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에, 어딜 어떻게 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람들의 눈이 없는 곳까지 달렸다.
  나 따위가 갖기엔 너무나 엄청난 것을 떨리는 손으로 감추고 있었던 주머니에서 꺼내었다.
  뭐, 보기엔 좀 오래됐다는 걸 빼면 그냥 평범한 로자리오로, 이 리리안에선 익숙하게 봐 온 거지만......그 주인이 너무 엄청났다.
「로사 기간티아, 붕 떠있었지」
뒤따라 온 츠타코양이 제일 먼저 말한 건 그거였다.
「붕 떠있었어?」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로 로사 기간티아의 상태를 확인할 여유같은 건 전혀 없었고, 확인했더라도 절대로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런 로사 기간티아 처음 봤어, 뭔가 엄청난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그래......」
「유미양은 로사 기간티아랑 아는 사이가 아니지?」
「무, 물론......」
나 같이 평범한 학생에게 로사 기간티아와의 접점따윈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로사 기간티아가 유미양에게 로자리오를 준건 아무래도 말이 안돼. 즉, 뭔가 착오가 있었다는 거네」
「뭔가라니 뭐가?」
「로사 기간티아한테 묻는 수밖에 없잖아? 그건」
「그러네......」
「로사 기간티아는 멍-한 채로 돌아가 버렸으니까......유미양도 오늘은 그만 돌아가는 편이 좋을거야, 이대로 있다가 잘못해서 신문부한테 걸리면 끝장이니까」
「으으, 내일 어떻하지......」
「아침 일찍 와야지, 쉬는 시간은 어떻게든 해줄게」
「그게 가능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사진부의 에이스?」
「내말이 그 말이야」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뻤다.
「점심시간에라도 장미의 저택에 찾아가 봐야겠지」
「응......그렇게 할게」
츠타코양은 너무나 믿음직스러웠다.
「그래서, 또 하나 부탁이 늘었는데 말야」
「......에?」
그 부탁이란 건 요컨대......사치코님 경우와 같았다.
역시, 츠타코양은 정말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다.


다음 날 아침, 어제 츠타코양이 말한 대로 이른 시간에 등교했다.
아직 사람이 별로 없는 교실에 들어와 자신의 자리에 앉아, 그때부터 벌써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는, 한숨을 또 쉬었다.
이 한숨의 원인은 지금은 봉투주머니에 넣어져 가방에 들어가 있다.
어째서 이런 물건을 내가 가지고 있게 된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교실의 사람이 불어나서 점점 소란스러워졌다. 그러나 평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어쩌면, 어제 그 일이 다른 사람들 귀에도 퍼져있는 건가?
그런 와중에, 카츠라양이 등교했다.
「평안하세요, 유미양」
「평안하세요, 카츠라양」 
「유미양, 지쳐있어?」
「조금,」
「카와라판을 읽었는데, 일이 엄청나게 된 모양이야」
엄청난 일......엄청난 일이다. 그래. 그런가, 다른 사람 모두 카와라판으로 알고 있구나. 대체 어떤 식으로 써있을까?
「어떤 식으로 써있어?」
「읽을래? 자」
카츠라양이 내놓은 리리안 카와라판을 손에 들고, 무엇이 쓰여 있는지 보았다. 가장 위에 큼지막하게 『홍장미 신 자매탄생!!』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래, 사치코님한테 동생이 생겼구나......」
내가 동경하는 사치코님의 쇠르. 대체 어떤 사람일까? 사치코님의 동생이 되었다니, 좋겠다~
「그, 그렇긴 한데......」
「아, 」
기사에 눈을 돌리니 바로 시마코양의 이름이 나왔다.
그렇구나, 시마코양이 사치코님의 쇠르가 되었구나. 어제 후쿠자와 건설 공사의 결과를 얘기하자, 문자그대로 배꼽을 잡고 웃었지만......어제 카츠라양이 여러 가지 얘기한 대로는 되지 않았다.
「그렇지. 시마코양 정도면 사치코님의 동생으로 어울리지」
오늘 모두의 상태가 평소와 다른 건 이 반의 시마코양이, 로사 키넨시스 앙 뷔통 쁘띠쇠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라? 카츠라양이 이마를 누르고 있다.
「어떤 의미로 유미양은 참 대단해......중요한 건 그 아래야」
「아래?」
거기에 늘여져 있던 문자를 보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면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 탄생!!??』이라고 쓰여져 있었으니까......   
  그, 그랬다. 로사 기간티아에게 로자리오를 받았다는 것은,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이 된다는 것......그렇다고 한다면, 그걸 받아버린 나는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 그 말은 즉, 로사 기간티아가 졸업하시는 내년은 내가 로사 기간티아!!?
문득, 로또에서 1등에 당첨됐을 때에 이런 느낌일까? 너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일이 일어나서, 대체 지금부터 뭘 하면 좋을지 전혀 알 수가 없게 돼버린 듯한......
(......난 바보?)
이건 절대로 무언가가 잘못된 거다, 그러니까 점심시간에 돌려주러 가자고 어제 츠타코양하고 얘기까지 했었는데......
「난 어쩌다보니 그곳에 있어서, 이게 누군지 알고 있지만, 카와라판엔 누군지는 안 써있으니까, 일단은 안심해도 되는 거 아냐?」 
「그런가......」
카츠라양도 그 곳에 있었구나......그밖에 어떤 사람이 그것을 보았을까?
기사에 눈을 돌리니, 여러 가지 추측으로 얘기를 부풀여서 써놓았지만, 카츠라양이 말하는 대로 그것을 받은 게 나라는 걸 알만한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휴~하고 일단 숨을 내쉬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반 친구들의 상태를 봐보니, 모두들 똑같이 리리안 카와라판을 손에 들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다. 하는 얘기는 전혀 다르겠지만,
「그래서말인데, 나, 보는 것만으론 알 수 없는 걸......알고 싶습니다만?」  으......카츠라양의 눈이 빛나고 있다.
나도 소문 얘기하는 건 좋아하지만, 설마 지신이 소문의 대상이 될 줄이야 바로 전까지만 해도 전혀 꿈에도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카츠라양이 그렇게 말해봤자 내가 얘기할 만한 말은 거의 없는데......일단 내 입장에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했다.
얘기를 다 듣자, ‘과연’하고 크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이건 챤스라고 말했다.
「챤스?」
「왜냐면, 계기야 어쨌튼, 산백합회간부, 그것도 로사 기간티아와 친해질 수 있는 챤스잖아」  
친해진다고 해도......
「......내가? 로사 기간티아랑?」
「......뭐, 뭐, 어쩌면 그런 일도 가능하진 않을까 싶은데」
대답이 그게 뭐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실제로 나는 그런 것이다.
같은 계기라도, 사치코님하고 라면 전혀 어울리지 않더라도, 나를 기억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기쁠텐데......라고 말해도, 그런 계기는 너무 심했지......
  갑자기 교실의 공기가 변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더니 시마코양이 등교해왔다. 나를 포함한 교실안의 시선이 집중했다.
시마코양은 목에 로자리오를 걸고 있었다. 저게 사치코님에게 받은 로자리오구나.
역시, 좋겠다~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렇게 생각한다 한들, 나 따위가 사치코님의 동생에 어울리질 않으니 무의미한 말이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라 지금 엄청 곤란해하고 있는거니까...... 
그 시마코양은, 가볍게 시선을 교실 안으로 향한 뒤, 미소를 지으며 「여러분 평안하세요」라고 말하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나를 포함한 모두는 시마코양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묻고 싶었지만 물을 수 없었다. 그런 독특한 분위기가 시마코양을 감싸고 있었다.


눈을 뜨니 시계바늘의 시간은 이미 지각확정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서 이미 늦은 거 서두를 것 없이 천천히 왔다.
요즘 들어 좀 쌀쌀해지긴 했지만, 아직 낮에는 따스하구나. 
「세이!!!!」
교문 부근에서,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들릴 리 없는 소리가 들려와서 놀라 멈칫했다.
그곳을 보니 요코가 교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볼일로 기다리고 있는 진 모르겠지만, 우등생의 표본과도 같은 요코가 이런 짓을 하다니......오늘은 비라도 오려나? 우산 가져올 걸 그랬다.
「뭐야? 로사 키넨시스?」
「됐으니까 이리와봐!!」
덥썩하고 팔을 잡아 끌려가듯이 장미의 저택까지 강제연행 됐다.  
지금까지 본 적도 없을 정도 꽤나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내가 뭔 일 저질렀나? ......이정도의 반응을 보일만한 일은 아무래도 짐작이 안가는데
「이건 대체 뭐야!!?」
살롱에 들어오자마자 무슨 종이를 내던졌다.
그건 리리안 카와라판이었다. 『홍장미 신 자매탄생!!』이라는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랬다. 어제, 시마코는 사치코에게 로자리오를 받았다.
「......요코가 시켜서 한 거 아니야?」
「그거말고!! 그 아래말야!!」
아래? 음 그러니까......어디보자, 『로사 기간티아 앙 뷔통 탄생!!??』......??
「요코, 로사 기간티아란 거, 나 아니었나?」
「당연하잖아, 설명해봐」
「뭘?」
한 순간 ? 라는 느낌의 표정을 지은 뒤, 뚫어져라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설마, 기억을 못하는 거야?」
「뭘?」
그렇게 대답하니 휙하고 카와라판을 나에게 뺏어, 날 의자에 앉혔다.
「언제나 마시던 거면 돼?」
요코가 커피를 타주려나 보다. 요즘엔 시마코나 요시노쨩, 둘 다 없을 땐 사치코가 대부분 타줘서, 요코가 여기서 커피를 타주겠다는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부탁해」
언제나처럼 인스턴트 커피를 탄 뜨거운 물이 컵에 담겨져 눈앞에 놓여졌다.
「세이, 차례대로 설명할게. 내 책임도 크니까」
「응」
타 준 커피를 마시면서, 짧게 알았다는 소리를 전했다. 
「시마코는 산백합회에 필요한 인재, 언젠가는 장미님이 될거라 생각하고 있다는 건 전에도 말했었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얘길 들었다. 그건 6월이었나, 시마코가 이곳에 출입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건 세이의 동생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그 외에도 두가지 방법이 있었어」
「하나는 누구의 동생도 되지 않은채로 시마코를 선거에 입후보시키는 것」
그래, 요코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애써 내가 동생으로 삼지 않더라도 시마코에겐 로사 기간티아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직 동생이 없는 사치코의 동생이 되는 것이었다 이말이야. 이 얘긴 사치코에겐 물론 하지 않았지만, 그 애도 나와 거의 비슷한 걸 생각하고 있었어」
언젠가는 장미님......과연, 사치코의 동생이 된다면 내후년의 로사 키넨시스 후보가 된다는 말이다.
「어제 사치코한테 들었는데......시마코는 산백합회 일원이나 마찬가지로 되어있지. 그래도, 정식으로 장미의 저택에 받아들여져 있는 건 아니야. 기껏해봐야 자리매꾸기같은 거라구. 그런 대우는 결코 좋은 거라고 말할 수 없어.
게다가, 그 애 스스로도 동생으로 삼고 싶었던 거지. 그밖에도 뷔통으로서 책임도 느끼고 있었다고 봐. 여러 가지가 겹쳐서, 사치코는 이대로 내버려두는 것보단, 자신의 동생으로 삼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거지......그래도 시마코는 사치코의 권유를 거절했어」
「에?」
거절했어? 하지만, 확실히 내가 봤는데, 카와라판에도......
「어제 사치코가 시마코에게 권유한 건 두 번째였었어」
그런 말이었나......그렇다고 해도, 그 사치코가 한번 거절당했는데 또 다시 권유하다니, 그렇게나 시마코를 동생으로 삼고 싶었던 것인가?
「이전에 시마코가 거절했었을 때, 언제라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몸을 가볍게 한 채로 있고 싶다고 말했었나봐」
......빠져나갈 수 있도록, 몸을 가볍게 한 채로 있고 싶어?
「지금 있는 곳이 없어지면, 정말로 빠져나가버릴 생각이었을지도 몰라. 그래도, 그걸 원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사치코는 생각했어」
시마코가 받아들였다는 소린, 그 말대로 사실은 빠져나가고 싶지 않았다는 소리란 말인가......
「그래도, 어제 권유한 다음에 그걸 받아들일 때까지 상당히 고민한 모양이야. 사실은 세이한테서 받고 싶었겠지......」
맨 처음 시마코를 찾아낸 것은 나였을 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행동을 옮길 수가 없었다.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데, 항상 눈에 비치는 곳에 있길 바라는, 그런 비겁한 인간이었다. 
나는 시마코의 일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었다. 시마코도 그걸로 충분하다고만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다......한 걸음 내가 다가와주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자업자득이지)
「세이, 그래도, 아직 다음이 있어. 더 쇼크일지도 모르겠지만......」
말하기 어려운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얘길까? 
「혹시나해서 확인해둘게. 세이, 지금, 로자리오를 가지고 있어?」
로자리오? 언제나 손목에 감아......어라? 없어.
「이상하네. 정신이 없어서 잊어버리고 왔나?」
「틀림없구나. 사치코가 시마코에게 로자리오를 건네주는 걸......아니지. 시마코가 사치코에게 로자리오를 받는 걸 본 세이는, 우연히 지나가던 학생한테 로자리오를 준 것 같아」
「......엥?」
요코가 말한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 무슨 소리야?
「지금은, 그게 누군지 알 수가 없어. 신문부가 움직이고 있으니까, 오늘 안에는 알 수 있겠지만」
「자, 잠깐만 요코」
「기억 안나?」
아무래도 거짓말이나 농담같은 걸 하고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에, 어제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에게 로자리오가 필요없냐고 말한 것 같기도 하다.
「아......」
「어때?」
「그런 것 같아. 아아, 어쩌지」
언니에게 받은 로자리오......어제 사치코가 건네주는 걸 방해하기 위해서 내가 건네주려했던 로자리오......그게 지금 없다. 어디에 사는 누군지도 모를 학생이 내 로자리오를 가지고 있다.
「상처는 벌어지기 전에 차갑게해두지 않으면 안돼, 신문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다시 되돌려받지 않으면 사태가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하기 싫어」
요코의 말이 심장을 강타했다.
어째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 버린 거지......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츠타코양이 지금 당장 장미의 관에 가는 게 좋을 거라고 말해왔다.
나는 그말에 따라, 츠타코양과 카츠라양과 같이 교실을 나왔다. 그러자, 두다다다다! 하고 지진이 울리는 건 아닐까 생각될 정도의 기세로 세 사람이 이쪽으로 달려왔다......아마도 신문부의 부원.
「늦었나......」
츠타코양이 원통하게 중얼거리는 걸보니, 틀림없는 모양이다.
「어머, 평안하세요, 당신도 이 반이셨나요?」
「평안하세요, 신문부 여러분. 오늘은 무슨 볼일이라도?」
「후쿠자와 유미양과 토도 시마코양을 인터뷰하러 왔어요. 마침 잘됐군요, 불러 주실래요?」
「어~~그러니까, 시마코양은......없는 것 같네요. 유미양은......아」 
츠타코양은 옆에 있는 나를 무시하고 지나쳐 교실을 돌아봤다.
「아, 저기 있는 게, 유미양이려나?」
안경을 올리는 시늉을 하고, 가장 안쪽 자리를 가리켰다.
「불러 올게요. 잠시 기다려 주세요」
대체 어쩔 셈이지? 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맞다맞다」하고 말하며 뒤를 돌아봤다.
「나츠메양하고 카츠라양은 지금 급하지? 먼저 가도 돼」 
「어? ......아, 네」
일부러 유미의 눈을 보고, 게다가 살며시 윙크까지 한데다, 카츠라양도 같이니까, 그 나츠메양이란 자기를 말하는 거겠지.
「그럼, 먼저 갈게」
츠타코양과 신문부의 학생에게 작게 인사하고, 카츠라양과 같이 그 장소를 떠났다.
그리고 복도를 걸으면서, 로사 기간티아는 장미의 저택에 정말 있을까하는 질문을 카츠라양에게 물었다.
「로사 기간티아가 도망칠 곳은 장미의 저택밖에 없다고, 츠타코양이 말했어」
과연, 듣고보니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 신문부와 이런저런 접점이 있는 사진부니까, 비슷한 케이스를 몇 번이나 봐 온 걸까?
「유미양」
복도를 걸으면서, 갑자기 불러세워져 놀랐다.
목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보니 자신에게 말을 건 것은 시마코양이었다.
「장미의 저택에 가는 거야?」
내가 그렇다고 말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 한순간이지만 시마코양이 지은 표정은 무엇이었을까? 처음으로 보는 시마코양의 표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가자」
카츠라양과 같이 시마코양을 따라 장미의 관으로 향했다.


우리들이 도착했을 때, 장미의 저택 앞에 로사 페티다가 서계셨다.
「아, 시마코! 그 애야?」
그 애라는 건, 카와라판의 그 애라는 의미일까......즉 나를 말하는 것이다.
「로사 페티다......」
「이번에 난 잠자코 보고만 있을래, 지금 안에 있는 건 로사 키넨시스와 로사 기간티아뿐이야」
왠지 로사 페티다는 굉장히 즐거워보였다.
「사치코님은?」
「아직 안 온 것 같은데, 오면 어쩔래?」
「......모르겠습니다」
「아......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저기 왔어」
뒤 돌아보니, 사치코님이 내 바로 뒤에 계셨다! 역시 그 때 뵌 대로 아름다우시다.
「사치코님......」
「시마코, 이 애야?」
카츠라양은 웃었지만......사치코님은 그 때의 일을 기억하고 계실까?
「......네」
「자, 위로 올라가자」
확인도 못해본 채, 사치코님의 말을 따라 장미의 저택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여럿으로 들린다......조금 많군. 
「요코......」
「3 4 5, 5명, 많구나」
요코는 5개의 음을 구분해서 들은 듯하다.
비스켓문이 열리고, 사치코, 에리코, 본 적없는 두사람, 그리고 시마코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마코는 사치코에게 받은 로자리오를 걸고 있었다.
(이젠, 홍장미 패밀리의 일원이군......)
시마코에게 있어 내가 가장......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영원히 그 상태로 있을 린 없었다. 시마코가 바라고 있었는데, 그걸로 됐다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후쿠자와 유미양을 데리고 왔습니다」
시마코에게 소개받은, 머리카락을 리본으로 양갈래로 묶은 아이가 고개를 숙였다......저 애가 갖고 있구나.
「자, 앉아」
요코가 두사람에게 의자를 권하자 두사람이 우리들을 대면하여 앉았다. 그리고 사치코들도 앉자, 시마코가 차를 준비했다. 홍차의 향기가 퍼져왔다.
요즘엔 요시노쨩과 시마코가 맨날 타줬으니까, 당연한 광경일 텐데, 어딘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보였다.
시마코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치코라는 훌륭한 언니가 생긴 지금, 난 시마코에게 있어 어떤 존재일까?
「드세요」
일단은 손님인 두사람에게 차를 내줬다.
「우유와 설탕은?」
요시노쨩이 찬장에서 꺼내온 상자에 들어있던 스틱을 건네주고, 시마코는 담담히 내 앞에도 커피가 든 컵을 두었다.
컵에 담겨진 열기가 피어오르는 붉은 액체의 맛은 평소와는 다르게 여겨졌다. 내용물은 같은데......
사치코의 동생이 되어 내 동생이 될 수 없어진 걸, 로사 키넨시스 앙 뷔통 쁘띠쇠르로써 장미의 저택의 정식적인 주인이 된 걸, 내가 이 유미쨩에게 로자리오를 건네준 걸......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물론 그 물음에 시마코가 대답할리는 만무했고, 척척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유미쨩인지 뭐시기랑 얘기하고 있던 요코가, 때때로 힐끔힐끔 이쪽을 째려보고 있었다. 말 안 걸어도 되겠어? 라는 건가? 그렇게 말해봤자,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컵을 다 돌리고 사치코의 옆자리에 앉아 자신의 분을 마시고 있는 시마코를 보니, 표정은 무표정이진 않지만 그 무엇도 읽을 수 없었다........아까도 자연스레 대응했었고, 별로 아무 느낌도 없다 이건가?
요코, 사치코라는 훌륭한 두사람이 있는 홍장미 패밀리에 들어가서, 나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이건가?
그런 생각이 머리 속에 떠오르자, 이어 가슴 속으로부터 무언가가 북받쳐 올라왔다.
「에 그러니까, 유미쨩이었나?」
「아, 예」
요코와 얘기를 하던 때에 애써 끼어들었다.
「어제 건네 줘버린 로자리오 말인데」
「아, 네, 네, 지금 여기에......어라?」
유미쨩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차례로 다른 주머니에는 없는지 찾고 있었다.
(아아, 잊어버린 건가, 마침 잘됐군)
표정을 보이지 않는 시마코를 슬쩍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내 얼굴은 차마 감추지 못한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져오는 걸 깜빡한거야?」
「죄, 죄송합니! 갸웃!!」
있는 힘껏 머리를 숙이다보니 책상에 이마를 부딪혔다......엄청난 소리가 났는데, 괜찮을까?
「「괜찮니!?」」
덤으로 딸려온 애랑 요코가 즉시 물었지만, 유미쨩은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다시 한번 나에게 사과했다. 이마에 자국이 남은데다가 눈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상당히 아픈 듯했다.
「유미쨩은, 언니있어?」
「에? ......저, 저기, 없습니만?」
좀, 겁먹고 있는건가?
「그래, 그럼 딱 좋네」
나의 말을 바로 이해하는 인간은 없었다. 그 요코조차 놀라서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단지, 에리코만이 무언가가 일어날지 눈을 불태우고 있을 뿐,
「잠시동안, 그 로자리오 갖고 있어주지 않을래?」
「세이!!?」
「나 아직 동생이 없거든, 그러니까, 내 동생이 돼도 좋을지 어떨지 시험해보지 않을래?」
요코의 외침을 무시하고 마지막까지 말을 했다. 너무 놀랐는지, 유미쨩은 입을 뻐끔뻐끔움직일 뿐 말이 나오질 않았다.
「역시, 안된다고 여겨지면, 그때 되돌려 받으면 되는 거고. 사토 세이의 동생체험. 이런 기회 다신 안 온다구, 어때?」
시마코는 눈을 큼직막하게 뜨고 놀라있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화내고 있었다. 틀림없이 화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알 수 있다.
그건 진심으로 되고 싶었던 내 동생이라는 자리를 그렇게 간단하게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겨 버리다니 납득할 수 없다......허락할 수 없다는 얘기. 내 동생이라는 걸 완전히 단념한 게 아니었다. 아직 시마코 안에 나의 존재는 컸다. 아까는 그걸 애써 감추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사실을 확실하게 안 것만으로, 나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 나가면, 언젠가 일이 어떻게 될지 알고는 있었지만............


「멍청이」
둘만 남겨지자 요코가 나에게 말한 단어는, 지금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정말......진심이야?」
「진심이야」
「......그럼, 더 이상 말리진 않겠어, 말려도 소용없을테니까. 하지만, 그 아이, 유미쨩을 울려버린다면......그때는 보고만 있지 않겠어」
약간 공백을 둔 후, 요코가 괴로운 듯한 표정을 하며 내뱉은 말. 유미쨩을, 관계없는 누군가를 나의 삐뚤어진 시마코를 향한 감정의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용서치 않겠다.
유미쨩에겐 로자리오를 건네줬다. 그러나 나는 십자가를 지게 되었다......그런 느낌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일단 달리기 시작한 걸 곧바로 멈추게 할 순 없다. 그래, 멈출 수 없어.


「바래다 줄게」
그렇게 말한 로사 페티다가 우리들을 배웅해 주게 되었다. 
「전......이제 어떡해야 될까요?」
장미의 저택을 나와 약간 걸은 뒤 로사 페티다에게 물어보았다.
「동생체험말야? 이왕 이렇게 된 거 즐기는 게 어때?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니까」
그렇게 말하셔도......
「그게 아니면, 달리 언니로 삼고 싶은 사람이 있는거야?」
「에? 아, 아뇨, 그런 분은......없습니다만,」
「그럼, 그렇게 고지식하게 생각하지 말고, 좀더 즐기는 게 좋아. 자매제도라는 건, 그렇게 무거운 게 아니라구. 실제로 같이 있어서 재밌으면 자매가 되면 되는 거고, 재미없으면 안되는 되는거야. 그 뿐이야,」
로사 페티다는, 장미님이니까, 그런 소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같이 지극히 평범한 학생에겐 아무리해도 그렇겐 생각 못하겠어요.
「뭐......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생기면 나한테 상담하러 와. 난 로사 키넨시스랑 다른 의미로 중립적이니까,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럼, 평안하세요」
출입구부근에서 헤어질 때에, 로사 페티다는 그런 말을 남기고 3학년 출입구로 사라졌다.
「......뭔가 큰일이 돼버렸네」
「응......」
카츠라양과 둘이서 남겨져 돌아가는 길은 너무나도 발이 무거웠다. 어째서 내가 이런 일을 당하게 된걸까?
나 같은 건 길가의 잡초같은 지극히 평범한 학생일 뿐인데...... 
「어라? 무슨 일 있었어?」
츠타코양은 내 상태가 상상하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달라서 놀란 모양이었다.
「이젠 시간 다 됐으니까, 수업중에 종이에 써서 줄게」
왠지 눈물이 나왔다.
마리아님, 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생각해보면......사치코님이 타이를 고쳐 매주신 것, 그것이 모든 일의 계기였을지도, 사치코님 앞에서 그런 창피만 보이지 않았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마리아님, 제가 한 일이 그렇게나 죄가 될 만한 일이었나요?
  삐뚤어진 시선 한편에 시마코양의 모습이 보였다. 시마코양은 이쪽을 보고 있었지만, 모든 것이 삐뚤어져 보여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잘 알 수 없었다, 단지, 빙그르 방향을 돌린 우리들보다도 먼저 교실에 들어갔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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