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 
교실의 청소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이름을 불려 멈칫했다. 
나를 그냥 이름만으로 부르는 사람은 이 리리안엔 없으니까, 환청인가 생각했지만......로사 기간티아가 창문에서 얼굴을 드러내어 나에게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 유미 빌려가도 돼?」 
아까 나를 부른 건 로사 기간티아인 모양이다. 나를 이름만으로 부르며, 청소를 하고 있던 다른 학생들에게 그렇게 물었다. 
산백합회 간부인 로사 기간티아가 말하는 걸 거절할 수 있는 학생은 우리 반엔 물론 없다. 하여......즉시 OK. 나는 로사 기간티아에게 빌려졌다. 
「그럼, 가방 챙겨」 
「저, 저기 로사 기가」 
「언니」 
내 말을 가로 막았다......나더러 로사 기간티아를 언니라고 부르라고? 
「저기, 그러니까......」 
「언. 니.」 
「......언니......」  
「네, 참 잘했어요~」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로사 기간티아는 내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줬다. 왠지 어린애 취급받는 것 같아서, 반 친구들 앞이라 꽤나 창피했지만, 조금은 기뻤다. 
「그럼, 가방 들고 와」 
「네, 네......」 
가방을 챙기러 자기 자리로 돌아오려 했을 때, 문득 로사 기간티아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시마코양의 시선을 눈치챘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뿐이었지만, 무언가가 달랐다. 평소의 시마코양의 눈도, 다른 반 친구들 같은 눈도 아니었다. 
시마코양의 눈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유미~」 
「네, 네」 
시마코양이 신경쓰였지만, 로사 기간티아가 제촉해서 서둘러 자리로 돌아왔다. 


3분 후, 나는 가방을 챙겨 로사 기간티아와 같이 복도를 걷고 있었다. 
아까 우리들이 교실을 떠난 순간 교실 안이 단번에 시끄러워졌다. 반 친구들에겐 얘기를 안했으니까 알고 있는 건 일부 몇 명뿐. 모두들 동생체험에 대한 건 모른다......아까의 장면은 어떻게 보여지고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들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도...... 
「사람들이 다 이쪽을 보고 있네」 
「그, 그러네요」 
나같은 학생은 로사 기간티아와 같이 다니는 것만으로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아버리지만, 
(히~잉, 다른 사람들 시선이 따가워~) 
「뭐, 하루 이틀 일도 아니려나」 
그런 말을 해봤자, 동생체험이란 얘긴 농담이 아닌 듯하니까, 내일엔 더 엄청난 일이 되어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역시 그렇게 되기 전에, 여기서! 
「아, 그렇지. 지금, 사토 세이의 동생 체험기간 중이긴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도 같이 체험해볼래?」 
「헤?」 
「난 로사 기간티아를 맡고 있으니까, 실상 동생이 됐을 땐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도 같이 맡게 돼버리는 거지」 
동생체험이란 건, 한정적인 거였구나. 그런 걸 생각할 여유는 지금까지 없었지만, 
「저로선, 아, 아무래로......」 
「그래, 뭐, 됐어, 사토 세이의 동생은 되고 싶어도, 로사 기간티아의 동생은 되기 싫다는 경우도 없을 거 없지. 그렇다는 건 일단 장미의 저택의 손님이라 이거군」 
「하, 하지만,」 
「괜찮아, 로사 키넨시스한테 얘기해둘테니까」 
가볍게 팡팡하고 내 등을 두드린다. 
으으, 어째서 제대로 얘길 못하는 거야~~ 



「시, 실례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들어가는 장미의 저택은 저번 이상으로 긴장되는 장소였다. 
점심시간에는 없었던 로사 페티다 앙 뷔통과 그 동생도 있으니까, 산백합회간부가 여기 다 모여있다는 얘기가 됐다. 그것만으로도 나같은 게 긴장되는 이유론 너무나도 충분했는데, 그 이상으로 여러 가지 압박이 느껴지고 있었다. 
「자」 
「아, 고맙습니다」 
로사 페티다 앙 뷔통 쁘띠쇠르인 요시노양이 타 온 커피에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조금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점심시간에 없었기 때문에 사정을 모르는 로사 페티다 앙 뷔통인 하세쿠라 레이님이, 가볍게 손을 들고 로사 기간티아에게 물었다. 
「유미에겐, 바로 나, 사토 세이의 동생을 체험해 보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거지」 
「저기, 레이쨔...언니는 그렇게 된 경위를 듣고 싶어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아, 경위말이지. 내가 넋이 빠져있던 상태에서 유미에게 로자리오를 줘버렸어. 그래서, 기껏 돌려주러 왔는데, 가지고 오는 걸 깜빡했다는 거야. 그래서 이것도 인연이고, 잠시동안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내 동생을 체험해보게 됐다는 거지」 
「......」 
아, 침묵. 레이님 질려버린 걸지도? 
「알다시피 나한텐 여러 사정이 있고, 동생을 체험시켜 봐서 그걸로 괜찮다면 상관없어」 
「로사 기간티아는 그걸로 됐다는 말씀입니까?」 
「덤으로 나도 언니 체험해보니까 좋잖아?」 
대답에 당혹한 듯 레이님은, 시선으로 로사 키넨시스에게 대답을 부탁했다. 
「그래,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 
「그렇습니까」 
로사 키넨시스의 대답에 레이님은 납득한 모양이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자니, 산백합회 안의 세 장미님의 관계를 어쩐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진짜 됐을 땐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 되는 거니까, 일단은 사토 세이의 동생을 체험해보는 걸로, 유미가 할 맘이 들 때까진, 모두들 손님으로 대해줘」 
「알겠습니다. 그치만, 다른 누군가가 유미양에 대해서 묻는다면 뭐라고 설명해야 합니까?」 
「그것도 그러네. 그냥 그대로 체험이라고 말해두면 되는 거 아냐?」 
사치코님의 질문에 로사 기간티아가 대답했다. 
「애써 우리가 가르쳐줄 필요도 없고 말야」 
로사 페티다 쪽을 보며 그런 말을 했는데, 그 말은 로사 페티다가 가장 소문낼 것 같다는 소린가? 
「알고 있어. 재밌는 얘긴 좋아하지만, 일부러 내 쪽에서 사건을 제공해줄 만큼 별나지도 않았다구」 




「대면식은 잘 끝났네」 
처음엔 딱딱하게 굳을 정도로 긴장해 있었지만, 끝날 무렵엔 점점 풀려갔다. 요코, 에리코, 레이, 요시노쨩 4명이 얘기를 잘 해준 점이 큰 이유였다. 
원래라면 같은 반인 시마코도 거기에 섞여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연히 그렇겐 되지 않았다. 
「그런가요?」 
「그렇잖아, 마지만에는 요시노쨩이랑 같이 웃기도 했고」 
「하지만......」 
「왜그래?」 
「시마코양은......」 
그런 말을 한 유미쨩의 표정에는 확연하게 그늘이 져있었다. 
이번 일은 유미쨩에겐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 사과해버리면 모든 것이 끝나버리니까 사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에 관해서만은 마음속에서라도 사과하고 싶었다......미안해. 
「......시마코와는 이런저런 사정이 있으니까」 
「로사 기간티아와 시마코양이?」 
「시마코가, 장미의 저택의 주인이 된 건 그 날이었지만, 그 전부터 여러 가지 도와주러 왔다는 거 몰랐어?」 
그 표정은 그랬던 거란 말입니까!? 라고 말해야하는 건가, 
「사치코의 동생이 될 때까지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얘기할 때가 오면 전부 얘기할게」 
「네......」 
(내가 말하기도 뭣하지만, 얘기할 때라는 게 오기나 할까) 




아침에 등교하자 반 친구들이 나에게 카와라판을 주었다. 
이런 때엔 무언가, 나하고 관련된 게 실려있구나, 뭐, 하루 이틀 그런 것도 아니고, 나랑 유미쨩의 관계에 대한 얘기려나? 
자기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뭐!?」 
예상대로의 기사였지만, 내용이 놀라워서 무심코 소리를 질러버렸다. 
어제 장미의 저택에 있던 일이 실려있었다. 틀림없이 실제 있던 일이, 그것도 상상력으로 매꿔 쓴 듯 어정쩡하게......문 밖에서 귀를 대고 엿들은 게 아니라면, 누군가가 정보를 흘렸다는 말이 된다.  
이 어정쩡한 부분은, 속보를 기다리라느니 어쩌니 써있고, 신문부가 화제성을 부풀리기 위해서 애매하게 쓴 것 같지만... 누가 얘기를 한 걸까? 

요코 : 얘기는 해도 이런 기사를 쓰게 내버려둘 리가 없다. 
에리코 : 어제 그렇게까지 말했고, 아마 아니겠지. 
시마코 : ......그래, 시마코다. 

시마코가 신문부에 정보를 흘린 것이다. 결국 이건 약간의 보복이라 이건가, 그렇다고 한다면 어쩌면 이 어정쩡한 내용도 시마코가 말한 걸지도 모른다. 
「저~ 죄송한데요. 신문부입니다만 로사 기간티아는?」 
뒷문에서 얼굴을 내비치는 얼굴이 두 개, 재빨리도 왔군......좀 더 제대로 된 정보로 정정해두는 게, 아아, 맞다. 이대로라면 유미쨩까지 휘말리게 하려 하겠군. 쐐기를 박아 둬야하나... 



무지하게 마음이 무거운 등교......신문부 건을 생각하면, 단번에 그런 기분이 들어버린다. 
어제와는 반대로 지각에 아슬아슬하게 등교. 신문부라고해도 수업이 있으니까 이렇게하면 얼굴 마주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쉬는 시간은 어떻게든 된다 치고, 문제는 점심시간. 어떻게 도망치는 게 좋을까? 이젠 얼굴도 알고 있을텐데, 
  그러고보니, 어제 그 후에 츠타코양은 어떻게 빠져나왔을까? 
「평안하세요」 
「에? 아, 평안하세요」 
나에게 말을 걸어온 건, 어쩐일인지 시마코양이었다. 설마, 나를 기다리고 있던건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척척 교실로 향해 가버린다. 어쩌다보니 인사한 건가? 
수업종이 울렸다. 늦겠어! 정말로 지각해버린다면 진짜 꼴사나운 일이다. 
교실에 들어가자 일제히 교실 안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됐다. 이런 건 물론 생전 처음있는 일로, 반 친구들이 나를 보는 눈이 어딘지 무서웠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어제 시마코양같이, 이걸 가볍게 흘려버리는 건 나에겐 불가능해...... 
「유미양 평안하세요」 
「아, 평안하세요」 
「이거, 봐」 
카츠라양에게 메모와 작게 접혀진 리리안 카와라판을 건네 받았지만, 그걸 펼쳐보기 전에 방송조배가 시작됐다. 
학원장선생님의 말씀을 왼 귀에서 오른 귀로 흘려버리면서 읽었다......조배 도중인데도 무심코 소리를 지를 뻔했다. 어제 장미의 저택에서 있었던 일이 실려있는 데다, 중요한 사실은 애매하게 얼버무려져 있었다. 이것만 봐선 다들 제멋대로 상상해버릴 거야...... 
(나 어떻게 되는 거지......) 
다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쉬는 시간이 되어 선생님이 교실을 나가시는 것에 맞추어 일제히 반 안에 시선이 나에게 집중해왔다. 
그리고 나의 주위에 사람이 몰려들어 삥 둘러쌀 때까지 정말 한순간의 일이었다. 
(뭐, 뭐야!?) 
「평안하세요」 
「아침에, 시간이 없어서 못 물어봤는데, 다들 유미양 얘기를 하고 있었어」 
그랬다. 그런 기사가 써져있었으니까 당연히......완전히 갇혀 버렸다. 
「있잖아, 이 기회에 확실하게 가르쳐주지 않을래?」 
「카와라판에 써있는거, 진짜야?」 
「동생체험이라니, 어쩌나 그렇게 됐는지 알려주지 않을래?」 
「로사 기간티아는 언니로서 어때?」 
「로사 기간티아의 동생이 된다는 건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라는 거잖아. 그대로가면 로사 기간티아가 되는 거야?」 
봇물 터진 듯이 한꺼번에 여러 가지 말들이 덥쳐와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저기, 그러니까......」 
한발한발 나를 둘러 싼 원이 압박을 가해왔다. 
그 사이에도 또 다른 질문들이 날라 와서, 이젠 어떤 질문을 했는지조차 거의 알 수 없게 돼버렸다. 
(그, 그러니까,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확실히 시마코양은 싱긋 웃어 넘겼지만, 내가 그럴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유미양, 대답해줘」 
그, 그런 말 해봤자 대체 뭘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어....그러니까, 확실히 아까 질문은...... 
「어떻게 된거야?」 
「우리들, 제발 알고 싶어」 
질문에 대해 생각할 여유조차 안 줄 건가 보다. 계속계속 날아오는 말의 화살에, 머릿속이 백지가 돼버려,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감도 안 잡혔다. 
「그, 그러니까......」 
내가 대답하지 않는 게 답답했는지,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이젠 무슨 소릴 하는 지도 모르겠어. 
......대체 어떡해야 되지? 
「어쩌면, 무슨 대답 못할 사정이라도 있어?」 
「여기서만 하는 얘기니까, 말해줄 수 없을까?」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야?」 
다들 나를 냅두고 멋대로 망상을 펼치고 있다. 
멋대로 대답을 유추해내고 그에따라 질문을 해오니까, 이젠 어쩔 도리도 없었다. 
마리아님, 어째서 제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면 안되는 건가요? 
「잠깐 기다려」 
원 안에 츠타코양이 날라 들어왔다. 
「그렇게 여럿이서 따지고 있다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왕따하는 걸로밖에 안 보일걸」 
이번엔 카츠라양. 
두사람이 안으로 비집고 들어와 줘서 노도의 질문들이 멈췄다. 
「우리들은 별로, 그럴 생각이......」 
날 구해줘서 정말 기뻤다. 나의 위기를 구해주러 강림해 와주신 두 명의 천사......아, 너무 기뻐서 눈물이 다 나오네. 

「어, 어머, 어떡해. 미안해. 우리들 울리려고 물어본 게 아닌데. 이젠 됐어. 말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오해받았지만,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것도 없어서 그냥 냅뒀다. 
나를 감싸고 있던 원이 거쳐갔다......그 때, 우연히 시마코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시마코양은 자기 자리에서 이쪽을 보고 있었지만,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지는 눈물 탓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을 때는 이미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교실에 있고 싶지 않아서, 두사람과 같이 교실을 나오기로 했다. 
그래도, 카와라판에서 애매모호한 부분같은 걸 얘기하기 위해, 미사용인 특별교실 근처 화장실로 가게 되었다. 
「둘 다, 정말 고마워」 
완전히 세 사람만 있게 되자, 일단 아까의 일에 대해 고맙다고 말을 했지만, 다시 눈이 젖어왔다.  
「그냥 됐어, 아까 그건 좀 너무했으니까,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야」 
「조금, 잔인했지 그건 정말......똑같은 걸 묻더라도, 달리 묻는 방법이 있었을 텐데」 
「응......」 
「뭐, 그건 제쳐두고, 조금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겠어?」 
손에 들고 있던 카와라판에 대해서겠지. 
「여기 써있는 거 진짜야?」 
츠타코양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자 「역시 그런건가」라고 투덜댔다. 
「그 산백합회 간부가?」 
아무리 신문부가 끈질기다해도, 그렇게 간단히 말했다는 거? 그런 식의 의미로 카츠라양이 질문을 되돌렸다. 
「그게 아니라, 일부러 흘리더라도 억측기사를 쓰지 못하게 하던지, 그런 효과를 노리고 말한 거 아냐? 의도랑은 어긋난 것 같지만.......」 
「그건 그렇고 누구한테 정보를 얻었는진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쓰다니 잔인하다」
「그래, 정말 잔인해」
「어쨌거나, 그런 걸 노린 거라면, 유미양에게 과잉취재는 안 오긴 하겠지만」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그러면, 점심시간에 도망 다니지 않아도 될텐데.


  내가 나가버리면 이상하게 얘기가 커져버릴지도 몰랐지만,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엿보고 있던 문을 박차고 들어가려던 순간, 두사람이 유미쨩을 구해주었다.
유미쨩 정말로 감격한 모양이다.
(친구란 참 고마운거지)
다른 한편 시마코는 조금 미묘했지만 『뭐 이 정돈가』란 정도였을까? 표정을 거의 내보이지 않으니까 확실하다곤 말못하지만, 
「제대로 와있네」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보니 요코가 있었다.
「로사 키넨시스도?」
「그렇지 뭐. 하도 늦으니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괜찮은 거 같으니 안심했어」
「난 아무것도 안했어. 유미쨩을 구한 건 친구 두사람」
「그래」
「신문부 쪽은 벌써 손을 써뒀지만, 시마코가......」
「이건 네가 선택한 길이야」
「알고있어」


다음 쉬는 시간에도 시선은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누군가가 물으러 오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점심시간......바짝 겁먹어있었지만, 결국 신문부는 오지 않았다. 이젠 날 알고 있을 테니까,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교실을 빠져나가기 전에 난리떨면서 오지 않을까했는데, 츠타코양이 말한 게 정답이었다는 걸까?
그래도 반 친구들의 시선은 변함이 없어서, 그런 속에선 점심이 목에 넘어가지도 않으니까, 셋이서 중앙정원이라도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유미~」
「갸우!」
셋이 같이 복도를 걷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그대로 날 안아버렸다. 그래서, 무심결에 리리안여학원의 학생으로서 외치기엔 어울리지 않는 괴성을......
「갸우!, 가 뭐야? 리리안 학생이라면, 하다못해 꺅 정도로 해두라구」
으으, 내가 생각한 걸......
「그, 그치만, 로사 기가」
「언니」
또 다시, 정정받았다. 전에 말했을 때는 정정받진 않았는데,
「어, 어어, 언니......그, 가, 갑자기 안아버리다니」
「아~ 미안미안. 유미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안아버렸네」
나의 항의는 소귀의 경읽기, 로사 기간티아에겐 전혀 효과가 없었다.
「유미는 점심 도시락이야?」
「아, 그러니까, 예,」
「쳇, 그럼 나도 내일부터 도시락 싸올거야」
에? 그건 무슨 의미?
「거기 두사람, 나도 같이 먹어도 돼?」
「아, 네, 네, 그거야 물론」
「물론이예요」
카츠라양은 당황해서 긴장하며 대답한 한편, 츠타코양 쪽은 안경이 반짝 빛난 듯했다. 아아, 츠타코양의 목적은, 그런 거였군. 반쯤 잊고 있었다.
「그럼, 다음에 보자」
로사 기간티아는 우리들에게 손을 흔들고, 어딘가로 걸어갔다.


  이렇게 옥상에 있는 물탱크에 올라가니, 학원의 이곳저곳이 다 보였다.
물론, 은행묘목 속에서 점심도시락을 펴고있는 시마코도 잘 보였다.
「뭐 하고 있는걸까......」
아까는 그냥 별 생각없이 유미쨩을 부르려한 것 뿐이었는데, 시마코를 보자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시마코의 눈이 있으면 냉정하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 상황에 뛰어들지 않은 게 정답이었을지도 몰랐다. 시마코가 있는 그 교실에 뛰어들었다면, 무슨 짓을 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갈수록 못말려 지는군)
......요코가 나를 경멸하게 되는 것도 비슷할지도 모른다.
결국 그날 점심은 밥을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장미의 저택에는, 요코, 에리코, 레이, 요시노쨩, 사치코, 그리고 시마코와 유미쨩이 모여있었다.
지금 얘기하는 것은 학원제 연극에 대해서로, 요코가 유미쨩에게도 출연요청을 교섭중이었다. 진짜 자매였다면 교섭이고 뭐고 할 것도 없었겠지만, 손님에게도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일손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커다란 원인은 나. 세 장미 중에서 유일하게 동생이 없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로사 키넨시스와 로사 페티다는 봉오리의 동생까지 세 명다 모여있는데, 로사 기간티아는 나 혼자......시마코를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으로 삼았다면 로사 키넨시스와 로사 기간티아가 두명씩으로, 책임은 동등했을테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유미쨩을 계속 보고 있자니 정말 쉬지도 않고 표정이 변한다는 것에 눈치챘다. 이만큼 표정을 드러내면 무슨 생각하는지 진짜 알기 쉽군.
시마코랑은 반대일지도 모르지. 연극 같은 덴 절대로 나가고 싶지 않다는 게 빤히 보였다. 물론 워낙 그렇게 당당한 애로 보이지도 않았고, 아직, 구체적인 역할도 정해지지 않았으니 당연할지도.
「언니, 기껏 와주신 손님께 일을 맡긴다는 건 실례가 아닐까요?」
「실제로 일손이 부족하단 문제는 사실이잖아. 게다가, 우리들은 대표라는 것뿐이지, 전교학생이 산백합회를 지탱해주는 게 제대로된 모습아냐?」
「그렇군요」
사치코가 구조선을 보내줘서 활짝 표정이 밝아졌지만 곧바로 수그러들어, 원래대로 돌아갔다. 정말 알기 쉽다.
「하지만, 확실히 오자마자 이런 말하는 것도 실례겠지. 유미쨩 미안해. 오늘은 이만 됐어」
다른 의제로 바뀌자 정말로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이만’이라는 부분이 강조되어 있다는 건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건 그렇고 유미쨩은 아무리 봐도 질리질 않네. 


「백면상」
「헤?」
같이 돌아가기로 해서, 은행묘목길을 걷고 있을 때 내가 말한 말. 유미쨩은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지 못하고 어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유미는 백명상이구나. 응, 재밌어서 좋아」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 유미쨩은 불만스러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정말 알기 쉬운 애야. 
조금 강한 바람이 불어, 어떤 종이가 날아와 내 발아래 떨어졌다. 주워보니, 리리안 카와라판이었다. 
「아, 리리안 카와라판」
가볍게 눈으로 훑어봤다.아침에, 내가 신문부에게 응답한 인터뷰의 기사가 들어있었다. 그래서, 말도 안되는 망상기사나 묘하게 애매한 부분은 없었다.
「읽을래?」
「아, 네」
유미쨩에게 전해줬다.
「아, 이건, 로사 기간티아가,」
「그렇지 뭐」
「고맙습니다」
꾸벅하고 고개를 숙였다. 유미쨩은 둔해 보이지만,, 의외로 예리한걸까?
「정말 인간성 좋구나. 교실에서 다른 사람한테 이런저런 꼴 당했잖아, 보통이라면 욕 한마디정돈 말해도 괜찮을 텐데」 
「화,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뭐 됐어, 그만큼 유미쨩이 좋은 애라는 말이니까」
또 쓰다듬어줬다......조금 버릇돼버릴지도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시마코양이 도시락을 들고 교실을 나갔다. 그러고보니 시마코양은 점심을 어디서 먹는걸까?
시마코양이 나가고 조금 뒤 로사 기간티아가 도시락을 한손에 들고 왔다.
「기다렸지, 자, 갈까」
두사람과 같이 교실을 나가, 로사 기간티아와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는 몇 개인가 도시락을 펼쳐놓은 그룹들이 있어서, 우리들도 그 중 하나가 되었다.
「응, 여럿이서 도시락 같이 먹는 건 행복해. 아, 그 오믈렛 맛있어 보인다」
로사 기간티아는 츠타코양의 도시락통에 들어있던......엑 저게 뭐야!??
츠타코양의 도시락은 각양각색인데다, 엄청나게 보기 좋았다. 진짜 맛있어 보이는 요리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어제까지와 비교해보면, 질도 양도 틀림없이 대폭 UP되어 있었다. ......당최 혼자서 먹을만한 양도 아니었고.
「괜찮으시면 드세요」
「고마워, 진짜 맛있다」
「맛있게 드시니 기쁘네요. 아, 이건 어떠세요? 제가 자신 있는 거예요」
「줘봐. 응, 이것도 맛있어. 츠타코양은 요리 잘하는구나.」 
로사 기간티아가 먹이로 길들여져 간다~~!
「그래서말이죠, 로사 기간티아, 조금 상담하고 싶은게 있는데......」
사진부의 에이스 다케시마 츠타코는 용사였다.
카츠라양도 거의 같은 감상인 듯했다. 얼굴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좋아, 그걸위해서 일부러 이걸 만들어준 거잖아, 유미 얼굴이 그렇게 말하고 있고」
으......, 그래도 이번엔 카츠라양도 그랬으니까, 내가 백면상이기때문이 아니다.
그런 일도 있었지만, 그 후엔 넷이서 꽤나 즐겁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특히, 츠타코양이 그 도시락을 우리들에게도 나눠준 게 가장 큰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다같이 엄청 맛있게 먹었으니까. 
그리고, 그 츠타코양은, 점심을 먹는 와중에도,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로사 기간티아에게 허락을 받고 있었다.
......이젠 그저 감탄하는 수밖에 없다.


과연 그건 단지 교섭용일 뿐이었는지. 다음 날부터는 보통 도시락으로 변해있었다.
오늘도 셋과 같이 점심을 먹으러, 도시락을 들고 유미쨩네 교실에 왔지만, 내 4교시가 조금 빨리 끝나서, 약간 빨리 왔다.
......그래서, 마침 교실에서 나왔다. 도망가려고 하는 시마코와 마주치고 말았다.
잠시동안 아무 말도 없이 마주 봤다.
오늘도 시마코는 로자리오를 목에 걸고 있었다.
침묵을 깬 건 내 쪽이었다.
「평안하세요. 로사 키넨시스 앙 뷔통 쁘띠쇠르」
「평안하세요. 로사 기간티아」
나의 불쾌감과 비아냥에 응답한 시마코의 말도 같은 것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둘 다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비아냥이었을지도 몰랐다.
우리들간에 주고받은 말은 그 한마디 씩 뿐이었다.
시마코가 물러간 후, 그대로 유미쨩을 만날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특별한 의미도 없이 한바퀴 돌기로 했다.


「또, 장미의 저택에 가보지 않을래?」
점심을 같이 먹고 있을 때 로사 기간티아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부활동도 없으니까 방과후엔 할 일이 없긴 하지만, 장미의 저택이라......솔직히 나한텐 너무 과분한 장소라서...
반짝하고 츠타코양의 안경이 빛났다. 아마도 이번에는 태양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그것덕분에 기억나 버렸다.
그 사진......갖고 싶어.
라는 말은, 사치코님을 만나러 가지 않으면 안 된다......이렇게 된 건 마침 좋은 챤스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방과후, 로사 기간티아가 끌어서 장미의 저택에 오긴 했지만, 오늘은 사치코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라? 사치코는 아직이야?」
늦게 온 로사 페티다가 약간 의외라는 듯 말했다.
「아아, 사치코라면 집안에 볼일이 있다고 돌아갔어」
집안에 볼일. 사치코님은 그 오가사와라 그룹 회장의 손녀딸, 그 정도쯤 되면 이런저런일이 있겠지. 기껏왔는데 못 만나다니, 아쉽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오늘은 남은 배역도 정해버리자」
「그러자」
「배역?」
「전에, 학원제 연극에 나가달라고 말했잖아. 그거야」
「신데렐라였나?」
「그래. 마침 사치코도 없고」
왜 ‘기왕’이니 ‘마침’이니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유미쨩은 어떡할래?」
「에? 어, 어떡하냐고 말하셔도...」
확실히 전에 ‘오늘은 이만’이라고 말했지만, 이렇게나 금방 다음이 오다니,
「지금이라면 특별히 맘에 드는 배역 맞게 해줄게」
로사 키넨시스는 배역이 적힌 일람표를 내 앞에 두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 그치만 신데렐라랑 왕자님은 안돼」 
나같은 게 그런 대단한 역할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있잖아 요코,」
로사 기간티아가 말을 걸었다.
「왜?」
「네가 말한 건 다 맞다고 생각하지만, 연극 같은 거 못할 것 같으니까, 너무 무리하게 강요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로사 기간티아,」
로사 키넨시스와 로사 기간티아 사이에 시마코양이 끼었다.
「만약, 유미양이 정식으로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 된다고 한다면 당연히 참가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됩니다. 그 경우를 생각해서, 못할 것 같으면 오히려 연습량을 늘려야하는 게 아닐까요?」
시마코양이 한 말은 정론이었다. 로사 기간티아의 동생이 된 다는 건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 되는 거니까, 그렇게 되면 참가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면 유미쨩이 미확정인 이상 누군가가 같은 배역의 연습을 해야되지 않아?」
「일손 부족은 백장미 패밀리의 책임이 크니까, 백장미 패밀리에서 그 책임을 맡으면 되지. 유미쨩이 일원이 된다면 그 책임을 나눠받으면 되는 거고, 안된다면 로사 기간티아 혼자서 다 맡으면 되는 거야. 내말이 틀려?」
레이님의 질문에, 시마코양이 아닌 로사 페티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대답을 했다.
로사 기간티아만 손해보는 느낌이었지만, 그다지 반론은 없었다. 로사 기간티아도 맞다고 인정하고 있다는 소린가,
로사 키넨시스는 조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래서, 어떤 역으로 할래?」라고 말해왔다. 내가 연습에 참가하는 건 확정되어 버린 것 같다.
「지금 정해두는 게 좋을 거야. 지금이라면 편한 역할도 고를 수 있으니까. 내가 추천하는 건 계모역할이려나, 유미쨩이 사치코를 괴롭히다니 재밌을 것 같잖아」
로사 페티다가 무슨 말을 한다 싶더니, 사치코님이 신데렐라역할인가, 그렇다면 왕자님은 레이님!?
두 봉오리의 화려한 경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이미 벌써 타카라즈카의 세계다. 
「어~이, 유미쨩 내 얘기 듣고 있어?」
「하, 헤? 죄, 죄송합니다!」
한순간 망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왔다.
「그래서, 무슨 역할할래?」
「으~응......」
결국 그 후 여러 가지로 고민해봤지만, 나의 배역은 최종적으로 언니B로 결정됐다.
다른 배역은, 일손부족이라는 그 말대로 일인이역인 게 많았다. 책임이라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꽤 봐주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대부분이, 연극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긴 했지만.


오늘은 유미쨩을 먼저 돌아가게 하고, 우리 세명만 남았다.
「시마코가 말한 거, 어떻게 생각해?」
내용은 어디로 보나 옳은 말이었으니, 당연히 시마코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 자체를.
「세이랑 똑같겠지」
「역시, 요코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신문부에 기사를 흘린 걸 포함해서 시마코가 그렇게 말한 행동은, 내가 시마코 앞에서 이런저런 짓을 하는 것과 똑같다 이건가......악순환. 빠져나갈 길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점점 깊은 수렁에 빠져가는 길밖엔 없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걸로 기한의 목적은 달성했어」
「......그래, 기한한정인가」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멀게 돌아가는 기한한정이었다.
「어정쩡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보단 나은 게 아닐까?」
시마코가 그랬다. 어정쩡한 관계인 채였으니까......
「그치만, 별로 자신없어」
「그런 약한 소리하면 어떡해?」
「......」
에리코는 이번 일을 즐기고 있는 듯했지만, 사치코와 나 사이에 끼어있는 요코에겐 정말로 미안한 생각뿐이었다.
「솔직히, 지금 유미쨩을 대하는 건 시마코 때 이상으로 어정쩡해. 손님인데다가 임시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라니」
「뭐, 계속 우물쭈물한다 해도, 시마코 때와는 달리, 우리들은 유미쨩을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으로 받아들이게 될거야」
연극에는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으로서 나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유미쨩을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사토 세이의 동생이 아니더라도」
「그래, 그렇게 되겠지」
「그 애, 내켜하는 거 같진 않아 보였는데」
유미쨩이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내가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유미쨩이 내년의 로사 기간티아가 된다고 하는 건, 이제까지 봐온 모습으로 본다면 꽤나 어려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건 그거대로 별 상관없지 않아? 정하는 건 우리가 아니니까」
장미님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본인과 리리안 고등부 전교생이니까......인가.
「......로사 키넨시스의 눈으로 보기엔 차기 로사 기간티아로 어울릴 거라 생각해?」
「......뭐라고도 말 못하겠어. 하지만 내 경험상, 내년은 사치코, 내후년은 시마코라는 두사람이 있다면, 그다지 큰 문제는 없을지도 몰라. 오히려, 일반 학생에게 있어선 친해지기 쉬울지도 모르지」 
아무렇지도 않게 엄격한 말을 섞는 부분이 요코 다웠지만, 실제로 그 말대로 일지도.
「하지만, 그런 걸 지금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 중요한 건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 아니라 사토 세이의 동생이니까」
「나의 동생이라......」 
내가 중얼거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침묵이 되었다.


「애매한 관계만 계속한다 해도, 세 번째까지 실패하지는 않겠지」
헤어질 때 에리코는 그런 말을 남겼다.
세 번째 실패......시오리, 시마코, 그리고 유미쨩인가.
하지만, 그 이전에 나는 두 번째 실패를 질질 끌고 있다. 아니 질질 끌고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은 시마코 앞에서 폭주하는 걸 참고 있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다시 언제 폭주해버릴지 알 수 없었다. 계속 참고 있을 자신 같은 건 없었다.
나는 아직도 시마코를 전혀 포기하고 있지 않으니까......
만약 내 동생이 생기면, 시마코를 포기할 수 있을까?
동생이 생긴다는 것은 언니가 된다는 것
......이런 내가, 언니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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