨시스의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아아, 츠타코양이 그 곳에 있었다면, 그 때 사진을 보여줬을 지도 모르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나와 동급생이었다.
「그리고, 둘 다 똑같이 최고의 얘기가, 작년 수학여행 둘째날 밤에………아, 」
　아？
　……로사 페티다의 시선 앞에는, 아까까지 얘기의 주인공인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이쪽을 찌릿~하고 보고 있었다.
　우리들은 물론, 얘기하고 있는 로사 페티다도 얘기에 빠져들어서, 두 사람이 올라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질렸다는 듯이 사치코님이 한숨을 쉬셨다.
「말하고 싶으면 해도 돼. 나도 말하고 싶은 걸 말하면 되니까」
「그렇지. 로사 페티다의 재밌는 얘기도 여러 가지 있으니까」
　형세가 불리하다 판단했는지, 로사 페티다는 거기서 얘기를 멈추었다.
　음, 수학여행 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청나게 신경쓰인다. 이래선 밤에 잠도 못자겠다.
「늦어서 미안해. 오늘은 내일부터의 무대연습에 대비해서라도 좀 더 빡빡하게 해볼까하는데」
　난 신경이 쓰여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이렇게 오늘도 학원제를 향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장미의 저택에  사치코님의 고함이 울렸다.
　회의가 시작한 지 30분정도의 일이었는데, 사건의 발단은 왕자님 역이 하나데라 학생회장이라는 걸 사치코님은 지금 처음 아신 듯, 순간열탕기처럼 사치코님 머리에서 순식간에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어째서 제가 그런 짓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겁니까！！？」
　왜 그렇게까지 기분 나빠하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사치코님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실 줄이야……지금가지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서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모습일지도 몰랐다.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도 제대로 승낙했고, 게다가, 의욕도 가득차 있었잖아」
「얘기가 다릅니다」
　그래도, 말싸움하는 도중에 끓어올랐던 게 조금씩 식혀졌는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론적으로 얘기를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제가 납득할 수 없는 건, 이제와서 배역을 교체하는 것입니다. 학원제까지 앞으로 2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그러니까, 왕자는 처음부터 하나데라 학생회장으로 결정되어 있었다니까」
「거짓말이예요. 어제 대본 읽을 때까지도, 레이가 왕자 대사를 읽고 있었잖습니까」
「아, 난 처음부터 대역이라고 들었었는데」
「거봐. 유미쨩도 알고 있었다구」
「아, 네」
　로사 기간티아한테 들었으니까 알고 있다. 로사 기간티아는 하나데라 학생회장을 싫어하시는 듯 하지만,
「잘보라구. 사치코 이외엔 다들 알고 있어. 그래도 아직 의심스러우면, 의상을 만들고있는 수예부에 물어보렴. 왕자 의상은 하나ㅔ라 학생회장 사이즈로 만들고 있을테니까」
「제가 없는 곳에서 결정하신 거군요」
　손에 잡고 있는 하얀 손수건을 꽉 쥐시며 말씀하시는 게, 너무나 분해 보이셨다.
「무슨 잠꼬대하는 거니? 비밀로 회의를 열리가 없잖아……아, 하지만, 그러고보니 사치코는, 몇 번인가 회합을 빠진 적이 있었지. 어쩌면 그 때 정했을지도 모르겠네. 그렇다고 한다면 자업자득아닐까?」
　아……그 때의『기왕』이라는 건 그런 의미였구나.
　사치코님이 싫어하시는 이유는 그 후의 얘기로 알았다, 사치코님이 남성혐오증이라는 것.
（그건그렇고, 남성혐오증이라……）
　그렇게 생각해보니, 사치코님의 이미지랑 딱 맞는데다, 그런 식으로 공언한 사람들과 어딘가 분위가도 닮아있다.
　어라? 종이 비행기가 내 무릎 위로 스윽 날라왔다……설마 테이블 아래서 날린건가?
　무언가 문자가 쓰여있었기 때문에 펼쳐보니, 비밀로 해둬♡라고 쓰여있었다. 틀림없이, 눈 앞에 윙크를 하고 있는 로사 기간티아가 한 거겠지. 아무래도, 조금은 손재주가 있으신 모양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 사치코님을 일부러 속이려고 하시는 걸까? 장미님들께서 사치코님을 괴롭히기 위해서 이런 짓을 했다곤 생각할 수 없고, 꽤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모양이니까, 역시 무슨 목적이 있는 걸테지만 모르겠다.
「……역시, 속이신 거군요」
　사치코님의 시선은 나에게 향해있었다……백면상으로 알아채신 듯하다.
「속이다니, 남들이 들으면 오해할라」
「싫어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것도, 남들이 들어서 좋을 얘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깜짝놀랐다. 로사 기간티아가 말한 것에 시마코양이 걸고 들어온 것이다.
「확실히 그렇지. 그치만, 사치코의 남성혐오증은『배역을 그만둘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이유』가 될 수는 없어. 남성을 보는 것만으로 구역질이 나온다던가, 두드러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싫다』고 하는 걸 일일이 인정해주다간,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겠어」
「그렇게 됐으니까, 사치코에겐 사회공부의 일환으로써 신데렐라 역을 하게 하겠어」
　이번엔 제대로 된 이유를 말했으니까, 뭐라고도 반답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 정도 쯤, 차기 로사 키넨시스인 사치코라면 당연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내 지도력이 부족했다는 걸까」
　일부러 볼에 손을 집고 커다랗게 한숨을 쉬는 로사 키넨시스……또다시 결정타를 먹일 줄이야, 
　이렇게 해서, 대대로 굳건하게 기르는 건가?
　하지만, 만약 나의 언니가 로사 키넨시스였다면……굳건해지기 전에 재기불능이 될 때까지 좌절해버리겠지. 분명히, 아니 절대로.
「그렇게 된거니까, 힘내라구~」
（백은 좋구나）
　단지, 로사 기간티아의 엄한 모습을 아직 본 적이 없는 걸지도 모르지만, 로사 키넨시스 옆에서 왠지 태평하게 사치코님께 응원의 말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한 솔직한 감상이었다.
「로사 키넨시스, 」
「무슨 할 말이라도？」
　시, 시마코양！로사 키넨시스에게 무슨 의견이라도 할 생각입니까！？
　이번엔 깜짝 놀랐다기 보다도, 겁먹어버렸다……시마코양도 대단한 사람이다.
「전에, 로사 키넨시스는『동생은 버팀목』이라 말씀하셨지요？」
「……그래, 」
　나에게 말씀해주신 걸, 시마코양에게도 말씀하신 모양이다.
　시마코양이 하고 싶은 말을 알았는지, 로사 페티다와 로사 기간티아는 왠지 재미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로사 키넨시스는 미간에 약간 주름을 만들고……곤란하네, 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달까？
「언니이신 사치코님이 곤란해 하신다면, 동생이 제가 그것에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그럼, 신데렐라는 시마코가 한다는 거야？」
「네」
「괜찮겠지. 그 대신, 실패는 용서하지 않겠어」
「알고 있습니다」
「시마코……」
　사치코님은, 자신의 고집으로 시마코양에게 주역을 강요해버린 듯한 형태가 돼버린 걸 자존심이 용서치 않지만, 신데렐라 역을 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그런 느낌의 갈등을 하고 계시는 듯 보였지만, 결국 역을 하지 않는다를 선택하셨다.
　사치코님의 신데렐라, 그리고 사치코님과 레이님의 경연을 볼 수 없게 된 건 나로선 유감이었지만, 시마코양도 엄청난 미소녀에다 나같은 거랑은 다르게 충분히 주연을 맡을 수 있는 존재니까, 연극 그 자체의 가치는 그다지 변하지 않겠지.
　여러 가지 의미로『로사 키넨시스』라고 쓰고『리리안 최강』이라 읽는 것이, 앞으로 2대는 보증되어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시마코가 입후보한 것이 정말로 말한 그대로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건 우리들, 그리고 세이에게 향한 비꼼이었다.
「무언가 타줄까?」
　세이도 포함해 모두 돌아가 버렸지만, 단 한사람 남아있던 에리코가 그렇게 말해 주었다.
「부탁할게」
「홍차로 괜찮아？」
「응, 고마워」
　하지만, 아까 세이는 알아채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알아챘다면 그걸로 괜찮겠지만, 역시 시마코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줘야 겠지.
　그치만, 단순히 알려주는 것 만으론 의미가 없다. 역시 문제의 중심이 되는 시마코에 대한 무언가를 찾아내지 않으면……그걸 위해, 난 대체 무얼 하면 되는걸까?
「자, 」
　좋은 향기와 온기이 피어오르는 붉은 액체가 담긴 컵이 건네졌다……액체 표면에 비쳐진 내 얼굴은 역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잘 마실게」
　지금은, 에리코가 타준 홍차를 한모금 마시기로 했다.……맛있어. 같은 인스턴트라도, 나름대로 타는 방법에 따라 맛있게도 되고 맛없게도 되는 것이다.
「맛있어」
「그렇게 말해주다니 기뻐」
　그렇게 대답하고,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자기 홍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한다해도, 제대로 된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구？」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정도는 알고 있나보다, 그렇기 때문에 에리코도 남아 있는 거겠지.
「……에리코에겐 무언가 보여지고 있어?」
「글쎄,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어떻게 굴러간다해도 그건 그거대로 좋은 거 아닐까?」
　그랬다. 에리코를 상대로 묻는 말이 잘못됐다.
「너에게 있어선 그렇겠지만, 네 사람에게는 다르지 않을까?」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도』겠지？」
　오늘 에리코는 꽤나 엄했다.
「내가 즐기고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는데, 지금 어설프게 끼어들려고 하면 나중에 심한 꼴을 당할지도 몰라」
「하지만, 더이상 되돌릴 수 없을 수도 있잖아」
　곧바로는 대답하지 않고 컵을 기울여 한모금 마시고서 대답을 해왔다.
「……되돌리는 건 이젠 늦은 거 아니야? 형태는 되돌리더라도, 네 사람의 마음까지 되돌릴 수 없는 거야」
　그 말대로다. 하지만, 그 때처럼 슬프기만 한 결말을 맞이해 버리는 것보단 훨씬 낫다.
「시오리양 때의 일, 지금도 후회하고 있겠지」
「……응, 그래. 그 때, 세이한테서 얼마만큼 비난을 받게 되더라도, 두 사람을 다른 형태로라도 묶어줘야 했었어」
「네 마음은 알겠어. 그치만 말야, 요코는 너무 깊게 끼어들어선 안돼. 그거야 말로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돼버릴 거야」
「어째서？」
「사치코와 세이에게 있어 너란 존재는 너무 커」
　에리코의 말에 눈이 트였다……본래 자매란 언니와 동생 두 사람의 관일 테지만, 내가 개입해버리면 그게 아니게 돼버린다.
　그렇게 만들어진 형태에 불만이 있더라도 내 앞에선, 좋은 자매로 있지 않으면 안된다……사치코가 그렇게 생각해버릴 테고, 세이도 비슷한 걸 생각해버릴 지도 모른다.
　깊은 한숨이 새나왔다.
「시오리양 때와 변하질 않았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좌절해버릴 것 같은 때 곧바로 손을 내미는 일, 그것뿐이었다.「그렇다는 거지. 일부러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 꽤 괴로운 일이겠지만」
　자신에게 있어 좋아할 수 없는 부분. 그 성격을 고칠 수만 있다면, 자신을 좀 더 좋아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만, 마음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다.
「그래, 그래도, 멍청한 짓을 할 뻔했어. 고마워」
「천만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뭔데？」
「나는 말야, 세이의 동생이 된 게 유미쨩같은 애라는 게 정말로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자신감？
　에리코의 말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유미쨩이었으니까, 좋은 방향으로 간다? 그게 아니면 어떻게 간다해도 그렇게 나쁘진 않다?
「그럼, 난 슬슬 가볼게」
「그래. 오늘은 정말 고마워」
「그럴 거 없어, 그것보다 힘내」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았겠지만, 에리코는 내가 묻기 전에 돌아가 버렸다.
　방관자의 위치에 있는 에리코에게만 보여지는 자매의 형태란 대체 어떤 것일까……방관자가 될 수 없는 나에겐 네 사람의 갈 길은 그 무엇도 보여 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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