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울린다.
　여긴, 사진관이나 결혼식장 같은 곳이 아니다. 장미의 저택 2층인 것이다.
　그것도, 그 피사체는 이 곳에 있는 로사 키넨시스나 로사 페티다같은 분이 아닌, 나와 로사 기간티아 두 사람인 것이었다.
「유미양, 좀 더 웃어, 웃으라고. 그래그래, 좀더 생글생글하게」
　츠타코양, 당신은 그 나이에 대체 어느 적 카메라맨 이십니까.
「우~웅, 필이 안 오는 걸……맞다. 로사 기간티아, 잠시만」
「뭔데뭔데？」
　츠타코양에게 불려져 로사 기간티아가 츠타코양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츠타코양은 무언가를 귓속말로 전했다. 왠지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씨익　이란 느낌의 미소를 띄우며 돌아오는 로사 기간티아. 츠타코양, 당신 대체 무슨 바람을 불어놓은 겁니까?
「유~미쨩, 싱긋 웃지도 않아주는 나쁜 아이에겐, 이렇게 해줄 테다~」
「갸욱」
　로사 기간티아가 안아왔다……그런 것과 동시에 플래쉬의 폭풍이! 츠타코양 제발 찍지 말아줘!!
　그러나, 내 마음 속의 외침은 절대 도달하지 않았다.
　덧붙여 왜 이런 상황이 되어 있는가하면……나, 후쿠자와 유미는 완전한 로사 기간티아의 동생이 되어, 신문부의 인터뷰를 겸한 사진촬영이란 걸 받고 있는 것이었다.
　점심시간에 장미의 저택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건,장미님들의 배려로, 멤버도 신문부는 부장인 츠키야마 미나코님 혼자 뿐으로, 세 장미님께서 츠타코양과 카츠라양을 같이 입석시켜,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은 피하도록 해 주신 것이었다.
　인터뷰 때에는 같은 편이었는데, 사진촬영에 들어가자, 츠타코양은 역시 츠타코양이었다.


「만약, 약속위반을 했을 때는 학생회권한을 있는 힘껏 발휘할 테니까 그리 아세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 주셨으니 말이죠」
　말과는 다르게, 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나코님은 평안하세요라고 말하고 비스켓문 바깥 쪽으로 사라져갔다.
「미나코가 약속을 지킨다면, 대략 카와라판에 써있는 대로라고 인정하고, 다음에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은 상상에 맡긴다고 대답하면 그걸로 괜찮을 거야」
　요전에 당황스러웠던 질문공세에의 대처 방법. 이걸로, 반 친구들이나 그 밖의 학생들에 대해선 문제없……을까？
　하지만, 아침에 이 로자리오를 봐버린 시마코양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로사 기간티아에게 로자리오를 받았을 때, 시마코양에 대한 생각은 머리 속에 전혀 없었다. 있던 것은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 사치코님, 로사 기간티아에 대한 것 뿐. 시마코양이 가장 받고 싶었던, 로사 기간티아가 가장 시마코양에게 주고 싶었던, 이 로자리오를 내가 받아버렸다는 사실을 그 제서야 눈치챘다.
　아직은 그다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 대체 어떻게 될까, 전혀 알 수 없다.
「무슨 생각해?」
「아……아뇨,」
「뭐, 아무렴 어때. 좀 늦었지만 점심 다같이 먹을래?」
「좋아」
　그 후, 항상 점심을 같이 먹는 멤버에 로사 키넨시스와 로사 페티다가 가세해 점심을 먹게 되었다.
　츠타코양과 카츠라양이 기뻐보인 이유는 뻔했지만, 특히, 로사 키넨시스가 기뻐보였는 데, 그건 어째서였을까?


　방과후, 유미쨩과 같이 장미의 저택으로 향했다. 마중을 나가긴 했지만, 시마코는 벌써 먼저 가버린 듯했다.
　역시, 유미쨩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물론 원인은, 시마코때문이었다.
　같은 반이니까 시마코가 어떤 상태인지는 알고 있을 테지.
　내가 시마코를 포기한 듯이, 시마코도 나를 포기해주면 좋겠지만 곧바로 그렇게 되진 않는다. 하지만, 시마코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도 포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뿐, 정말로 포기할 수 있을 지 어떨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유미쨩은 싫어져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죄니까 나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무슨 약한 소릴 하고 있는 건지, 자신이 도망칠 길을 만들어서 어쩔려고？
　이미 벌써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와버린 것이다.
　시마코를 포기하는 것, 시마코에게 포기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으로 유미쨩이 짊어질 짐을 가볍게 하는 것. 그것들을 전력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한 번 커다랗게 심호흡을 하고서 장미의 저택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럼, 로사 기간티아, 소개해주실 거죠?」
　마지막으로 요시노양과 레이님 두사람이 도착한 것으로, 전원이 다 모여 나의 소개가 시작됐다.
「그럼, 다시한번. 어제 유미쨩에게 로자리오를 줬으니까, 정식으로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 됐어. 다들 이제부터 잘 대해줘」
　로사 기간티아의 동생……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 그게 나의 새로운 입장. 얼마 전까지 나 따위에겐 너무나도 머나먼 구름 위의 존재였던 산백합회의 일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 여러분. 지금부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하고 머리를 숙이니, 모두들 박수와 미소, 그리고 축하의 말로 환영해주었다.
　그러나, 시마코양은……하고 눈을 돌려 움찔했다.
　시마코양도 미소를 띄우고 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그늘져있었지만, 틀림없이 웃고 있었다.
（그 미소는 무슨 의미지?）
　시마코양이 가장 서고 싶었을 입장일텐데, 괜찮다는 건가？
　아침에, 그랬던 것은 어째서？
「그럼,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으로서의 첫임무를 맡겨 보실까, 이 컵, 정리해줄래?」
「아, 네, 네!」
　로사 키넨시스가 말하셔서 당황해 컵을 싱크대로 옮겨 씻었다.
　같은 1학년인 요시노양과 시마코양도 같이……시마코양은, 나의 옆에서 담담하게 수세미로 컵을 문지르고 있었다.
　모르겠어.
　시마코양,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전혀 모르겠어.


　요코와 얘기하려고도 생각했지만, 오늘은 유미쨩과 같이 돌아가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 같 돌아가기로 했다.
　시마코는 나처럼……내가 유미쨩의 언니가 돼버렸으니, 이젠 시마코의 언니가 될 수 없다.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나도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시마코는 사치코의 동생, 내 동생은 유미쨩이라는 사실.
　단지 그것뿐이다.
　그리고, 그 유미쨩은 무언가를 생각하며 걷고 있다.
「시마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어?」
「모르겠습니다……」
「그건, 내가 유미쨩의 언니가 돼버려서, 이제 시마코의 언니론 될 수 없잖아. 자신은 사치코의 동생이고.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그런 태도야」
　그래, 나도 그렇고.
「그러니까, 유미쨩은 내 동생답게 있으면 되는거야」
　지금 당장은 납득해주지 않는 느낌이지만, 그렇게 금방은 무리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군.
　……조금 우울해 진 것 같고, 여기선 일단 기분 전환해볼까.
「돌아가는 길에 어딘가 가게 들렸다 갈래?」
「헤？」
「유미쨩 단 거 좋아하잖아, 케익같은 거 안 좋아해?」
　어떻게 아셨어요라며 놀라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결정. 좋아, 먹자~!」
「아, 자,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아침에, 마리아님의 앞에 신문부의 부원으로부터 카와라판을 받았다.
　어제 말했던 약속의 하나인 듯 했지만……대체 어떤 기사로 쓰여져 있을 지 솔직히 무서웠다.
　교실에 가기 전에 그 온실에 들러서 읽기로 했다.
　이 시간에, 온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시간이라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아마 여기엔 원래부터 거의 사람이 오지 않겠지.
　여기서, 나는 로자리오를 받았다. 로사 기간티아가 여기를 고백할 장소로 고른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곤, 인기척이 없는 장소에서 급속도로 카와라판을 읽어내리니, 내용은 요점이 제대로 적혀있고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 제대로 된 인터뷰 기사로 쓰여져 있었다.
　무심결로 휴하고 안도의 한숨이 새나왔다.
　아무래도, 꽤나 미나코님과 신문부에 대해서 의심하고 있었나보다. 그래도 의심한 내가 나빴다는 기분은 손톱만큼도 안 생겼지만,
　그리고, TOP을 장식하고 있는 로사 기간티아와 나의 사진. 물론 어제 츠타코양이 찍은 것이지만, 그 장면이 아니라, 그 전의 두 사람이 나란히 의자에 앉아있는 사진이었다. 그 사진이 쓰여지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만약, 그런 사진이 카와라판으로 전교학생에게 보여져 버린다면, 잠시간 등교거부를 했을지도 모른다.


　반 친구들에게의 대응은 로사 키넨시스가 말한 대로 해보니 간단하게 끝나TEk. 단지, 정말로 상상에 맡겨도 괜찮은 건가 하는 일말의 불안이 남아있었지만……
　오늘도 점심은 로사 기간티아와 같이 옥상에서 먹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카메라쨩. 결국 그 사진은 안 썼네.」
로사 기간티아가 츠타코양에게서 하나 얻은 생선튀김을 집어가면서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예에, 그렇게까지 신문부한테 서비스해 줄 의리는 없으니까요」
  츠타코양, 당신에게 있어선 그런 문제입니까?
「하지만, 확실히 현상해 뒀으니 괜찮으시다면」
  라고 말하며 가방에서 사진 다발을 꺼내 로사 기간티아에게 주었다.
「고마워, 응. 상당히 잘 찍혔는걸」
  상당히 잘 찍혔다니…… 우와, 그런 데까지 찍혀있어!!?
  만약 그런 사진이 카와라판 1면을 장식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역시 방금 막 자매가 됐다곤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네요. 어떠세요? 이번 휴일 날 둘이서 어딘가 놀러 가시는 건?」
「우~웅,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카메라쨩이 그걸 찍고 싶은 것뿐이잖아」
  그게 정답인 듯 츠타코양은 웃으며 얼버무렸다……사진부의 에이스 무서운 아이.



「실례합니다~」
   회의도 끝나고 우리들이 떫은 차를 마시면서 잡담을 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방문객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 제가.」
  일단 자신이 가장 신참이라고 생각해서 내가, 방을 나가 출입문으로 향했다.
  문을 여니 두 명의 학생이 서있어서, 「평안하세요」라고 인사하며 머리를 숙였다.  
「펴, 평안하세요」
「연극부입니다. 로사 키넨시스를 불러주세요」 
  두 사람은 굉장히 긴장하고 있는 듯, 아까 한 말도 더듬더듬하고, 보고 있자니 움직임도 딱딱해져 있었다.
「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연극부가 그래서 괜찮을까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말해두고 등을 돌리자,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봐, 후쿠자와 유미양이야」라고 말하는 게 귀에 들어왔다. 
(나 같은 게 말을 전하러 가는 건,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닐지도 모르지)
  조금 낙담하면서 2층으로 돌아가, 로사 키넨시스에게 전하자 「들어오라고 해」라고 말하셨다. 그리곤, 두 사람은 아마 연극의 대본을 들고 온 걸 거라고 말하셨다.
  확실히 두 사람은 무슨 책자 다발을 들고 있었던 것도 같다.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두사람은 인사를 하고, 예의바르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현관 플로어에서 두사람에게 얘기를 듣고, 아까 생각했던 것의 반대였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 된 것을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었다. 
  이렇기 때문에 친해지기 쉽다고. 확실히 되긴 됐지만,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라는 입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만큼 기뻤다.
  그리니까 자연스레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도 가벼워졌다.


「이게, 대본입니까?」
  건네진 자신의 대본을 펄럭펄럭 넘겼다.
「그래, 사실은 우리들만으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연극부가 도와준다고 말을 해주었어」 
  게다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연극부만이 아닌 듯했다. 제대로 의뢰한 댄스부 이외에도 얘기를 들은 동아리가 점차점차 도움을 자청해 주었다고 한다.
「그럼, 빨리 읽어볼까」
  자신의 파트를 음독.
  로사 키넨시스의 나레이터 사이에 제각기 자신의 역할의 대사를 읽어 내렸다.
「자, 유미쨩, 네 차례야」
「네, 네!」
「시, 신데렐라! 어, 어떻게 된 거니, 아직 청소가 안 끝났잖아」
  아아, 대본을 읽는 것뿐인데 더듬더듬해버렸다.
「벌써 끝냈는걸요」
「정, 정말 죄송합니다」
「유미쨩, 사과하면 어떡해~」
  로사 기간티아가 어쩔 수 없다는 느낌으로 말했다.
  확실히, 대본에서는 일부러 쓰레기를 어지럽혀서 그렇게 말한다는 식으로 되어있지만, 상대는 사치코님. 사과하지 않고선 있을 수 없었다.
「자자, 다시 한번」
「죄, 죄송합니다」
「음, 그러니까……무슨 소리 하는 거니? 이 어지럽혀진 쓰레기가 너한텐 보이지 않는 거니?」
「……죄송합니다. 금방 치우겠습니다」
  왠지, 정말로 나쁜 짓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버렸다. 역할을 하고 있는 것뿐인데도 이 정도니, 난 심술궂은 언니는 도저히 될 수 없을 것 같다.
「신데렐라, 너 할 생각은 있는 거니?」
「어머어머, 이래선 저녁밥을 줄 수 없겠는걸」
  그에 비해 언니A역의 요시노양과, 계모역의 로사 기간티아는 꽤나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그건 그렇고, 신데렐라역의 사치코님을 괴롭히는 언니B역이, 나에게 어울리는 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치만, 어쩌면 그것 이전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언니」라는 건 사치코님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니까,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나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도, 이미 늦었나……   


「이야~오늘은 즐거웠어」
  오늘도 로사 기간티아와 같이 하교길을 걸었다.
  정말로 즐거운 듯 한데, 그렇게나 재밌었던 걸까?
「응, 재밌었어. 유미쨩의 백면상, 최고」
  으으……
「괜찮다니까 그러네. 아직도 연습할 시간은 많으니까」
  그렇게 말하셔도, 조금은커녕 전혀 자신이 없다.
「뭐, 그런 일은 됐다고 치고. 이번 휴일에 일없어?」
「에?」
「카메라쨩이 말한 거, 나쁜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그 말은 즉, 같이 어딘가 놀러가자는……데이트하잔 말씀입니까?
「그래, 둘이서 데이트. 뭐, 그런 형식 차리지 않고 게임센터라도 괜찮지만」
  첫 데이트가 게임센터라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전에 같이 놀았을 때는 정말로 즐거웠었다.
  확실히 나쁜 얘기는 아니고, 오히려 좋은 얘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런 이유로, 일요일에 둘이서 어딘가 놀러 가기로 결정했다.
「그럼, 그때까지 한가지 숙제. 대본을 술술 읽을 수 있도록 집에서 연습할 것」
  검지손가락을 똑바로 피며 그런 숙제를 내주었지만, 확실히 숙제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해야할 일이었다. 연습중이라곤 하지만 너무나도 부끄러운 꼴을 연발할 순 없으니까 말이다.


  오늘도 회의 후, 연극 연습.
  숙제로 받은 것이지만, 집에서 조금이라도 술술 읽을 수 있도록 연습해 왔기 때문에 과연 전보다는 나아졌다. 그치만, 술술 읽는 것과 역할을 확실히 연기할 수 있는 건 전혀 다른 문제로, 거기다 연극에는 무도회 씬까지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본 무대는 많은 관중이 있는데다 그 안에는 츠타코양이나 신문부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질러서 결정적 순간을 찍혀버린다면 대체 일이 어찌될지
「아가씨, 저와 함께 춤추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청해주시니 영광입니다」
  지금, 딱 마침 연습하고 있는 것이 무도회 씬. 레이님과 사치코님의 경연을 볼 수 있는 것은 우리들만의 특전이니, 빨리 실제의 두사람의 경연을 이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러고보니 본 무대에서 상대가 될 하나데라의 학생회장이라는 건 어떤 사람일까?……나중에 유키한테 물어봐야지.
「로사 기간티아, 유미양은 참 재밌네요」
  휴식시간에 들어가자 갑자기 사치코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치」
「헤」
「백면상. 모두들 즐기고 있단다」
「우가」
  무심결에 소리를 질러버렸다.
「시마코, 유미양은 언제나 이러니?」
「그러네요……같은 반이긴 해도, 별로 친하진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재밌는 분이라는 걸 안 건 최근의 일입니다」
「그래. 그거 참 아까운 일이구나」
「예, 정말로 그러네요」
  전혀 기쁘지 않습니다, 네.


「유미양, 만약 괜찮다면 같이 장미의 저택에 가지 않겠어요?」
  청소가 끝나고 장미의 저택으로 가려고 하니, 시마코양이 말을 걸어왔다.
  시마코양이 같이 가자고 요청했다. 어제의 사치코님과의 대화도 그렇지만, 로사 기간티아가 말한대로 시마코양은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로사 기간티아의 동생으로서 행동하는 것……
「응. 그렇게 말해줘서 기뻐」
  가방을 들고 같이 장미의 저택으로 향하게 되었다.


  유미쨩을 데리러 1학년 교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쪽에서 시마코와 유미쨩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아, 로사 기간티아」
「장미의 저택에 가는거야?」
「네」
「로사 기간티아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가시지 않겠습니까?」
시마코가 말한 「로사 기간티아」라는 말에는, 이 전 같은 나와 자신을 향한 불쾌와 비웃음같은 것은 없었다. 솔직히 놀랐지만, 과연, 시마코는 유미쨩에게만이 아니라, 이제 나를 대하는 것에서도 직접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이었다.
  솔직히 굉장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도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응, 가자」
  이렇게 세사람은 장미의 저택으로 향하게 되었다.


  드디어 다가온 일요일. 지금, 대체 뭘 입고가야 좋을지 고민하길 한창이었다.
  시험삼아 입어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별로여서 그만둔 옷이 여기저기 늘어져 있었다.
「어머나? 유미쨩 이거 어떻게된거니?」
  그거야, 딸이 이런 짓을 벌이고 있으면 신경쓰이는 게 당연하겠지. 방에 들어와 엄마가 처음으로 입을 연 게 그 말이었다.
  그렇게 돼서 여차저차 이러쿵저러쿵, 사정을 설명했다.
「에에!? 유미쨩 언니가 생겼니!?」
  그러고보니, 많은 일이 있어서 언니가 생겼다는 걸 엄마에게 말한다는 걸 깜빡했다.
  ‘그렇다면 그렇다고 빨리 말해주면 좋을 것을’이라고 말하고, 이어 데이트에 갈 거라면 뭐든지 빌려 준다고까지 말하셨다.
  그 말에 응해서, 여러 가지 입어보았지만, 결국 평소에 입지 않는 것은 그 무엇도 어울리지 않았다.
  솔직히 로사 기간티아와 같이 나가는 건데 너무나 꾸미고 가는 것도 싫었지만, 같이 데이트 하러간다는 데 언제나 입는 옷을 입고 간다는 것도……라고 생각은 했지만, 결국 이거다 싶은 게 없어서 평소에 입는 걸로 결정해 버렸다.
「유미쨩~ 손님~」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사 기간티아가 온 걸까?


「언제나 우리집 애가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엄마와 로사 기간티아가 인사를 나누었다.
  두사람 다 다른 사람이 돼있었다. 우리 엄마도 그렇지만, 로사 기간티아도 평소엔 그 모양이지만 역시 장미님. 이렇게나 변하니 과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미쨩. 안녕」
  여긴 리리안이 아니니까 평안하세요가 아니었다, 과연.
「예, 안녕하세요」
「급하지 않으시다면, 잠시 올라오세요」
  그대로 어느 정도 현관입구에서 대화하고 있다가 엄마가 그렇게 말하자 로사 기간티아는 「그럼 그 말에 응해서」라고 말한 뒤, 「어라? 저 애는」이라고 안쪽으로 눈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보니 마침 거실에 나와있었던 유키의 모습이 있었다.
「아, 동생인 유키예요」
「안녕하십니까」
  유키가 이쪽으로 와서 로사 기간티아에게 인사했다.
「안녕. 그래, 네가, 유미의 동생이구나」
「에?……앗!」
  유키는 생각났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두사람은 아는 사이였어?
「확실히, 학원제에 오셨던……」
「로사 기간티아 사토 세이 야」
「아아.」
「네?」
  유키와 엄마의 입에서 제각기 전혀 다른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토 세이……로사 기간티아……에에에~~~~~~!!!!!!」
  집이 날아간다고 생각될 정도로 엄마의 절규는 엄청난 것이었다.
  여보세요, 놀라시는 것도 정도껏 해두세요, 정말로 엄마가 이 집을 날려버리시면, 설계한 아빠가 어떠시겠어요.
  하지만, 이 반응도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라고도 말할 수 있었다.
  리리안 OG에다가, 얼마 전까지의 나와 같은 평벙한 학생으로서 지냈던 엄마에게 있어서 산백합회 간부를 향한 동경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로사 기간티아가 여기로 나를 마중하러 온 것이다. 그것도, 나의 언니로서. 다시 말하자면, 1학년인 내가 2학년들을 물리치고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 됐다는 의미니까……이해해주세요, 여러분들, 우리 엄마가 소란 피운 걸 부디 너그럽게 봐주세요. 


「유미쨩네 엄마는 리리안을 나왔구나」
「……네」
  아까 엄마의 대소란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웠다.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깜빡하고 얘기하지 않은 걸 진심으로 후회했다. 제대로 순서를 밟았으면, 그렇게까지 당황하시진 않으셨을테지.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리기로 하고, 유키에게 맡기고 오긴 했지만……, 그때 일은 그때 걱정하자. 아니, 맹렬하게 걱정……대체 돌아오면 어떤 상황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즐거워보이는 가족이구나」
  실실 웃고 있는 로사 기간티아.
  그 즐거운 부분에 유키도 들어있는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나중에 물어볼까, 아, 하지만 오늘은 엄마 일을 맡겨뒀으니, 오늘은 넘어가는 걸로 해두자.
  어떠냐 동생아, 이 누님은 관대하지.
「그런데, 유미쨩은 언제나 이런 차림이야?」
「에?」
「유미쨩의 사복을 보는 건 이게 처음이니까」
  아아, 그런 말인가, 영락없이 결국 그럴 듯한 옷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랬어, 그럼, 어디 귀여운 동생에게 뽀대나는 옷 한 벌 사 드릴까」
（쿠궁～～～～）
　빙글 뒤돌아서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는 로사 기간티아.
　수 초간 굳어있다가, 충격을 겨우 딛고 당황해서 쫓아갔다.
　로사 기간티아도 꾸미고 왔다는 느낌은 안 들었고, 평소대로 입고 나와도 좋았을걸……한숨이 나와버렸다.
　로사 기간티아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버스정류장과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다가, 어디로 가려는 걸까? 라고 생각한 걸 물어보니,
「응? 별로, 유미쨩이랑 같이 어슬렁거리면서 어디 갈까 생각 좀 해보려고」
　로사 기간티아, 당신 어디 갈지 생각 안 했습니까……그건 나도 마찬가진가.
　굳이 말하라면 게임센터라는 얘기가 나왔을 뿐, 어디로 간다는 화제는 전혀 눈꼽만치도 하지 않았다는 걸 이제와서지만 깨달았다.
「뭐, 갈 곳은 정해졌고, 신경 안 써도 돼」
　……으~ 음


　Ｋ역의 역 빌딩에 있는 가게에서, 유미쨩에게 어울릴 것 같은 옷을 몇 개인가 골라서, 차례대로 입혀보고 있자니, 왠지 너무나도 재밌었다.
　등신대의 옷갈아입히기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 같달까? 게다가, 인형과 달리 여러 가지 반응을 확실하게 보여주는데다, 유미쨩 자체도 귀엽고……과연, 요코의 마음이 조금은 알 것 같다.
　슬슬 나가 볼까……맞다 여기선 한번 놀래켜 줄까.
　커튼이 열리고 유미쨩이 모습을 드러냈다. 응, 역시 느낌이 괜찮군.
「어라? 로사 기간티아?」
　숨어 있다가 뛰어들어 유미쨩을 안았다.
「유~미쨩」
「갸욱！」
「우~웅, 귀여워, 귀여워」
　쓰다듬어 줘야지……응? 방금 전에, 뭔가 빛난 듯 했는데?
「정말.. 옷에 주름 생겨요, 근데 무슨 일 있어요？」
「응? 아무것도 아냐. 그것보다 이걸로 하자. 잘 어울리니까」
　그렇게 하기로 해서 점원을 불러 옷값을 지불했다. 유미쨩은 자기가 내려고 했지만, 지금은 언니행세 좀 하게 해달라고 하고 내가 지불했다.


　그로부터 적당히 Ｋ역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윈도우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다가, 지금은 점심을 먹기 위해 음식점으로 들어왔다.
　여기에 올 때마다 들르는 가게가 있긴 했지만, 지금은 유미쨩에게 맞춰서 디저트가 맛있는 가게로 들어왔다.
「맛있네요」
「맘에 들어?」
「네」
「응, 그거 잘됐네. 여기 디저트, 특히 파르페가 최고니까 기대하고 있어」
　정말로 기뻐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같이 어딘가로 놀러 다니는 것, 시마코와는 단 한 번도 해 본일이 없었다.
계속 시마코와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건가……
「로사 기간티아？」
「아,」
「스트로베리 파르페와 쵸콜렛 파르페,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노려서 갖고 온 건 아닐테지만, 정말로 좋은 타이밍에 파르페를 가져와줘서, 요령 좋게 말을 돌릴 수 있었다.
「오~ 왔다 왔다. 어때? 맛있어 보이지」
「네」
　들떠있는 목소리로 대답해왔다.
　그럼, 이제부터 어디로 갈까, 파르페를 먹으며 유미쨩의 행복해보이는 얼굴을 관찰하면서 생각을 했다.


「다녀왔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다, 다녀오셨어요……」
　우리들을 마중한 건 유키였다.
　얼굴을 보니, 엄마가 엄청난 꼴이 되어있을 거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대체, 지금부터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벅저벅하는 소리가 들리고 엄마가 안에서 조금 급하게 뛰쳐나왔다.
「어머어머, 잘 다녀왔니.
  로사 기간티아, 오늘은 딸애가 신세 많이 졌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저녁 드시고 가시지요」
　이 분위기로 보자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저녁식사를 준비해 놓고 있는 걸 테지.
　거실에 들어가니, 식탁 위를 가득 메우고 있는 갖가지 음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새우구이, 도미회같은 건 그렇다치고……왠 카가미모찌? 오늘이 설날인가요?
　엄마는 뭐가 뭔진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잔치음식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갖다 놓은 모양이다.
　그러나, 카가미모찌 이상으로 신경쓰이는 것이 있었다. 그 방 끝에 앉는 구석자리에서밖에 보이지 않는 달마인형은 대체 무슨 의미인지……
「우와~엄청 나네요」
「자자, 사양 말고 많이 드세요」
　의자에 앉아 있던 아빠도 유키도 비슷한 느낌인 게, 아마 오늘은 엄마한테 휘둘리고 있는  걸 테지.
　아빠, 유키, 미안합니다.


　다시 새로운 일주일이 시작했다.
　최근 유미양 덕분에 셔터가 쉴 날이 없어, 이번 주도 어찌됐건 엄청나게 즐거웠다.
　출입문 앞에서 신문부 부원이 오늘도 카와라판을 나눠주고 있었다. 최근 발행간격이 엄청나게 짧아져 있긴 하지만 오늘은 대체 무슨 일일까?
　신경쓰여서 나도 한 부 받아 읽어보기로 했다.
　『신백장미자매 신혼을 만끽중！』……여전히 변함없이 네이밍 센스 죽여주는 제목이 가장 위에 커다랗게 장식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두사람은 정말로 데이트를 한 모양이었다. 동시에 츠키야마 미나코가 스토킹했다는 말이 되지만,
　그건 그렇고 이 두 사람이 사이좋게 있는 사진. 솔직히 찍은 솜씨도 별거 아닌데다, 카메라도 일회용인 듯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는 그 후각만은 과연 엄청나다.
　꾸깃……그런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돌아보니, 그곳에는 카와라판을 짖뭉개고 있는 시마코양이 서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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