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사치코님은 오지 않으셨다.
  그 사진의 허락을 맡았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회의도 끝나고 로사 기간티아와 같이 돌아가는 길이었지만, 도중부터 대화가 끊겼다. 무슨 일 있나하고 옆의 로사 기간티아를 보니,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 듯 멍해있었다. 
「로사 기간티아, 무슨 일 있어요?」
「……응？
  아, 응. 좀 생각할 게 있어서」
「그러세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걸까?
「야옹-」
　응?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그쪽을 바라보니, 그 고양이가 달려서 로사 기간티아의 발에 빠짝 다가왔다.
　다들 런치라고 부르고 있는 고양이.
　전혀 사람을 따르지 않아서 도시락의 소세지를 한입도 안 먹고 던져줘도, 1미터 이내에 사람이 있으면 먹으러 오지 않는 고양이인데, 로사 기간티아만은 따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런치！」
「런치? 얘는 고론타야」
　로사 기간티아는 런치를 안아 올려 볼에 부비댔다.
「1학년은 런치라고 부르고 있어요, 이 고양이. 점심시간이 되면 나타나니까」
「그렇군. 난 고론타라고 부르고 있긴 한데, 암고양이라 좀 실례인 것 같애」
　아니, 좀이 아니잖수 라고 생각했지만, 런치는 안겨서 기쁘다는 듯 가릉가릉 목을 울고 있었다. 이런 행동이 약간은 믿기지 않았다.
「얘는 말야. 나를 믿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응석부리는 거지」
　그건, 로사 기간티아가 까마귀에게 습격받고 있는 런치를 구해준 데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그런 만남 얘기에서부터, 약육강식이라던가 타임머신이라던가의 얘기가 돼버렸지만, 그래선 안되는 짓을 해버렸다고, 그런 식으로도 들렸다.
「하지만, 구해버렸잖아요？」
「그렇지 뭐」
　로사 기간티아는 목을 움츠렸다.
「왜 그랬을까. 우라시마 타로 이야기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TV랑은 다르게, 현실에 진짜가 거기 있으면 손이 나와 버리는 거지」
　생각하기 전에 까마귀를 쫓고 있었다, 는 말이다.
「예전에 구해주는 게 오히려 잔인한 거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긴하지만」
　누가 그런 소릴 한 걸까？로사 기간티아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이 얘는 이렇게 여기 있을 수 없었을 텐데.
「구해주고, 먹이를 주고, 상냥하게 대해줘도, 난 언젠가 여기에서 없어지고 말잖아. 그 후의 일을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말이지. 뭐, 일리 있는 말이지만……」
　어라？다시 로사 기간티아가 무슨 생각에 잠기었다.
「……사람도 같은 걸까？」
　잠시 시간을 두고 세이님이 중얼거렸다.
  사람의 경우……누군가와 친해지게 되도, 언젠가는 헤어지고 만다는 뜻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치만, 언젠가는 헤어지고 말테니까, 누구와도 관계를 가지려 하지 않는다. 가지고 싶지 않다고……그런 건 너무나도 외로운 거니까.
「그런가, 응, 그러네」
「나도 언니가 날 정말 잘 대해주셔서, 정말로 좋았다고 생각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아직 헤어지진 않았지만 요코에게도, 라고 로사 키넨시스도 추가했다.
  로사 기간티아의 언니. 선대 로사 기간티아는 대체 어떤 분이셨을까?
「너도 마찬가지야」
  런치는 그 말에 대답하는 건지 「야옹~」하고 한번 울었다.
  거기서부터 다시 화제가 런치로 돌아왔다.
  런치는 로사 기간티아의 행동에서 시작돼서, 고등부의 학생들이 잘 대해줘서 지금까지 이렇게 커왔다고......그 중에도 가장 이 고양이를 신경 써주고 있는 것이 로사 기간티아 일 것이다. 여름방학에도 몇 번인가 먹이를 주러 학교에 왔던 모양이다.
「집에 데려가서 키워도 상관없었겠지만, 고론타……아, 그 당시는 아직 그냥『고양이』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이 아이한테 물어보니까, 학교에 있겠다고 해서」
「고양이가 말했습니까」
「이 아이는 특별해. 그러니까 개들처럼, 나를 잊는 일은 없어」
  그지~하고 말하며 볼을 부벼댄 뒤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작은 비스킷 같은 걸 꺼내 조금 부수어서 런치의 앞에 두었다.
「그러고보니, 그 때 약속했었지. 지금까지 잊고있어서, 미안해」
  어떤 약속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런치는 기분 좋다는 소리를 내며 드라이푸드를 맛있다는 듯 먹고있었다. 이렇게 사람 옆에서 무언가를 먹는 건 처음봤다.
「고양이용 드라이푸드. 먹고싶으면 줄게?」
「아뇨, 사양하겠습니다」
  확실히 맛있게 먹고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나 내가 먹고싶다는 표정을 지은 걸까?
  그 후에, 런치가 만족할 때까지 둘이서 런치의 식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은 로사 기간티아의 새로운 일면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K역에서 버스를 내렸을 때, 마침 내가 타는 버스가 눈 앞에 나타났다.
「앗……」  
「아까 그 버스였어?」
  고개를 끄덕이니, 로사 기간티아는 다음 버스시간까지 어디 가서 시간을 때우고 오자고 말했다. 


「아아~!」
  겨우 집어 올린 펭귄 인형이 크레인에서, 툭하고 떨어졌다.
  로사 기간티아가 데려간 곳은 무려 게임 센터.
  처음엔, 교복인 상태로 그것도 리리안 학생이……라고 말은 했지만, 어느 틈엔가 상당히 열중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윽, 무서운 게임 센터의 마력.
  「저 펭귄이 갖고 싶어?」
  「……예.」
  그럼, 대신 내가 집어줄게 라고 말하며, 백엔짜리를 달그랑하고 집어넣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크레인을 조작해서……멋지게 제대로 펭귄을 집었다.
  그대로 들어올려진 인형이 옮겨져 아래의 배출구로 떨어졌다.
「자, 받아」
「고맙습니다!」
「그거말고 또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집어줄게」
  윙크를 하며 원츄. 완벽할 정도로 엄청나게 멋있었다.


  로사 기간티아의 실력은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오늘 하루 방 책꽂이 위의 인형이 꽤나 늘어났다.
  딱 하나만 침대 맡으로 놔 둔 펭귄 인형을 손에 집었다. 처음으로 로사 기간티아가 나를 위해 집어준 인형. 어떻게 해서든지 갖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지만, 굉장히 기뻤다. 기념 인형이라고나 할까?
  인형을 침대 맡에 돌려 놓았다……오늘은 로사 기간티아의 여러 면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런치……실례라고 말하면서도 계속 고론타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그쪽이 본인, 아니 본고양이도 기뻐하는 것 같았고, 고론타라고 불어야 하나? …에 대해서 얘기했을 때에 로사 기간티아.
  게임 센터에서의 로사 기간티아.
  다 똑같은 로사 기간티아일텐데, 어딘가 달랐다.
「로사 기간티아라……」
  로사 기간티아 탓인지 덕분인지, 그 날부터 매일같이 여러 일이 있었다……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하지만, 그것이 싫은 건 아니었다.
  내일은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불안하기도 했지만, 기대도 됐다.
  그러고서 잠이 들 때까지, 여러 기대를 망상의 세계에서 부풀이고 있었다……



  오늘도 점심은 넷이서 옥상에서 먹기로 했다.
  그러다 도중에 산백합회의 연극 얘기가 나와서, 그 연습에 내가 참가하게 됐다는 얘기로 옮겨갔다. 두 사람이 상대니까 별 상관은 없었지만, 이런 얘길 교실에서 얘기한다면 또다시 엄청난 소란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솔직히, 내키진 않지만, 사치코님과 레이님의 경연을 일찍 볼 수 있는 건 좋을지도?」
「응? 아, 그렇지, 내가 말 안 했었나」  
  그렇게 말하면서, 로사 기간티아는 무언가 잊고 말하지 않을 것이 생각났다는 모양.
「레이의 왕자님역은 대역이야, 본 무대는 하나데라 학생회장이 와서 해주기로 했다는 말을 깜빡하고 안 했네」
「에? 하나데라 학생회장말입니까?」
「그래, 거만하고 좀 맘에 안 드는 녀석이긴 하지만. 뭐, 학생회 임원들끼리 서로 도와주러 간다는 전통이 있어서 말이야」
  그런 게 있었구나. 그럼 두 사람의 경연을 보는 건 연습에 참가하는 사람만의 특전인 것인가.
「본 무대, 둘 다 보러와」
「예, 물론」
  카츠라양은 평범하게 기대된다는 느낌. 츠타코양은……최고의 피사체를 찍을 수 있는 걸 생각하니 춤이라도 추고 싶다는 느낌일까? 둘 다 힘차게 대답했다.
  오늘도 즐겁게 점심 시간을 보내고 교정으로 돌아갈 때, 로사 기간티아는 생각났다는 듯 나에게 용무를 말했다. 
「유미. 미안하지만, 오늘은 조금 늦을 테니까 먼저 장미의 저택에 가주지 않을래?」
「아, 알겠습니다」
  아직 시작은 안 했지만 연극의 연습에 참가한다고 말했고, 혼자서라도 제대로 나가야겠지.


  그래서, 혼자서 온 것까진 좋았는데……혼자서 들어가는 장미의 저택은 지금까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긴장되는 공간이었다.
  왠지, 장미의 저택에 들어오면 올수록 더더욱 긴장하게 되는 것 같았다.
  역시, 나같이 평범한 학생에겐 너무 드높은 공간이라는 사실이 뼈에 사무쳤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와서 돌아갈 수는 없다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밟아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비스켓 문을 열자, 사치코님 혼자 계시면서, 품위 있는 컵을 기울이며 무언가를 마시고 계셨다.
「어머, 오늘은 혼자니?」
「아, 네. 로사 기간티아는 조금 늦으신다고」
「그래, 뭐가 좋아?」
  뭐가 좋아? 뭐가 라니 뭐가? 라고 조금 생각했지만, 마실 것 얘기라는 걸 눈치챘다.
「사치코님과 같은 거」
「알았어」
  라고 말하고 눈치챘다, 사치코님밖에 없는데 그렇게 물으신 건 사치코님께서, 나를 위해 직접 타주신다는 말!?
「앉아도 돼」
  당황해서 도와드리려고 하자 그렇게 말하셔서……난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얼마쯤 지나자 사치코님께서 내 앞에 홍차가 든 컵을 놓아 주셨다.
「아, 고맙습니다」
  인사를 한 뒤 사치코님께서 나를 위해 ‘내려주신’ 홍차를 입에 가져갔다. 
「맛있어요」
「입에 맞는 것 같아 다행이구나」
「……다른 분들은?」
「언니는 반의 사정으로 늦게 오셔. 요시노쨩은 몸이 안 좋아서 결석, 그래서 레이도 오늘은 안 와. 시마코는 위원회에 갔고, 로사 페티다는 왜 안 오시는 지 모르겠어」
「그런가요……그럼 로사 페티다나, 로사 기간티아가 오실 때까진, 둘 만이네요」
  그렇다. 지금 여기엔 사치코님과 나 둘밖에 없었다. 동경하는 사치코님과 나 밖에……이런저런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서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장미의 저택에 오면 사치코님과 이렇게 얘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오늘은 어쩌다긴 하지만, 사치코님께서 직접 홍차를 타주시기까지……
(아아, 이렇게 행복할 수가)
「기쁜 모양이네」
「에?」
「유미양 얼굴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아우……백면상. 눈은 입만큼 말한다는 말이 있긴 했지만, 내 경우는 얼굴이 말을 하는 모양이었다.
  사치코님은 쿡하고 웃으셨다. 너무 창피해서 얼굴에서 불이 나올 것 같아, 무심코 신음소리를 내버리자, 한층 더 이상해졌다는 듯이 다시 웃으셨다.
「넌 참 재밌는 애구나」
  그거 좋은 뜻으론 안 들립니다만,
  다시, 사치코님 앞에서 부끄러운 꼴을 보이고 말았다. ……부끄러운 꼴이라는 부분에서 그 사진의 일을 생각해냈다.
  확실히, 가방에 들어있을 터. 그 사진은 너무나도 갖고싶었지만, 사치코님에게 그 사진을 보여드려, 학원제에 전시한다는 허가를 받으라니, 막상 닥치고 보니 역시나 너무 창피하다. 
  기억하고 계신지 어떤 진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칠칠치 못한 여자라고 사치코님에게 고백하는 꼴이나 마찬가지……
「이번엔 또 뭘하려는 거야?」
  ……다시 저질러 버렸다. 사치코님은 즐겁다는 듯 웃고 계셨다.
  이만큼 연속으로 부끄러운 꼴을 보여버린 후니, 이젠 조금 덜 신경쓰기로 했다.
「실은, 이 사진말인데요……」
  가방에서 그 사진을 꺼내 사치코님 앞에 두었다.
  사치코님은 그 사진을 손에 들고, 좀 놀란 듯한 얼굴을 하고서, 미간에 약간 주름을 잡고 사진을 바라보고 계셨다. 불쾌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이 짐작 가는 게 없다는 표정은, 역시 기억하고 계시지 않은 건가, 여기선 카츠라양이 옳았던 모양이다.
  그 때 엄청나게 고민하고 창피해 했던 건 의미 없는 일이었다고, 조금 힘이 빠져, 한숨이 나올 것만 같았을 그 때, 사치코님께서 놀랄만한 말씀을 하셨다.
「아아, 시마코에게 로자리오를 줬던 날 아침이구나. 그래, 유미양이 그 때 그 애였니」
「네, 네」
  기억해주고 계신 것만으로 기뻐서 승천해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과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창피해졌다. 지금 거울을 본다면 내 얼굴은 토마토같이 새빨개져 있을지도.
「굉장히 잘 찍혔네, 이 사진」
「그 사진, 사진부의 츠타코양이 찍은 거예요」
「아아, 그래서」
「그래서, 그 사진을 학원제에 전시하고 싶다고, 사치코님께 허가를 받아와 달라고, 전에 부탁을 받았습니다만
  ……제목은 『가르침』이라고 합니다……」
  더 창피해져서 목소리가 작아졌지만, ‘풋’이라는 사치코님의 소리가 들렸다.
「후후후, 너무 딱 맞는 제목이네. 쿡쿡」
  다시 신음소리를 낼 것만 같았다.
「그 전시라는 거 커다란 패널같은 걸로 거는 거야?」
「아, 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좋아. 츠타코양에게 그렇게 전해줘」
「네, 감사합니다」
  이걸로, 이 사진은 내 꺼다. 아아, 이걸 어디다 걸어둘까……라니 본인 앞에서 그런 망상을 하는 건 너무 했기 때문에 곧바로 그 생각은 옆에 제쳐뒀다.
「하지만, 재밌는 우연이네」
「재밌는?」
「이런 일은 거의 안 하는데, 그 날은 나 결전태세였거든.」
「결전?」
「그래, 시마코에게 로자리오를 전해줄 생각이었어」
  그런가, 한번 거절당했다고 했었지.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거울을 보니까 이게 좀 삐뚤어져 있어서, 결전에 임하려는 데 이래선 안 된다고, 집념을 불어넣어 똑바로 고쳐 매고 왔었어」
  자신의 타이를 좀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아마,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이런 『가르침』을 했을지도 모르지」
  으으, 즐겁다는 듯이 사진의 제목을 말하는 걸 들으니~, 다시 신음소리가 새나와 웃겨버렸다.
「정말 재밌어」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로 그 때 그게 계기였었지)
  그 장면을 츠타코양이 찍어서, 장미의 저택에 오는 도중에 로사 기간티아에게 로자리오를 받았고, 그걸로 동생체험인지 뭔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땐 정말로 침울해져 있었지만, 그 덕분에 지금 이렇게 사치코님과 단둘이서 보내는 시간을 가지게 된거니까, 지금은 정말로 꿈같다.   
「무슨 기쁜 일이라도 있니?」
  아, 또 얼굴에 드러난 모양이다……오늘은 그래도그렇지 백면상이 좀 심했을지도.
  솔직히 그 얘기를 말해보기로 했다.
「그런거야? 그럼, ‘그 때의 아이가 유미양’ 인 게 아니라, ‘그 때의 아이니까 지금 여기에 있는 거’구나」
「그런 셈이지요」



  생각했던 것보다 약간 늦어졌는데, 유미쨩은 제대로 와있을까? 좀 걱정하면서 장미의 저택에 들어가자, 위에서 사치코와 유미쨩의 즐거운 목소리거 들려왔다.
  제대로 와있었네, 게다가 사치코랑도 잘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번 일은 사치코에게 있어선 꽤나 불쾌했을 텐데, 그래도 그걸 내비치지 않은 건 과연 사치코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게 지금처럼 즐겁게 얘기할 수 있게 되다니 만만세다.
「아~ 장하다 장해, 제대로 나와줬구나」
  들어가자마자 유미쨩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전 그렇게까지 어린애가 아니라구요~라고 말하고 싶은 건지, 가볍게 손을 파닥거리며 항의해왔지만,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유미양이 안 왔으면 어쩔 생각이셨나요?」
「으~응, 쇼크. 쇼크로 드러누울지도」
  라는 농담을 주고받는 건 좋다고 치고, 늦게 온 걸텐데 둘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니 무슨 일인가 사치코에게 물어봤다.
「그래서, 사치코 다른 사람들은?」
「언니는 반의 사정으로 늦게 오십니다. 요시노쨩은 몸이 안 좋아서 결석했고요. 로사 페티다는 왜 안 오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로사 기간티아는 뭘로 하시겠습니까?」
  마실 것말인가……둘은 홍차를 마시고 있는 것 같고, 같은 홍차가 좋겠지.
  그렇게 말하자 곧바로 사치코가 준비를 시작했다.
(응?)
  테이블 위에 한 장의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사치코와 유미쨩의 사진인가.
「그 사진 봐도 돼?」
「아, 네」
  손에 들고 봤다.
  놀랐다, 두사람이 이렇게나 친했다곤 전혀 생각해본 적도 없었으니까, 사치코가 일부러 타이를 고쳐 매주는 일이란 거의 없지. 마치……마치 뭘까?
  『자매』같이?
(바보같아)
  사치코의 동생은 시마코, 유미쨩이 아니다. 평소에도 계속 이런 일을 해주고 있을 리가 없다. 친하다고 해도, 당연히 그만큼은 아닐 것이다. 아마 무슨 이유가 있는 거겠지.
  그러고 보니, 왜 이런 장면의 사진이 있는 걸까? 아무리그래도 일부러 사진에 담기 위해서 이런 짓을 했다곤 생각할 수 없고……, 문득 카메라쨩이 두사람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납득.
  과연 결정적 순간에 찍었다는 느낌.
「기다리셨습니다」   
  사치코에게 한마디 말하고 홍차를 받았다.
「이거, 잘 찍혔네. 카메라쨩이 찍은거야?」
「네.」
「학원제에서 전시한데요」
「그래, 응. 이렇게나 잘 찍혔으니까」
「츠타코양에게 그 말 전해줄게요」
「아, 이거, 고마웠어」
  유미쨩에게 사진을 돌려줬다.
「그건그렇고, 사치코가 남의 타이를 고쳐줬다니. 이 날, 해가 서쪽에서 떴던 거 아냐?」
「그건 어떤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좋을지요?」
「의외거든. 사치코는, 칠칠치 못한 애의 언니까지 불러내서 두 사람 싸잡고 설교하는 편이 어울릴텐데」
  왜 그렇게 경직되지? 유미쨩도 「아……」란 느낌으로 경직돼있고, 설마 정곡을 찌른거야?
「알고 계셨습니까……」
무슨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는 진 모르겠지만, 그게 사실이었을 줄이야……설교당한 애가 불쌍해.
　도중에 얘기가 끊겼지만, 대화를 재개하기 전에 계단이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요코와 에리코의 소리인가?
　역시나 요코와 에리코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머, 시마코도 아직이네」
「네, 언니와 로사 페티다는 뭐로 하시겠습니까?」
「사치코가 준비해주는 거구나. 그래. 다른 사람들이 마시는 거랑 같은 거면 돼」
「나도」
「알겠습니다」
　사치코가 일어나 홍차의 준비를 시작해서, 잠시 뒤 2인분의 홍차를 가져왔다.
「아, 그러고보니, 연극의 배역은 벌써 들었어?」
「네, 주역을 맡은 이상, 반드시 성공해보이겠습니다」
「그래, 힘내」
　응? 아까 유미쨩의 눈이 빛나고 있었던 듯한?
　그 눈이 아무래도 신경쓰여서, 그때부터 유미쨩을 관찰하고 있어보니, 모두를 보는 눈의 차이를 눈치 챘다.
　나와 시마코는 별개로 해두고, 누구를 대해도 동경 같은 것이 섞인 눈을 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도 사치코에게 향한 눈은 특별했다.
　그건, 사치코의 팬이 사치코를 바라보고 있는 눈, 그 자체였다.
(유미쨩은, 사치코의 팬이었구나)
  그것도 그냥 팬이 아니다. 이유가 있다곤 했지만, 사치코가 타이를 고쳐 매줄 정도로 친한 두 사람……난, 말도 안 되는 짓을 해버린 것이다.




　그 후로, 어떡해야 좋을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은 레이와 요시노쨩이 없는 것도 있어서 회의도 일찍 끝났다.
  그리고, 생각해낸 결론을 실행하기 위해서 그대로 유미쨩을 불러냈다.
「로사 기간티아, 어디로 가는 거예요?」
　터벅터벅 같이 걸으면서 유미쨩이 물었다. 목적지는 그 온실.
「사람이 별로 안 오는 곳, 저기
  가자」
　무언가 얘기를 하기에 좋은 장소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그 역사에 응한 만큼의 마음이 여기에 남아있었다. 그 안에는……나와 시오리의 마음도 섞여 있었다.
　다행이다. 아무도 없었다. 이걸로, 유미쨩에게 말을 할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 마음의 역사가 새겨지는 것인가……
「유미쨩.」
　쨩을 붙여서 불었다. 물론 유미쨩은 그 말에 엑? 하는 얼굴을 했지만,
「사치코를 좋아했었구나」
　질문에 놀라 멈칫하고 조금 당황해했지만, 그건 인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네」
「그렇구나.
  내 얘길, 들어줄래?」
　조금 생각한 후「무슨 얘긴데요?」하고 질문을 되돌렸다.
「전에 시마코와는 많은 일이 있었다고 말했었지. 그거하고, 그것보다도 전의 얘기」
　시마코를 향한 마음을 말하기 위해선 시오리의 얘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유미쨩이 잠자코 듣겠다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 천천히 나의 마음을 차례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시오리와의 만남에서부터 헤어질 때까지의 일.
　그 후, 언니나 요코가 나를 지탱해준 일.
　봄, 시마코와 그 벚꽃나무 아래서 만나고 나서의 일.
  지금까지에 있었던 일을 그 때의 마음과 같이 하나하나 정직하게 말했다.
  나의 얘기는 서글픈 얘기였기 때문에, 유미쨩같은 애라면 당연한가……얘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눈물이 맺혀서, 금새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몇 번이나 닦았지만 전혀 멈출 기색이 없었다.
「시오리는 천사였으니까 나 따위가 잡아둘 순 없었어. 그치만 시마코는 달라. 시마는 인간이니까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지.
  하지만, 난 시마코를 잡지 못했어. 단지 옆에 있었을 뿐이었지. 잡으려 하지 않았었어. 시마코도 잡히길 바라고 있었을 텐데 말이지」
　시마코는 자신이 확실히 있을 곳을 바랬다. 나는 그것을 줄 수 있었는데 주려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사치코에게 잡혀 버린 거야」
　이렇게 이 마음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건 처음 이었다……정말로 시오리와 만나고 나서부터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여행으로 다른 사람에게 계속 폐를 끼치고 있었다.
  그리고 유미쨩에게도……이번엔 그 사실을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미안해. 내가 시마코를 내버려둬서, 사치코를 시마코에게 뺏겨버렸구나. 게다가 이런 일에까지 휘말리게 하고」
　유미쨩은 왠지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서……손수건으로 다시 눈물과, 콧물을 닦았다.
「어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끄덕였다.
「그러니까, 사치코는 시마코만의 특별한 존재가 돼버렸잖아? 내가 제대로 시마코를 잡아뒀으면, 유미쨩이 사치코의 동생이 되었을 거 아냐?」
「훌쩍…그런 일이……」
　다시 눈물을 닦으려다가, 아까 콧물까지 닦아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했다. 손수건을  보고 있는 채로 굳어버렸다.
「자」
（어쩔 수 없군）
　어째서 이런 때까지도 그런 짓을 하는 거지？ 뭐, 그게 유미쨩 다운 일지도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내 손수건을 빌려주자, 우는 소리로「고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얘기의 그 다음은 유미쨩의 눈물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회의는 빨리 끝났는데, 얘기를 꽤나 길게 해버려서 벌써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 때는, 비가 내려서 석양을 볼 수 없었었나……비가 내렸기 때문에 비를 피하려고 여기에 들어오긴 했지만,
「……그럴 리가 없어요」
　이젠 괜찮은 건가?
「왜냐면, 원래 같았으면, 나 같은 게 사치코님과 무슨 관계를 맺는 일이 가능했었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요. 그 사진도, 사실은 우연이었고」
「하지만, 친했던 건 사실이잖아? 안 그랬으면 그 사치코가」
　그렇게 말해봤지만, 유미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치코님이 말을 거신 건, 그 사진 때가 처음 이었어요」
　라는 말인즉슨 본 적도 없는 하급생의 타이를 고쳐줬다는 말? 그 사치코가?
「사치코님은, 그 날은 결전이었으니까, 집념을 불어넣어서 타이를 고쳐 매었다고 말씀하셨어요」
　내가 백면상을 해버린 걸까, 내 의문에 대답해주긴 했지만, 그 결전이란 건 뭘까 라는 의문이 생겨났다.
　그것을 물어보았지만, 유미쨩은 간단하게 대답해주려 하지 않았다.
　잠시 찌릿~하고 ‘가르쳐줘’광선을 쏘자, 완전히 졌다는 듯 한번 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그게……사치코님이 시마코양에게 로자리오를 전해준 날 아침입니다」
（에？）
「그게 아니었으면, 본 적도 없는 1학년인 내가 사치코님에게 타이를 고쳐매지는 일따윈,」
　그 날의 일이었어？
「그래서, 그 사진 일로 사치코님을 만나러 가는 도중에, 로사 기간티아한테 로자리오를 받아 버린 거고」
　그럼 모든 게 연결돼 있다는 건가. 운명따윈 믿고 있지 않았지만, 어째서 이렇게 내 주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많은 걸까?
「그 덕분에, 사치코님과 제대로 얘기 할 수 있게 돼서, 거기다 오늘은 단둘이서 대화도 할 수 있었고,
   확실히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로사 기간티아와 같이 있으면 즐겁고, 고맙다는 인사를 말하고 싶을 정도예요」
　안 좋은 일이 무엇인지 말할 것까지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구나. 나와 같이 있는 게 즐겁다고 생각했었구나.
「동생체험, 해서 좋았다고 생각해?」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동생체험을 해서 좋았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언니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유미쨩 같은 애랑 알게 되어 같이 지낸 일은, 좋았다고 생각했다.
　이게, 만약 그 때 로자리오를 준 것이 유미쨩이 아니었다면, 대체 어떻게 됐을까? 동생체험을 권한 게 유미쨩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유미쨩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마워」
　유미쨩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둘만 있어서 그런지, 저항하려고 하지 않았다.
（세 번째 실패……인가）
　유미쨩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문득 또 에리코가 한 말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첫 번째 실패……시오리와는 너무 가까이 다가갔었다. 시오리밖에 보지 않았었다. 시오리 이외에 그 무엇도 보이지 않게 되었었다.
그치만, 두 번째 실패……시마코와는 거리를 둔 채 단 한걸음을 내지르지 못했다. 난 시마코와 가까워지는 것을 극도로 겁먹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와 끔찍할 정도로 닮아있는 시마코에게……
　에리코가 말한 애매한 관계란, 사실은 나와 시마코의 관계를 말한 것이었다. 그치만, 지금은 유미쨩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 돼버렸다.
  여기에 온 것은, 이 상태의 관계를 지속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로자리오를 돌려받기 위해서였으니까……하지만, 애매한 관계를 끝내는 방법은 또 하나 있었다. 시마코와는 그렇게 끝낼 수 없었고, 이젠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유미쨩과 그렇게 끝내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나는 다가가는 것도 멀어져가는 것도 양쪽 다 체험해봤으니까, 지금이라면 그 공간의 거리를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유미쨩은 천사도, 나하고 닮은 인간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유미쨩하고라면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나는, 단지 한걸음을 내지르기만 하면 된다……
「지금, 로자리오 갖고 있어?」
「아, 네」
　가방에서 봉투주머니를 꺼내 나에게 건네줬다. 로자리오가 제대로 들어있었다.
「제대로 갖고 다니네」
「사실은 말이지, 이거 돌려 달랠 생각이었어. 왜냐면 유미쨩에겐 폐만 잔뜩 끼쳐서, 무엇하나 좋은 일 해준 게 없었을 테니까」
「그렇지 않아요！」
「응, 그래. 그렇다고 아까 알았어」
「……」
「유미쨩, 내 동생이 되어주지 않을래?」
　곧바로는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겠지. 잠시 지난 뒤 그 의미를 확인해왔다.
「그 말은……」
　내가 끄덕이자, 유미쨩은 조금 헤매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천천히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는 내가 언니네」
　유미쨩의 목에 로자리오를 걸어주려고 하다가, 무언가 생각나 도중에 그 손을 멈췄다.
  이 로자리오……훨씬 전부터 로사 기간티아 패밀리 사이에서 이어져 내려온 것이었다. 언젠가 로사 기간티아가 될 사람에게 전해지는 것. 그만큼의 무게가 있는 로자리오.
  하지만, 지금 건네주려고 하는 로자리오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시오리, 시마코, 두사람을 향한 나의 마음……내가 범해버린 죄의 무게가 더해져 있었다.그것은, 유미쨩에겐 너무나도 무거운 것이라 생각되어졌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기로 했다.
「무거워지면, 언제라도 벗기 좋게」
　마침 내가 그렇게 하고 있었듯이 팔찌처럼 로자리오를 손목에 감았다. 그치만 나와는 다르게 언제라도 벗을 수 있도록……
　그것에 응한 유미쨩의 말은「고맙습니다」였다.
　이렇게 나는 결국 언니가 되었다. 애매한 관계를 이렇게 끝낼 수 있었다.
　세 번째의 정직……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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